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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세상은 내편 Mar 29. 2020

퇴사 후 7개월을 보낸 후 얻은 것(2)

매달 들어오는 돈의 중요성


 일을 그만 두기로 마음먹을 때까지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아야 했고, 이유를 다 찾고 난 후에는 현실적인 대안도 찾아야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 돈을 제외하고, 남편 월급으로 부족한 부분을 모아둔 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계산했다. 그리고 버틸 수 있는 기간 동안 적은 금액이라도 월급처럼 다달이 들어오는 수입원을 만들어야겠다는 야심 찬 계확(만)도 있었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남편에게는

"딱 5개월만 시간 줘. 그때까지 뭔가 없으면 다시 일하러 가면 되잖아."라고 말했다.


 정 안되면 재취업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남편을 안심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나 스스로도 적당한 수입원을 그 기간에 만들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선택하는 것보다 주어진 일을 해야 하고, 열심히 일해서 회사를 가장 배부르게 하는 것이 억울하다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방법이 없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돌아가야지 별 수 없지 않나 생각했다.

(결국, 나는 재취업했다. 울며 겨자 먹기는 아니고 내 인생에 좀 더 도움되는 방향으로 회사 생활을 하기로 했다.)


 외벌이가 되는 순간부터 둘이 벌 때처럼 쓰고 살 수는 없었다. 그간 쓸데없는 곳에 과소비하며 살았다는 걸 금방 깨닫게 되었다. 물건을 사는 이유는 필요성보다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가 더 컸다는 걸 알았다. 없어서 불편한 건 하나도 없었다. 이미 필요한 것은 다 가지고 있었다. 일 년 동안 한 번도 꺼내 쓰지 않는 물건도 많았고 떨어지면 불안하다는 이유로 쟁여놓은 화장품을 보며 반성했다.

 자주 들여다보던 블로그 쇼핑몰이나 인스타 쇼핑몰 신상을 돌이라 생각하고 외면하기 시작했다. 별 고민하지 않고 하던 외식도 줄였다. 아이 물건을 살 때도 한 번 더 고민하고 무조건 사던 책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월 천만 원이 여유 있는 삶을 위한 첫 번째 관문이었던 것 같다.

월 1000만 원을 달성하고 월 3000만 원을 거쳐 월 1억 수입을 넘고 계신 어떤 분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월 1000만 원이면 사실 밥 사 먹는데 크게 신경 안 쓰고 사 먹는 정도지, 사고 싶은 것 사고 해외여행 맘대로 갈 수 있는 수준은 아니거든요. 월 3000 정도 되니까 내가 좀 여유 있구나 싶고 여행도 갈 수 있더라고요."

듣고보니 맞는 말이다.


 그동안 돈에 대한 감각에 무뎠고 언제까지나 매달 돈이 들어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소비를 했던 것이다. 소비를 하면서도 그 주체는 내가 아니었고 판매자의 광고에 끌려 수동적인 소비를 했다.


 인싸가 되려면 꼭 필요한 것이라고 부추기는 수많은 광고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내 소신껏 소비하고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내가 내린 답은 비교하지 않는 삶이다. 남처럼 살고 싶은 마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진짜 내가 살고 싶은대로 사는 것이 생산적인 삶을 사는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봉준호 감독 어록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가장 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생산적인 삶이다.

 

 퇴사 후 외벌이로 살면서 얻은 것은 꼬박꼬박 일정하게 들어오는 돈의 중요성을  확인했고  감정적 소비습관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트렌드를 알되 트렌드를 쫓아가지만은 않을 것이다. 내 생각을 제대로 세워놓지 않은 채 남들이 좋다는 것에 몰려가 수동적인 소비자(지식 소비도 포함)가 되지 않을 것이다.

최대한 나를 위한 소비를 하며 살 것이다.


직장을 다니며 노동하고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의 가치를 높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다시 자발적인 퇴사를 하게 된다면, 제 2의 월급을 만들고 난 다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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