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늘의 TMI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현 Apr 28. 2021

인터뷰는 처음이라

새로운 경험을 얻는 건 늘 짜릿해!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영현님!
청년예술가 작업 소개 및 관악구 청년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조사를 내용으로 한
인터뷰를 요청드립니다. 인터뷰는 향후 재단 블로그를 통해 웹매거진 형태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작년 12월, 관악 문화재단에서는 <우리 동네 예술가가 산다>라는 예술지원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관악구의 고유자원을 본인만의 예술로 표현하여 지역 콘텐츠를 만드는 사업이었는데, 당시 여행 드로잉으로 참여해서 관악구 곳곳을 드로잉과 영상으로 남겼었다.


2020. 우리 동네 예술가가 산다. 이영현 X필립 미디어.


예술 관련 창작지원을 받기 위해 멀리 찾아다니지 않고 내가 살고 있는 구에서 진행할 수 있다는 점과

모든 사업이 종료된 후 가진 간담회에서 앞으로도 문화 관련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관계자의 말은

문화혜택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해봤던 '나의 작은 동네 관악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집 근처에 맘스터치가 들어오고 신림역에 망원동 티라미수가 들어오는 걸 보면서 낯설고 기특하게 느껴졌던 그런 곳이니 말이다.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지. 내가 할 말이 있나? 아직 내 이기를 남의 손을 빌어 글자화(?)시키기에는 내용이 너무 빈약할 것 같았다. 매거진 담당자님과 통화하면서도 "제가 드릴 얘기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담당자님은 우리 동네 예술가가 산다 프로젝트를 끝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주셨고 편하게 이야기 나누시다 가면 된다고 하셨다. 아마 그 말에 용기를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인터뷰 당일이 되어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편하게 이야기 나누라는 얘기에 방심해서 정말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올 작정으로 아무 준비도 안 한 채 나왔기 때문이다. 관악 문화재단 5층 인터뷰 장소로 들어가니 3명의 자리가 있었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삼각편대로. 그리고 내가 앉을 책상에는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았다. 우리 동네 예술가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던 생활문화팀 담당자님과 전화로만 인사를 나누었던 매거진 담당자님까지 두 분이서 바라보는 시선을 애써 덤덤하게 견디며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그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질문과 답변들이 오고 갔다. 생각보다 차분한 속도로 말을 이어나갔고 막힘없이 술술 대답이 나올 때는 티 나지 않게 내적 환호를 지르곤 했다. 경청은 말하는 사람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두 분의 진심 어린 경청이 날 달변가로 만들었고 TMI의 TMI까지 풀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1시간 남짓 흘렀을까.

영현님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라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인터뷰는 끝이 났다. 정신없이 말을 쏟아낸 덕에 후련한 반면에 또 빠뜨린 말들은 없었을까 하고 아쉽기까지 했다. 어쩌면 나 체질일지도?  돌아오는 길에 인터뷰에 했던 말들을 복기해봤는데 크게 실수한 말들은 없어 보였고 생각보다 인터뷰가 잘 나올 거라고 확신을 했다.


물론 인터뷰 초안을 받아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일주일 정도 뒤에 인터뷰 초안이 나왔다.

첫 번째로 생각보다 많은 분량에 놀랐다. 두 번째로는 내가 했던 말들을 지면으로 보니 되게 부끄러웠다. 그리고 세 번째 내가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했던 내용과 묘하게 어감이 달랐다.


내가 이렇게 말을 했던가? 아니면 옮겨 담는 과정에서 미묘하게 변화가 생긴 걸까. 이대로 발행이 되면 꽤 곤란해질 것 같았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닐 것 같았지만 누군가가 본다면 분명히 곡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핸드폰으로 여유롭게 초안을 체크하다가 이내 자리를 고쳐 앉고 담당자님께 답변을 보냈다.


넵 확인하고 수정사항 보내드릴게요!
분량이 이렇게 많이  만들어질지 모르고.. 편하게 얘기했었는데요!
그림 관련한 정보들은 정확한 내용으로 수정을 드려야 될 거 같아요
양이 제법 되더라도 이해 부탁드리겠습니다ㅜㅜ
그래도 이야기한 내용을 빼놓지 않고 많이 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오전까지 보내고 연락드릴게요!


인터뷰 총 10페이지 중에 수정 요청이 들어가지 않은 페이지는 없었다.

어떻게 하면 보는 사람들에게 내가 전달하고 싶었던 내용을 오해 없이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수정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림과 모임에 관련해서는 오해가 생기면 안 되었다.

부랴부랴 수정을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공인들이 이래서 신중하게 인터뷰를 하는구나.
의도와 다른 인터뷰로 곤혹을 겪는 연예인과 운동선수들의 고충이 이런 거겠구나.



인터뷰를 정리해주신 분의 잘못은 없었다. 오히려 나만 아는 정보들을 신나서 이야기하다 보니 단어 선택을 잘못했을 테니깐. 나의 표현력에 놀랐고 내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내가 했던 말들로 인해 이런저런 오해가 생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어질어질해졌다. 2시간 남짓 수정을 마치고 메일로 담당자님께 전송 후에 문자를 드렸다. 수정사항이 많아서 죄송하다고.

바뀐 수정안을 확인하고 오늘 블로그에 업로드된 거까지 확인을 하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인터뷰 쉽지 않은 거구나. 인터뷰가 처음이라 몰랐던 게 너무 많았구나.

꼭 인터뷰가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도 말 한마디 글 한마디에 신중해야겠구나.


나의 첫 번째 인터뷰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https://m.blog.naver.com/gwanakcf/222325953501

매거진의 이전글 2021년을 앞두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