03. 좌탈입망을 위한 첫 자세, 결가부좌(結跏趺坐)

무릎 꿇던 여자, 스스로를 세우다

by 명리하는 영화

나는 오랜 세월 무릎을 꿇고 살았다.


나의 반평생을 신을 향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하늘을 향했다.


“주시옵소서.”

“살려 주시옵소서.”


그때의 무릎은 간절함의 자세였다.

내 힘으로는 안 된다는 고백,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몸을 낮추는 방식.


나는 그 시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 기도가 나를 성장하게 했으니까.


그러나 성 밖으로 걸어 나온 지금,

나는 다른 자세를 배운다.


더 이상 무릎을 꿇지 않는다.

대신 다리를 꼰다.


오른발을 왼쪽 허벅지 위로,

왼발을 다시 오른쪽 허벅지 위로.


몸을 스스로 묶는 자세.


결가부좌(結跏趺坐).


이것은 굴복이 아니라 결속이다.


누군가에게 매달리는 대신,

흩어지는 나를 한 점으로 모으는 자세.

좌탈입망.

앉아서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나의 결심은

이 작은 삼각형에서 시작된다.


1. 무너지지 않는 구조


가부좌를 틀고 허리를 세우면

양 무릎과 엉덩이가 바닥에 닿는다.


세 점이 만들어내는 안정된 삼각형.


건축에서 가장 견고한 형태가

내 몸 안에 세워진다.


다리를 교차해 골반이 잠기면

무게중심은 자연스레 아랫배로 내려간다.


상체는 힘으로 버티지 않는다.

구조가 떠받친다.


척추는 억지로 곧게 세우지 않아도

하늘을 향해 정렬된다.


나는 이 구조를 신뢰한다.


죽음의 순간,

근육의 힘은 사라질지 몰라도

정렬된 중심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나는 매일 이 삼각형을 세우며

흔들림을 줄이는 연습을 한다.


2. 기도가 아니라 호흡


자세가 잡히면

더 이상 무엇을 구하지 않는다.


대신 숨을 본다.


코로 천천히 들이마신다.

배가 부풀어 오른다.


잠시 멈춘 뒤,

길고 가늘게 내쉰다.


끝까지.


예전의 기도가 채우는 말이었다면,

지금의 호흡은 비우는 기술이다.


수승화강.

(물은 올리고 불은 내린다는 뜻으로 한의학에서 차가운 기운은 위로 뜨거운 기운은 아래로 흐르게 해 건강을 유지하는 원리)


머리는 맑아지고,

아랫배는 따뜻해진다.


위로 치솟던 생각이 가라앉고,

흩어지던 의식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나는 더 이상 하늘을 향해 외치지 않는다.

내 몸 안으로 내려간다.


3. 고요하지만, 깨어 있기


호흡이 깊어지면

다리의 통증도, 바깥의 소리도 옅어진다.


그러나 이것은 멍함이 아니다.


겉은 고요하지만

안은 또렷하다.


몸은 정지해 있지만,

의식은 선명하다.


나는 이 상태를 훈련한다.


좌탈입망은 기적이 아니다.


육체가 무너질지라도

의식만큼은 흐트러지지 않겠다는 다짐.


“몸은 사라져도,

나는 보고 있다.”


이 한 문장을 지키기 위해

나는 오늘도 다리를 꼰다.


가부좌는 단순한 명상 자세가 아니다.


50년 무릎 꿇었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내 힘으로 앉겠다는 선언이다.


세상이 흔들려도

내 몸에 세운 이 작은 삼각형 안에서는

중심이 있다.


언젠가 마지막 날이 오면

나는 매달리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이 자세로 고요히 건너가고 싶다.


준비된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