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년이 지났다.
작년 가을 경주에서는 어반 스케치 페스타가 크게 열렸다.
어반 스케치계에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모여서 워크숍을 열었고 점점 열기를 더해가던 어반 스케치 열풍에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해외에서야 심포지엄, 아시아링크 등 여러 가지 행사들이 열리고 있었다지만 한국에서 이렇게 큰 행사가 열린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페스타 참여 징표인 목걸이 신분증과 남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단체사진을 찍을 때마다 사람들이 정말 많이 모였다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경주 어반 스케치 페스타에 참석하기 전 처음으로 그림 관련 명함을 만들었었다. 그림으로 일을 하고 있을 때도 아니었고 명함도 굳이 필요가 없었지만, 전국에서 모이는 큰 행사에 명함이라도 돌리면서 인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늘 배꼽인사만 드리는 게 민망하기도 했고… 명함에 적힌 내 타이틀은 Travel & Urban Sketcher 였다. 어반 스케쳐만 붙이기엔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 같았고, 상업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작가라던지 일러스트레이터 등 꿈에 그리던 타이틀을 붙일 수가 없었다.
행사기간 내내 많은 분들을 만났다. 원래 알고 있던 분들부터 건너 건너 소개를 받기도 하고 현장에서 우연히 알게 되는 분들까지. 공통의 관심사가 같다 보니 만나서 인사하고 그림 이야기만 해도 금세 친해질 수 있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녔다. 또 평소 자주 뵙기 힘든 작가분들과도 더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심지어 드링크 앤 드로우 시간에는 작가분들이 모여 농담 삼아 내 필명을 고민해주는, 그런 재밌는 상황도 생기곤 했다.
어느덧 일 년의 시간이 흘러 올해에도 어반 스케치 페스타가 열린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보니 이주 전인 지금까지도 세부일정이 공개되지 않았고, 작년만큼의 뜨거웠던 열기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나는 아마 별일이 없는 한 이번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작년에는 그림보다는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는데 치중을 했다면 올해에는 사진, 그림, 영상 등 많은 기록을 남겨서 돌아오고 싶다. 이제는 움직이면서 모으는 자료들로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경주의 한 장면을 그림으로 남겨보며 2020 경주 어반 스케치 페스타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