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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환 Jan 11. 2016

낯설게 바라보기

세상의 수많은 '시선'. 그 다양함과 편협함에 대한 이야기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솝우화는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사람 ‘아이소포스’의 이야기들을 엮은 책이다. ‘이솝’은 ‘그리스어 아이소포스(Αίσωπος)’의 우리식 발음이다.

서양연극의 발상지 디오니소스극장 (기원전 6세기)

기원전 6세기 경에 지어진 이야기라고 하니 참으로 오래도록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그러나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양치기 소년’에 대해 좀 더 창조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거짓말’을 안 하고 살 수 없는 세상. 그래서 ‘거짓말’의 동기motive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창조적 시선은 일상적이고 당연하게 바라보던 것들에 대한  ‘의심’으로부터 시작된다. 러시아의 문학이론가 빅토르 시클롭스키는 “창조적 예술은 친숙하고 일상적인 사물이나 관념을 낯설게 하여 새로운 느낌이 들도록 표현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낯선 ‘양치기 소년’을 만들어 보자.

‘양치기 소년’이 언덕 위에서 양을 돌보고 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Image @Google

수많은 양들을 홀로 돌봐야 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언제 늑대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은 두렵기까지 하다.

“지겹다.”, “고되다.”, “외롭다.”, “무섭다.”

이런 소년의 상태를 마을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으련만 모두들 자기 할 일을 하느라 소년은 안중에도 없다.

소년은 일탈을 저지른다.

“늑대가 나타났다.”

그제야 마을 사람들은 소년이 있는 언덕 위로 뛰어 올라온다, 늑대를 잡기 위에 손에는 낫과 쟁기를 들었다.

그 누구도 늑대를 찾기 전에 소년의 안위를 묻는 이가 없다.

소년의 ’ 거짓말’ 임을 안 마을 사람들은 언덕을 내려가며 소년을 노려본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훈계하는 어른도 없다.

소년은 다시 혼자다.

‘거짓말’이 잘못인지 아닌지도 모를 만큼 일탈은 달콤했다.

그 달콤함을 못 이기고 다시 한번 외친다.

“늑대가 나타났다.”

Image @Google

마을 사람들이 언덕 위로 다시 올라왔지만 늑대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분노하기 시작했고, 소년을 비난하고 원망한다.

성난 마을 사람들의 시선 앞에 소년은 깊은 상처를 받았다.

일탈을 저지른 자신의 모습을 자책하며 고개를 떨군다.

“역시 나는 혼자구나.”

감정의 극단적 상황에 가혹한 시련이 닥친다.

진짜 늑대가 나타난 것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사이, 늑대가 양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눈 앞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 앞에 소년은 아연실색한다.

자책과 공포 사이에서 소년은 다시 한 번 마을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늑대가 나타났다.”

그러나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늑대가 양들을 모두 잡아먹었다.

홀로 늑대와 싸우던 소년은 늑대의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피투성이가 된 채 쓸쓸히 언덕 위에서 죽고 말았다.


'거짓말’의 옳고 그름의 판단도 모호한 세상.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살아가는 세상.
인간소외 현상이 심화된 세상.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해서 거짓말을 안 할 수 있는 세상인가. 아니다. 오히려 ‘선의’라는 외투를 입고 ‘거짓말’이 자행되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솝우화 속의 교훈이 아니라 ‘거짓말’의 동기를 바라보려는 시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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