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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Apr 01. 2021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을 만나 얼마나 기쁜지.

셋, 책일기

친구들, 오늘도 안녕한가요?


함께 책을 읽고 책일기를 써보자고 제안해주셔서 정말 기뻤어요.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여러분과 더 깊이 사귈 기회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저는 해내고 싶은 일도 많고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한 편이라서, 친구들에게도 먼저 연락을 하거나 주기적으로 시간을 내서 만나자고 청하는 걸 참 못해요. 그렇다 보니 좋아하는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경의선 숲길 모임을 기억하시나요? 식당의 커다란 창문밖에 가득하던 가을의 노란 단풍과, 산책길에서 만났던 커다란 강아지도요. 작고 특별한 찻집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한참 수다를 떨고, 서점 리스본이 문을 열자마자 들어가 각자 책을 한 권씩 샀었죠. 저는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를 골랐어요. 


돌이켜보면 참 저답지 않은 선택이었어요. 요조 작가님도 임경선 작가님도 잘 몰랐고, 평소 수필집은 잘 읽지 않았기에 특별한 계기가 아니라면 사지 않았거든요. 어쩌면 언젠가 셋이서 교환일기를 써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걸까요? 


“이 책을 읽으며 부디 우리처럼 살아야지 하고 생각해주기를, 그리고 우리처럼 살지 말아야지 하고도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당신도 진짜 이상한 사람하고 친구가 한번 되어보길 추천한다. 내가 그랬듯이.” p8-9


결론적으로는, 이 책을 단숨에 읽었고, 밑줄을 치고 낙서를 달면서 두 번 세 번 네 번이나 읽게 되었어요! 두 작가님이 서로에게 품은 마음이 부럽기도 했고, 스스로에게나 서로에게 어쩜 이렇게 솔직하고 담백할 수 있을까 감탄했어요. 그리고, 여러분 생각이 참 많이 났어요. 사실, 여러분이 쓰신 에세이집을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거든요. 


저는 감정을 언어로 풀어내는 데 시간이 참 오래 걸려요. 대화는 언제나 순식간에 지나가 버려서, 적절한 단어를 골라 진심을 정확히 표현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인지 대화를 할 때는 사실을 투박하게 털어놓거나, 어디서 주워들은 문장들을 임기응변으로 늘어놓으며 대화를 마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누군가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그저 침묵을 지키고, 자격지심의 뿌리가 깊어서인지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도 괜한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맥락에 어긋나거나 쓸모없는 말을 늘어놓기도 해요. 

참 이상한 사람이죠?


“이 시대엔 아무 생각 없이, 언제라도, 아무 말이나 건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정겹고 기쁘고 소중한 일인지 몰라! (...) 고독한 게 두려우면서도 두렵지 않은 척하며 서로를 더욱 고독하게 하고, 혼자 고독함을 참아내는 능력은 조금도 대견해하고 싶지 않아.” p152-153


비건 식당에서 처음으로 셋이 만난 날, 서로의 직업도 성향도 나이도 모른 상태로 우리는 약속했었죠. 서로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무조건 힘이 되어주는 친구가 되자고요. 이렇게 순수하고 멋진 사람들이 있다니! 집에 와서 생각했어요.


저는 진심을 전하는 일에도 서툴고, 그래서 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내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만, 고독해지지 않기 위해서 조금씩 연습을 하고 있어요. 언제나 고운 응원을 아끼지 않는 여러분과 함께라면, ‘셋,책일기’에는 조금 더 진심에 가까운 글을 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의 우정이 오래가길 바라요. 사실 저는 조금 이상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 편인데, 요조 작가님의 추천에 용기가 나네요. 여러분, 조금 이상한 사람과 친구가 되는 것도 멋지고 즐거운 일일 수도 있어요?


이상한 사람이라 그런지 이상하게 끝이 나네요.


일기가 쌓이며 조금 더 세련되게 진심을 털어낼 수 있게 되기를.     

영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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