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이 온통 새하얗다.
밝고 선명하게 소복한 흰 눈이 그득하다.
그래서인지 바깥은 몹시 소란스럽다.
아이들이 너나없이 모여 나와 썰매를 타는가 하면 ,
몇 해 전부터 한창 유행하는 눈집게로 앙증맞은 눈오리 줄을 이루어 만들거나 ,
눈벽돌 이랍시고 켜켜이 만들어 쌓고 있는 것이 보인다.(우리 집은 5층이라 정면으로 넓은 운동장과 놀이터를 훤하게 지켜볼 수 있다)
야무지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흐뭇하여 입꼬리가 숨길사이도 없이 한껏 올라가 반달모양이 되어버리는데,
그도 그럴 것이 수도권에서 눈을 만나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겨울 에는 어째서인지 눈이
잦게 내린다.
"아휴 , 눈이라면 이젠 지긋지긋하다."
어떤 이는 이렇듯 볼멘소리를 하지만,
나는 한결같이 눈 내리는 날이 반갑다.
폭신한 눈을 자박자박 걸을 때면 매우 조심스럽고 금세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기 때문이랄까,
하지만 , 나이가 들어 남자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가 되고 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는데
한참을 몹시 바쁘게 놀다가 들어온 아이들을 건사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닌 거다.
부츠를 신겨 내보냈음에도
어째서 양말이 죄다 젖어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고,
분명 방수가 되는 스키장갑을 끼워 보내 주었지만 그마저도 물이 잔뜩 배어 축축하게 되어 있다.
아, 드디어 아이들이 시끄럽고 어수선하게 들어온다.
반사적으로 나는 사납게 울부짖는다.
꼴사나운 이 모습은 흡사 샤우팅 창법 같기도 하다.
현관문 앞에 아이들을 세워놓고
검문을 시작한다.
"양말부터 얼른 벗어. 장갑, 젖은 옷도 다 벗어두고 욕실로 얼른 빨리 들어가서 손, 발부터 깨끗이 씻어! 빨리 씻으러 들어가."
(얼른 , 빨리 가 정확히 두 번씩 반복되었다.
눈치채셨을 거다. 급하고 거세게 아이들을 다그치는 모양새라는 것을 )
물이 잔뜩 배어 벗겨지기도 힘들었던 ,
정말이지 고상하고 기품 있으며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은 욕망 있던 나는 ,
아들만 둘을 키우면서 어쩔도리없이
우렁차고 힘 있는 성질에 몹시 행동이 드센 아줌마가 되어가고 있다.
(정확히는 이미 완성 되었는데 , 아들 둘을 키우기에 보다 최적화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뛰어나게 발전 중이라는 것)
용(남편)은 이야기한다.
지금. 여기가 바로 군대라고,
눈이 오는 날 어쩐지 착찹한마음 달랠 길 없어 슬퍼지려 한다.
주책없이 설레며 예쁘기도 했고, 조금은 우울한 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