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우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by 김영혜


지금 생각해도 꽤나 아찔하고 머쓱해는 일이 하다.

충주에 살고 있는 은이(하나뿐인 여동생) 식구가 우리 집에 다니러 왔던 느 날.


남편들과 아이들을 집에 두고 롯데몰 쇼핑을 가기로 하여, 둘은 나풀나풀하게 차에 오다. 은이가 자신의 차로 운전해서 쇼핑몰에 가겠다고 했으니까.


은이도 나처럼 스무 살에 운전면허를 취득했다.녀가 본인 소유의 차를 굴리게 된 지는 3년 즈음 .

그동안 사고 없이 운전을 썩 잘해왔던 터라 자신만한 마음이었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몰은 우리 집에서 차로 족히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지척에기 때문이었을 테고

(나는 운전을 잘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이전 글 멋진 어른 여자라면에서 이야기한 적 있다).







"어. 어 , 여기서 옆차선으로 넘어가야 해. 고가도로 올라가면 안 되는데."

다급히 이야기를 건보지만 늦었다. 차는 이미 고가도로에 들어서버렸으니까,

"괜찮아. 이쪽으로 가도 도착할 수는 있어."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별수 없는 꼴.

한참을 길을 헤매어 우린 기어이 뚱한 곳으로 흘러가게 되었.


그때부터였을 터. 은이는 언니가 알려주는 길을 믿지 못하겠단다. 무조건 내비게이션만 보면서 찾아가겠다 이야기한다. 그건 마치 아기 염소 같은 목소리처럼 들렸다. 보통 나는 무심하게 다니는 사람이기 때문에 , 차가 다니는 길을 안내해 주기란. 역시 여간 진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아, 여기로는 들어가면 안 될 텐데."

풀이 죽어 눈곱만큼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둥 마는 둥 해본다.

한데, 이번에도 또 늦었다.

"아 , 진짜 오늘 안에 못 가겠네. 여긴 또 뭐야. "

도로경계에 주황색과 하얀색이 교차된 제법 기다란 막대가 촘촘히 설치돼 있다.


이곳에 오도 가도 못한 채 그저 멀뚱히 서있 뿐.

와중에 줄지은 차들을 잡아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택시승강장이기 때문이다.



누가 볼까 몹시 낯부끄럽다.

"은이야 일단 차문부터 잠겼나 확인해 봐. 시로 착각하고 누군가 탈까 봐 걱정된다."

얼마나 지났을까 줄지어 있던 택시들이 빠지고 나서야 그 길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상하다. 이 길이 아닌데, "

어쩐지 목적지와는 갈수록 더욱 멀어지고 있다.

"아 , 안 되겠다. 내비게이션 다시 확인해 봐야겠어."



한데, 이 상황에 어릴 적 배꼽을 잡고 보았던 시트콤 세 친구. 안문숙, 정웅인 배우의 운전연수 편이 떠오르는 거다. 필.

여기서 지금 절대 웃으면 안 된다.

그저 젖 먹던 힘을 다해 아랫입술을 꽉 깨어 볼 뿐.



우여곡절 끝. 간신히 롯데몰 주차장에 도착긴 했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행복하다. 이제야 평안하게 차에서 내릴 수 있게 되었으니, 곧장 아이스카페라테를 주문하여 시원하게 들이본다. 이내 온몸에 둘둘 감고 있던 당황과 긴장을 동시에 훅 벗어던졌다.


우린 길을 잃어 상당한 시간 동안 도로를 헤어나지 못했고, 허덕이며 이리저리 흘러 다녔다.

생각해 보면 은이와 함께한 뜻밖이고 기막혔던 기억이 하나 더 보태어진 것.

하니 뜬금없지만 놀라울 만큼 나름 귀했던 하루였으리라,


한데 어쩐 일인지. 은이는 두 눈이 그렁그렁해지며 건조하게 이야기를 한다.

"다시는 충주 바깥에서 운전 안 할 거야 절대로."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함께 했지만 , 이렇듯

우리는 서로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 가는 이길 끝에 무엇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 대체로 삶의 다양한 순간.저 나는 이렇듯 스스로를 조금씩 다독고, 내 다시 일어나 살아가는 편이다. 쨌든 선을 다했으니. 저 그럴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