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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경 Apr 02. 2021

우정의 발견, 마음의 동지

셋, 책일기

 친구들 안녕하세요. 이 글은 친구 두분께 드리는 편지글이자, 책 <우정그림책>을 읽고 난 감상문이자, 아름다운 우정에 대한 제 생각을 담은 일기글이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처음에 으쌰으쌰 정했던 이 매거진의 방향처럼요. 어제 택배로 받은 <우정그림책>을 밤새워 보았어요. 작가 하이케 팔러가 글을 쓰고, 일러스트레이터 발레리오 비달 리가 그림을 그린 이 그림책에는 여러 종류의 우정들이 아름답고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었어요. 

 그림도 너무 아름다운데, 오늘은 친구와의 우정에 관한 하이케 팔러 작가님의 글귀를 같이 나누고자 해요.


“한밤중에 물로 뛰어들기도 했어/ 우리 자신을 발견했고/ 시간을 잊기도 했어/ 세상을 발견하기도 했고/ 바꾸려 애써보기도 했지/ 편안한 세상을 만들려고. / 나더러 틀렸다고 하면서도/ 뭘하든 편을 들어주고/ 너와 있으면 내 안에서 뭔가 스르르 풀려.”     

 저는 이 그림책을 보면서, 지나간 친구들과 오늘날의 친구들 모두를 떠올렸답니다. 인간의 숙명인 고독- 그 고독에 안주하지 말고, 손을 내밀고 손을 잡았던 친구들 모두를요. 제 생각에, 내가 나 자신일 수 있을 때는 혼자여서도 가능하지만, ‘관계 안에서 만들어지는 나 자신’이 있다고 생각해요. 내 안에 있던 다른 모습의 나, 라고 느껴요.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어린 아이가 되는 기분이에요. 신나게 웃고 떠들거나, 혹은 같은 대상(맛있는 음식, 예쁜 꽃들)을 공유하며 마음이 아름다워질 수 있어요. 서로가 서로다울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친구가 아닐까 싶어요. 

 그림책을 읽고 보면서 저는 친구들과 우정에 대한 생각으로 가슴이 데워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영지님과 리밍님과는 삼십대 중반, 어른의 나이에 책방이란 공간에서 만난 사이죠. 책을 좋아한다는 그 공통점과 책을 쓰고 싶다는 공통된 꿈 때문에, 첫인상부터 묘한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나이에, 우리가 선택한 공간에서 모였어요. 책을 만드는 일, 그건 마음의 일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는 막연하게나마 책방에서 친구들을 만들 수 있을거라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분명 우리는 학교친구들이나 직장동료들과는 다르죠. 글쓰기의 고독과 작가로서의 자격지심, 막막함같은 외로움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의 친구에요. 정신과 마음이 공명하는 교집합이 있는 사이라고 저는 상상했어요.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서로의 주파수를 맞출 수 있는 사이라고 상상했어요. 제 상상력 속에서 여러분은 미래에도 오래오래 함께 할 제 인생친구에요. 

 여러 종류의 우정이 있는데, 삼십대 여성으로서 책을 만들며 만난 우리는, 아마도 서로에게 영감이 되어주는 특별한 우정일거에요. 저는 이 우정을 잘 가꿔 나가고 싶어요. 이 아름다운 우정이 하나의 초록색 화분이라면, 햇볕도 잘 들여주고(=행복한 기운을 데려오고), 물도 잘 주고(=서로를 배려하고), 분갈이도 가끔 해주고(=여러가지 행사를 함께 하고), 무엇보다 관심을 적절하게 분배하며 ... 우리 우정에 맞는 온도를 찾아 나가고 싶어요.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하는 친구로, 꿈을 향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어 나아가는 동료로,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팅팅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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