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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환 Jan 05. 2016

시선이 곧 마음이다

세상의 수많은 '시선'. 그 다양함과 편협함에 대한 이야기

아내와 결혼한지 어느덧 4년이 되어간다. 연애시절까지 포함하면 아내와 연을 맺은 지 6년이 되었다. 여느 부부나  커플들처럼 우리도 참 많이 싸웠다. 정말 최선을(?) 다해 싸웠다. 어느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노부부는 이제 곧 회혼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티격태격 다투는 노부부를 보고 있자니 부부싸움의 끝은 없는 것 같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고도 길다. 어디 이 뿐이랴. 우리 집에 나를 쏙 빼닮은 세 살 난 꼬마 아이가 있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식습관, 잠버릇 마저 나를 닮았다. 그런데 가끔 나를 닮은 이 꼬마숙녀의 마음을 읽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아내의 마음을 읽는 것보다 몇 배는 어려운 것 같다. 

내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가족. 내가 중심에 있다.

이렇듯 가족 간에도 한 마음을 갖기가 어렵다. 한 이불을 덮고 한 식탁에  둘러앉는 식구들 간에도 서로 다른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시선이 전방위적이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매우 제한적이다.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이를 심리학에서 ‘선택적 지각 selective perception’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부부가 나란히 앉아 TV를 보고 난 뒤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도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하루 평균 1500여 개의 광고에 노출된다. 이 중 76개의 광고를 지각하고 또  그중 12개의 광고만을 기억한다. 정확히 일치된 광고를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당연한 결과이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함께 있어도 다른 시선을 갖는 것이 인간이다. 

우리 가정을 넘어 우리가 속한 사회를 보자. 여긴 좀 더 복잡하게 얽혀있다. 요즘은 눈만 감았다가 떠도 엄청나게 많은 양의 정보가 쏟아진다.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서너 개 이상 가지고 있어야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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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도 불과 1-2분 후면 알 수 있는 세상이다. 엄청난 양의 정보 속에서도 본연의 기능을 잃지 않는 것이 인간이다. 여전히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쏟아지는 정보의 양 만큼이나 기억하는 정보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정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작은 단위로 분쇄되어 간다. 정치권에서는 사회통합을 주장하지만 한심한 외침으로 들린다. 인간이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난 것을 그들이 어떻게 되돌릴 수 있단 말인가.

다시 우리 부부이야기로 돌아간다. 아내와 나의 다른 시선을 인정한다. 큰 싸움을 피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해결책은 아내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기’. 러시아의 연출가이자 배우인 스타니슬랍스키의 연기론 중에 ‘Magic  if’라는 것이 있다. “만약 내가 …이라면” 그저 남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배우가 자신의 정신과 마음을 역할에 이입시킴으로 내면의 심리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연기 기법이다. “만약 내가 아내라면…” 나의 시선이 아닌 아내의 시선으로 나의 문제를 보려고 훈련 중이다. 사실 나는 연극을 공부했고 이 연기론 수업을 성실히 수행했다. 그 덕분에 조금은 아내의 시선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세 살 난 꼬마숙녀에게는 이 방법이 안 통한다. 세 살의 시선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내 정신세계가 타락했다.) 

이 사진을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도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시선이 곧 마음이다.”

앞으로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세상의 사람 수 만큼이나 존재하는 ‘시선’. 그 다양함과 편협함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유럽에 사는 아시아인으로 유럽을 바라볼 것이고, 유럽인들의 시선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 ‘Magic If’ 방법을 적용할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정치, 사회, 국제, 종교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눌 것이다. 

궁극적으로 나의 이야기가 분쇄된 시선을 모으고 마음을 나누며 진정한 통합으로 이어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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