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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림 Apr 04. 2021

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

셋, 책일기

친구들 안녕? 리밍이예요. 여러분도 이런 기분으로 편지를 썼을까요? 두근두근, 부끄부끄, 그러면서도 서로의 얼굴을 한 번씩 떠올리며 슬쩍슬쩍 미소를 지으며?


오늘 퇴근을 하고 회사 근처에 새로 생긴 ‘green grass’라는 레스토랑엘 갔어요. 한적한 주택가의 외길을 조금 걷다가 막다른 갈림길에 닿으면 두둥! 그리스 산토리니 여행 사진에 나올 법한 새하얀 건물의 레스토랑이 나타나요. 감각적인 외관에 반해서 건물 사진을 백 장 찍고 잔디 깔린 작은 마당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어요. 어느 자리가 명당인가~ 자리를 잡고 앉으려다가 저도 모르게 그대로 멈췄어요.


세상에! 레스토랑 맞은편 야트막한 언덕에 하얀색, 분홍색의 벚나무들이 지천에 피어 있는 거예요! 얼마나 흐드러지게 폈는지 혹시 창문에 비쳐 나무 한 그루가 두 그루로 보이는 게 아닌가 몇 번이나 눈을 깜빡거리며 봤을 정도예요. 이 봄날에 눈이 내린 것처럼 알알이 피어난 하얀 벚꽃잎들이 살랑살랑 흔들리던 그 풍경을 우리가 함께 봤다면 분명 “꺄오~~~” 하는 돌고래 소리를 냈을걸요? 팅팅님은 어느새 카메라를 켜고 “우리 사진 찍어요!” 했을거구요! 덕분에 우리는 또 하나의 추억을 남겨와 다정한 우리의 순간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을 테죠.


처음 여러분을 만났을 때, 사실 저는 우리가 ‘우리’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그즈음 저는 스스로 고독하길 택했었거든요. 저에게 있어 둘과 셋이 된다는 것은 ‘함께’라기 보다 그저 그들의 무리 속의 ‘하나’가 되는 것이었어요. 황영미 작가님의 소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의 주인공 다현이처럼요.


중학생 다현이는 ‘다섯 손가락’ 친구들의 일원이 되기 위해 친구들의 비위를 맞춰요. 클래식을 좋아하면서 진지충이란 손가락질을 받지 않기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가요를 듣고, 친구들 마음에 들기 위해 선물 공세를 하고, 자신의 기분이 상하면서도 친구가 원하는 것은 다 들어주죠. 같은 반 친구 은유와 마음의 결이 통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친구들이 은유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쉽게 인정하지 않고 은유를 멀리해요.


저는 다현이에게서 제 모습을 봤어요. 저도 다현이처럼 친구들의 그룹에서 떨궈지게 될까 언제나 세세한 것 하나까지도 눈치 보고 신경을 썼어요. 그 사이 ‘나’는 없어졌어요. 나조차도 내 기분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게 되어버렸어요.


인내는 쓰지만 그 끝은 달다고 하던데 사람 사이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꽤나 필사적이던 저는 이내 지쳐버렸고 “이제는 오롯이 하나가 될 거야.” 둘, 셋이어도 고독하다면 하나로 남겨짐을 택했어요. 이제 더는 다른 사람으로 내 기분이 좌지우지되지 않길 바랐어요. 고독하더라도, 다현이처럼 내 주변에 아무도 남아주지 않더라도 더 늦기 전에 저는 기꺼이  ‘나’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친구들이 떠난 허전한 자리에 어느덧 나를 위한 문장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글을 쓰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더 이상 웅크리며 살고 싶지 않았다.


다현이는 자신의 비공개 블로그에 모든 마음을 털어놔요. 블로그의 또 다른 다현이 ‘체리새우’는 모든 걸 알고 있어요. 저도 다현이와 같은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리밍’이라는 새 이름으로.


그렇게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찾은,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마음의 결이 통하는 여러분을 만났어요. 그리고 여러분은 말해줬죠. “서로가 서로다울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상태의 친구”라고. “스스로에게나 서로에게 어쩜 이렇게 솔직하고 담백할 수 있을까 감탄한다”라고. 그리고 “긍정의 힘을 주는 우리”라고.


친구가 그런거야. 살다 보면 멀어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만나기도 하고. 인간관계가 다 그래.


두 친구를 만나 비로소 저는 생각했어요. “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 좋은 거구나!”


여러분! 숟가락으로 퍼먹을 정도로 뽀얀 크림소스가 그득한 명란 크림 파스타와 엄지손가락만큼 오동통한 새우가 턱턱 올라가 있는 피자, 그리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한 스쿱 얹혀있는 달콤한 와플 드시러 ‘green grass’에 같이 가실래요? 우리, 셋이♡


우리 모두는 나무처럼 혼자야. 좋은 친구라면 서로에게 햇살이 되어주고 바람이 되어주면 돼. 독립된 나무로 잘 자라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리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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