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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의 아이는 어떤가요
댁의 아이는 어떤가요
어머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by
김영혜
Dec 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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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머님 , 담임입니다.
"
큰 아이가 2학년 여름방학을 지내고 나서
,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1학년 입학을 하고 별 문제가 없이 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
학
교생활에 익숙해졌겠지 생각을
하
던 때였다.
그런데
, 2학년이 되고 나서는 담임 선생님께 항의 전화를 받는 횟수가 점차 잦아지고 있
다
.
선생님은
화
가 난 듯
까
랑까랑한 목소리로 친구와 작은 다툼이 있었음을 말씀
하
시고 뒤이어
이야기
하신다.
“ 말씀드려도 되나 고민을 했는데,
놀이 체육 담당 선생님께서
아
이가 과격하고 ,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해서 기분이 나쁜 상황이 되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많이 낸다고 말하셨어요. 얼마 전에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 아닌가요? 여쭤 보셨
고
요."
돌발 상황에 부딪히면 예민해지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짜증을 많이 부리기는 했지만 ,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심을 해보거나 지적을 받아본 적
은
없었다.
그런데 선생님들 간의 푸념 섞인 대화에
주관적인 견해까지 덧붙여 아이를 재단하고
여과 없이 전달한 배려 없는 방식에 언짢고 불쾌한 감정을 느
끼
고 있다.
말문이 막혀서 죄송하며 더 신경을 써 양육하겠
노
라 급히 전화통화를 마무리
짓
고
,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혹시 선생님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같은 반 친구 엄마들에게 선생님에 대하여 캐물으며 하소연했다.
그때부터 아이를 닦달하고 질책하기 시작했고,
"친구들과 어떠한 이유에서건 절대 싸움을
하지 말고
그 자리를 떠나라
"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강압적으로 이야기했다.
( 아무래도 이무렵쯤 혈압이 슬슬 올라가기 시작했을 터)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들어주고 보듬어 품어 줄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사람들이 손가락질할까 봐 전전긍긍했다.
그리고 선생님을 비난하고 원망하면서 남은
학기
를
보
냈고,
그러면서 , 도움이 될 것 같은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
(
남자아이 양육에 관한 책들이 이렇게 많구나 라는 사실도 이때 알게 되었다
)
책에 쓰인 여러 방법대로 키
우
려 부단히 노력해 보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건 글
을
읽는것처럼 쉽지 않았
다
.
어느 날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글을 읽고
나를 떠올리며 생각해
보았다.
결국 아이를 혼내는
건 나를 위한 것이며
사랑한다면서 정작 아이가 원하는 것은
고개를 돌려 애써
모른 척하
고 있는 내가 보였다.
조금 늦더라도 어떤 사람으로 자라는 것이 좋을까 생각해보는 것이
좋
겠다, 날 다독여 가며 힘들지만 나름 꿋꿋하게 하루하루를 살았다.
계절이 여러 번 바뀌며 ,
아이는
5학년이 되었고 고맙게도 저만의 방식과 속도로 나름 커나가고 있다.
"어머님 , 친구들과 즐겁게 잘 지내고 있고, 이따금씩 마찰이 있더라도 잘 해결하고 있습니다.
과제물 제출 시에는 끝까지 마무리하고 마는 근성이 있
고
, 게다가 공부에 욕심도 있어요.
어떤 때에는 이렇게 귀엽고 예쁜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은 행복하시겠구나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께 이렇게 감사한 이야기
를
들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다소 껄끄러웠던 지적에 귀와 마음을 열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지금
은
그 선생님 때문이 아니라 ,
덕분에 오늘의 나와 아이가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다며 오히려 그분께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그렇지만 다시 뵙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 또한 함께
,
(사진 이미지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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