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 1인 출판은 사업이다.

출판하는 방법- 1인 출판 이란?

by 영지

전 세계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보다 국내의 치킨집이 2배로 많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저렴한 자본으로 손쉬운 창업이 가능하기에 그런 것이리라 전문가들은 추측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치킨 가맹점의 평균 창업비용은 5716만 원이라고 합니다. 분식집 하나를 차리는데도 6400만 원이 든다는 것을 고려하면, 적은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출판사 창업은 어떤가요. 은퇴나 퇴사 이후 출판사 창업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창업비용(출판사 신고 비용)이 단돈 27,000원이라서 그런 걸까요? 실제로 어떤 분은 치킨집을 창업하는 비용보다도 저렴하니, 마음이 있다면 일단 도전을 해보라 추천해주시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한 권의 출간을 위해 약 1000만 원의 예산을 잡습니다. 최소한으로 잡은 예산입니다. 적어도 10권의 출간이 계획되어있지 않으면 출판사 창업은 다시 고려해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것도 사업이니, 아이템이 최소 10개는 되어야 회사가 굴러갈 테니까요. 그렇게 친다면, 단순하게 생각을 해도 1억이라는 자본금이 드네요.


비용을 인품으로 때우기 위해서 상세 명세를 알아보겠습니다. 표지 디자인 200만 원, 내지 디자인 100만 원, 인쇄비(흑백 소설책 1,000부 기준 대략) 200만 원, 교정 교열 비용 100만 원, 저자 인세 (책값 15,000원에 저작권료 10% 기준) 150만 원으로 계산해보겠습니다. 물류비나 광고 홍보비, 판매 페이지 제작 등은 기간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 여기에서 상세하게 적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돈이 없으니 몸으로 때우지 뭐, 라고 저처럼 안일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1인 출판사이니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집필과 디자인, 교정 교열까지 스스로 한다면 제작비로 300만 원 정도를 잡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필요 창업자금이 1억에서 3천만 원으로 떨어지고, 치킨집보다도 저렴하게 창업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요. 책을 사는 소비자들은 “1인 출판사의 책을 사겠다!”라고 결단하고 책을 고르지 않아요. 대형 출판사에서 나온 책과 경쟁해야 합니다. 개개인의 능력이 다르니, 한 사람이 만든 책이 대형 출판사에서 쏟아져 나오는 책들보다 더 높은 완성도를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부족해지고, 체력이 줄어들고, 그러다 보면 지쳐서 책을 못 팔아요. 경험담입니다.


출판사 창업은 사업의 시작입니다.


사장과 사원은 절대로 가까워질 수 없다, 라고 사업을 크게 운영하다가 그만둔 후 직장으로 다시 돌아간 친구가 이야기하더군요. 사원은 월급날이 다가올수록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길 수가 없고, 사장은 말일이 다가올수록 초조해지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고요. 한평생 프리랜서로만 일을 해본 저는 그 말을 이해는 했을지언정 공감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을 만들어보고 싶은 것은, 출판사를 창업하는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1인 출판사를 시작하는 것은 사업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시작은 혼자서 하겠지만 언젠가는 수많은 식구를 먹여 살리는 회사가 되리라, 라는 결단으로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만족스러운 보통의 상태에 정체된 것은, 사업의 세계에서는, 무한 팽창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니까요. 커지거나 사라지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메모장에 기승전결을 적어보다가, 용두사미로밖에 끝나지 않는 원고에 절망하여 삭제 버튼을 누르던 끔찍한 시절을 저도 겪었습니다. 그 시절이 힘들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1인 출판사를 차린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고통을 맞닥뜨릴 각오를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1인 출판사를 차리는 것은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자본금이 들고, 빚이 생겨날 가능성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으며, 수틀린다고 바로 접을 수 있는 구조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돈이 많으면 그냥 전량 폐기하고 폐업해버리면 그만입니다.)


신중하시길 바랍니다. 막연한 기대가 아닌, 사실에 입각한 근거로 무장을 하고, 출판의 세계로 들어오시기를 바랍니다. 책을 취급하는 사업이라고 해서, 낭만이 가득한 것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책을 취급하는 사업일 뿐입니다. 그래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낭만적인 사업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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