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의 끝을 잡게 될 것은

그녀의 빈틈

by 김영혜

혜미(친한 동생)가 말했다.

"우리 영웅 보러 가자. 내가 다음 주로 예매해 둘게." 2023년 1월 18일 21:05 5회 차 상영되는 영화를 예매해 두었단다. 그러니까 우리는 1월 18일 저녁 영화를 보러 가기로 약속했던 이다.


"다녀올게. 같이 가고 싶겠지만 좌석 두 자리 예매해 놨어. 집에서 애들 돌보고 있으렴." 나는 용(남편)에게 우쭐거렸다.

"재미있게 보고와."

이런 내가 꽤나 귀여웠던걸까, 용은 엉덩이를 토닥여 밀며 나를 황급히 현관문 밖으로 내보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니 , 아파트 같은 동 1층에 살고 있는 혜미가 보인다.

깜깜해서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 그녀는 미간에 한껏 힘을 준채 핸드폰을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있는 듯하다.

쟤는 왜 저러고 핸드폰을 노려보는 거지,

"언니, 나 무슨 짓을 한 거야? 아무래도 실수한 거 같아."


"이거 좀 봐. 나 미쳤나 봐. 관람 일을 1월 18일 아닌 1월 11일로 해서 예매했었어. 근데 난 이걸 지금 본거야. 어떡해, 오늘 다른 회차 있기는 한 거야?"

그녀는 몹시 당황하며 이야기했다.





18일을 염두 해두고 예매 해뒀을 관람번호 .대문짝만하게 관람일시는 11 일 이라고 알려 주고 있으나 우린 눈치채지 못한채,


"아냐, 그럴 수 있지. 나도 같이 확인을 했어야 됐는데 신경 안 쓰고 있었네."

조심해서 잘 살피지 않은 탓으로 생긴 일이다.

민하고 꼼꼼한 혜미가 당연히 잘 예매해 놨겠지,

미뤄두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내불찰도 있다.


급한 마음에 당장이라도 예매할 수 있는 상영관을 검색해 본다.

하나 동네에 있는 메가박스 , 롯데시네마 두 군데 모두 상영 시간이 애매했다.

"이렇게 된 거 우리 그냥 맥주나 마시러 가자. 하하." 이럴 땐 , 역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마음이 돼버린다.


하나, 미련이 남은 건가. 롯데시네마 쪽으로 걸음을 옮겨본다.

"혹시 맥주 마시다가 시간이 맞으면 우리 영화 보러 올라 가자."거의 동시에 이렇게 말은 했지만,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이 밤의 끝은 결국 진한 생맥주가 잡게 될 것이라는 것을,


다음날 오후엔 영화를 다시 예매했다. 이번에는 내가 ,

혜미는 미안해하는 기색이 또렷하지만 , 다시 한번 말해주고 싶다.

"늘 말쑥하게 사리에 밝고 총명하기만 했던 너에게서 이만한 정도의 빈틈을 볼 수 있어서 , 난 오히려 반가웠어. 내일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