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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기자의 시선집중 바둑리그 누구를 위한 복지리그?

칼럼/바둑리그 ‘부분 구단제’가 가능한 이유: 팀 자율 연봉제

▲컴투스타이젬은 바둑리그에서 유일하게 팀 자체적으로 '연승 상금'을 도입해 선수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바둑리그 ‘부분 구단제’가 가능한 이유: 현행 대국료제 폐지하고 팀 자율 전환 시급


바둑리그 다른 별칭이 ‘복지리그’라는 사실을 모르는 바둑 팬은 없다. 바둑 팬을 배제한 채 대국료 나눠먹기 방식으로 리그가 운영되기 때문에 팬들에게 바둑리그가 외면 받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 지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컴투스타이젬 팀이 직접 바둑리그에 뛰어들어 지난 2년 동안 7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은 결과물을 살펴보니, 복지리그라는 단어 자체에도 어폐가 있음이 드러났다.


복지리그란 무엇인가. 흥행을 포기해서라도 바둑을 업으로 삼고 있는 프로 선수들에게 당근을 제공하겠다는 의미 아닌가.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1 총 규모 34억원짜리 바둑리그

타이젬이 한 시즌마다 바둑리그 후원금으로 내는 돈은 일시불 3억원 + 선수단 운영비(유니폼비, 회식비 등등) 5000만원 등 총 3억 5000만원이다. 이 중에 운영비 5000만원은 제외하고, 순수하게 한국기원에 내는 3억원만을 놓고 현상을 분석해봤다.


컴투스타이젬 팀이 2021-2022 시즌 바둑리그 정규시즌에서 거둔 성적은 10승6패로 1위를 차지한 수려한합천, 2위 포스코케미칼과 동일한 승점이다. 개인승수에서 밀려 3위가 됐지만, 팀 성적만 놓고 본다면 사실상 공동 1위나 다름없다.


창단 2년 만에 정규시즌 10승, ‘통합 3위’라는 성과를 낸 타이젬 선수들이 받은 상금은 얼마일까?

타이젬은 다소 부진했던 전반기에 6960만원을 벌었고, 1위를 차지했던 후반기에는 7920만원을 수확했다. 정규시즌 수입 전체를 합산하면 1억 4880만원이다.




▲신진서·박정환·변상일을 보유하지 않았음에도 팀워크로 똘똘 뭉쳐 창단 2년 만에 정규시즌 3위라는 성과를 올린 컴투스타이젬.


#2 퓨처스리그(3억원 배정)

퓨처스는 언급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적은 금액인데, 그래도 정리해보면 16라운드에 걸쳐 8승8패를 거둔 조완규는 520만원, 7승9패 강우혁은 495만원, 1승15패 김미리는 345만원을 받았다. 한 시즌을 통틀어 타이젬 퓨처스리거 선수 3명이 받은 돈의 총액은 1360만원에 불과하다.


바둑리그 총 수입(1억 4880만원)과 퓨처스리그 총 수입(1360만원)을 합산한 금액은 1억 6240만원이다. 그럼 나머지 약 1억 4000만원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 의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바둑리그 상금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3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돈 49.58%, 한국기원이 챙기는 수익은?

현재 KB리그 총 규모는 37억, 이 중에 3억이 퓨처스리그로 배정돼 있기 때문에 나머지 34억이 바둑리그에 할당된다. 이 34억이 어떤 구조로 구성돼 있는지 살펴보면, 먼저 ‘타이틀 스폰서’라고 명명한 국민은행이 내는 돈이 7억원이다. 나머지 27억은 바둑리그에 참가하는 9개 팀에서 각각 3억씩 각출한 돈으로 충당한다. 컴투스타이젬이 낸 3억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바둑리그 대국료 방식은 매판 승부를 겨뤄 이긴 쪽이 300만원, 진 쪽은 60만원을 받는다. 한 경기당 5판 대국을 하기 때문에 매 경기당 1800만원이 대국료로 지급된다. 한 라운드는 총 네 경기로 구성되기 때문에 x4를 하면 라운드 당 대국료는 총 7200만원이다.


바둑리그는 전반기 9라운드, 후반기 9라운드 도합 18라운드가 진행된다. 그렇다면 7200x18, 대국료로 들어가는 돈은 총 12억 9600만원인 셈이다.


대국료가 아예 없는 포스트시즌은 팀 상금으로만 운영한다. 우승 2억, 준우승 1억,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그리고 5위까지 1500만원을 획득한다. 이 돈을 합산하면 총 3억 9000만원. 다시 이 금액을 대국료 12억 9600만원과 합산하면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16억 8600만원이 된다.


바둑리그 전체 후원금 34억 중 프로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16억 8600만원은 절반이 채 안 되는 약 49.58% 지분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50%는 어디로 갔을까?




▲한국기원이 운영하는 바둑리그 홈페이지. 부실한 운영과 관리로 바둑 팬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4 만약 50%를 떼어간다면 복지리그에 '복지'도 없는 셈

타이젬에서는 한국기원 측에 바둑리그 ‘주관료’ 명목으로 한국기원이 챙기는 수익이 얼마인지 문의했으나 ‘대외비’여서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수년 전 ‘딴지일보’라는 매체에 ‘김곤마’라는 필명의 필자가 등장해 바둑계 안팎으로 큰 화제가 됐던 적이 있는데, 당시 김곤마는 한국기원이 주관료 명목으로 약 25%, 한국기원 바둑TV가 방송 제작비 명목으로 약 25%를 가져간다고 썼으니 얼추 금액이 맞아 떨어진다(한국기원의 답변이 없어 정확한 금액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다시 컴투스타이젬 선수단으로 돌아오면, 지난 시즌 첫 주장을 맡아 10승6패를 기록한 박하민이 거둬들인 수입은 불과 3360만원이다.


한 경기 결장해 10승5패를 올린 박진솔은 3300만원, 9승6패를 기록한 최정은 3060만원, 8승8패 한승주는 2880만원밖에 수입을 올리지 못했다. 5지명 한상조는 2승8패로 크게 부진해 1080만원을 받은 게 전부다. 


그렇다면, 1~5지명 수입을 계산했을 때 박하민 3360만원 + 한승주 2880만원 + 최정 3060만원 + 박진솔 3300만원 + 한상조 1080만원을 계산하면 1억 3680만원이다. 팀 성적 10승으로 공동 1위, 최종 순위 종합 3위에 오른 팀이 1~5지명 합산 대국료가 1억 4000만원이 채 안 되는 것(퓨처스리거 조완규가 3승5패로 1200만원 수입).


바둑리그가 복지리그화 돼 아무런 재미도 없다는 팬들의 촌철살인 같은 지적은 차치하고, 이게 과연 ‘복지’가 되는 리그는 맞는가? 



#5 대안 제시: 연봉(=현행 대국료)만 따로 구단과 선수가 직접 계약하는 '부분 구단제' 도입

만약 바둑리그 계약과 대국료(=연봉) 부분만 따로 떼서 ‘부분 구단제’ 형식을 취한다면, 컴투스타이젬은 최소한 다음과 같은 연봉을 선수들에게 챙겨줄 수 있다. 아래 예시를 보자.


주장: 7000만원

2지명: 6000만원

3지명: 5000만원

4지명: 4000만원

5지명: 3000만원


이렇게 되면 선수들이 받은 대국료 총액은 2억 5000만원으로 크게 늘어나지만 여전히 타이젬이 내고 있는 돈 3억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제 퓨처스리거 차례다. 퓨처스 선수들 3명은 총 1360만원밖에 받지 못했는데, 이젠 조금 다르게 배분할 수 있다.


퓨처스 주장: 2000만원

퓨처스 2지명: 1500만원

퓨처스 3지명: 1000만원


위와 같이 대국료를 배분하는 ‘연봉제’ 계약을 컴투스타이젬 ‘구단’과 선수들이 맺는다 해도, 타이젬은 기존에 냈던 3억에서 오히려 500만원이 남는다. 


이렇게 구단과 선수들이 직접 계약을 맺고 연봉을 받는 형식으로 ‘부분 구단제’가 성사됐을 경우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부분은 ‘주장전’과 ‘지명 맞대결’을 비롯해 바둑 팬들이 원하는 모든 매치, 모든 대진이 그 누구의 불만도 없이 즉시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한국기원은 근 30년 가까이 이어져 온 '홍익동 시대'를 마치고 의정부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기원도 의정부 시대를 앞두고 뼈를 깎는 내부을 실시해 환골탈태 해야만 한다.


#6 현실을 직시하자: 바둑리그가 정녕 위기라면 한국기원부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10승6패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주장 데뷔 시즌을 마친 박하민이 현행 바둑리그에서 받은 돈은 불과 3360만원이라는 씁쓸한 사실을 위에서 확인하고 왔는데, 만약 주장 연봉 계약으로 승패와 관계없이 7000만원을 받게 된다면 박하민 입장에서 주장전을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대국료는 훨씬 더 받고, 신진서·박정환·변상일 등 상위랭커들과 대국하며 기량을 증진시킬 절호의 기회다. 


필자는 지난 시즌 바둑리그에서 27전 27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신화를 쓴 신진서가 받은 돈이 대국료는 ‘고작’ 4800만원에 불과하며, 우승상금을 최대로 받아 2000만원으로 계산한다 한들 총액이 6800만원이라는 내용을 기사화 한 바 있다.


만약 컴투스타이젬이 다음 시즌 바둑리그 드래프트에서 위와 같은 ‘부분 구단제’ 방식으로 신진서를 데려올 수 있다면, 바둑리그 역사상 최초의 ‘1억 연봉 계약’도 꿈같은 일이 아니다. 3억을 내던 타이젬이 ‘단돈’ 2500만원만 추가한다면 ‘연봉 1억원’을 신진서에게 제시할 수 있게 된다.


27전 27승을 달성하고도 채 7000만원도 못 받은 신진서 입장에서 승패와 관계없이 1억원 계약을 맺는 조건을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주장전을 도입해야 한다, 팬들이 관심을 갖는 빅 매치가 생겨나야 한다’는 말은 무성하지만 현재 구조에선 공허한 외침이 될 뿐이다. 신진서가 승리해도 300만원, 5지명이나 퓨처스리거가 승리해도 300만원이라는 방식은 전혀 스포츠답지 못한 방식일뿐더러(손흥민의 주급과 무명 선수의 주급이 팀 경기 승패에 따라 동일 지급된다고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주장급 선수들을 주장전으로 내몰 명분이 전혀 되지 못한다. 



‘복지리그’라는 비판의 허실을 잘 따져볼 시점이 도래했다. 바둑리그에서 48% 밖에 수입을 얻지 못하는 프로기사를 위한 복지리그였는지, 아니면 나머지 50% 가량을 챙기는 한국기원 복지를 위한 리그였는지 깊게 통찰하고, 그릇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진정한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열린 논의가 이뤄져야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TYGEM / 이영재



http://news.tygem.com/news/tnews/viewpage.asp?pagec=&seq=36342&gubun=W007&igubun=21&find=&find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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