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하는 방법- 주제란
기획출판을 설명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꺼내 볼 단어는 바로 '주제'입니다.
이 단어는 문장 전체를 지탱하는 척추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생각이 흘러 옆길로 새는 내용들을 바로 잡아주고, 가야 할 길을 안내합니다. 여행으로 비유하자면, 목적이 있는 떠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주제가 없는 건 마치 정처 없이 떠도는 것 입니다. 겉보기에는 낭만 가득한 떠돌아다니는 여행자가 멋있어 보일 수 있지만 기획출판으로 책을 내기 위해서는 목적이 분명한 여행이 되어야 합니다.
20대 시절 오랫동안 결심했던 버킷 리스트가 있었습니다. 직장인 되고 처음 맞은 여름휴가를 이용해, 한국 프로축구팀의 홈구장을 방문해보는 아주 소소하고 쓸데없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렇게 5박 6일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모든 축구장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없고 따분한 일정이었습니다. 그래도 얻은 게 있다면 추억이 만들어낸 그리운 과거입니다. 가끔 티브이에서 축구 경기를 시청하면, 카메라는 어김없이 예전 그 장소를 비춰 줍니다. 그리고 오래전 그 날들이 떠오르고는 합니다. 재미없던 여행은 그렇게 추억 속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주제가 명확한 글은 주제가 담긴 여행처럼 머리와 가슴속에 담아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꼭 주제를 먼저 정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글을 써가는 중에 주제를 구체화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의식 글을 쓰는 작가들은 무엇을 쓸지 결정하지도 않고 펜을 잡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정 분량을 쓰게 되면 아무리 자유로운 작가들도 주제가 정하기 시작합니다. 끝까지 주제를 정하지 않는 글은 아마도 친구와의 농담 섞인 카카오톡 대화가 아닌 이상 책을 위한 글은 분명 주제가 필요로 합니다.
기획 출판은 나 혼자만의 넋두리가 아닙니다. 에디터와 함께 만들어 발표한 책입니다. 그리고 각 출판사의 이름이 들어간 작품 목록입니다. 나의 만족을 위한 결과물이 아닌 독자와 출판사 그리고 작가까지 만족하는 책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독자가 돈을 주고 구매하는 엄연한 상품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돌아갑니다. 엊그제 스마트폰이 출시되었던 거 같은데 어느새 보니 넘버링이 10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카메라 화질은 10배 이상 좋아졌고, CPU의 성능은 데스크톱보다 빠른 연산이 가능합니다. 모니터와 연결하면 컴퓨터를 대용으로 사용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유행을 만들어 내는 건 인간의 손입니다. 결국은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건 바로 사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프니깐 청춘이다'
과거 청년들을 위로하던 카피라이터는 돌고 돌아 지금은 기성세대의 꼰대 마인드를 비꼬는 문장이 되어 있습니다. 아프면 참지 말고 병원을 가라고 하는 작가들의 말이 좀 더 어울리는 세상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아직도 현실 감각이 없는 작가가 있다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청춘은 아픔을 강요받아야 한다고 하면 과연 누가 그의 책을 구매할까요. 물론 위대한 작가들은 세상의 메시지를 반전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말하고 있는 이들은 아주 평범한 기획출판을 하고 싶은 작가를 위한 메시지입니다.
주제는 책을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글을 아무리 잘 써도 주제를 잘못 잡으면 출판사의 선택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와 반대로 필요한 주제를 잘 잡는다면 글 솜씨가 부족해도 출판사의 제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가 기획출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아마 후자의 경우인 거 같습니다.
독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주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로 합니다. '신문'과 '서점'은 특히 사회가 필요로 한 메시지를 듣기에 가장 좋은 공간입니다. 신문은 소식을 통해 변해가는 세상을 감지할 수 있고, 서점은 그것을 작가들이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내 주변의 희로애락에 귀 기울인다면 오묘한 세상의 이야기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주제를 찾는 눈이 뜨고, 자료 조사의 재미가 붙으면, 예비 주제들은 수첩에 가득히 차고 넘치게 됩니다.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할 생각이 아니라면 결국은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회의 메시지를 잘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그 주제를 잘 이끌어서 글을 쓸 수 있는 문제는 별개입니다.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고 마음에 와 닿지 않는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는 거만큼 버거운 일은 없습니다. 내가 잘 알고 있거나, 혹은 흥미를 느끼는 주제가 돼야 합니다.
그렇게 내가 쓰고 싶은, 현재 사회가 필요로한, 출판사가 책으로 만들고 싶은 주제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3박자가 맞은 주제를 발견한다면 많은 글을 쓰지 않아도, 에디터들의 선택을 받아 기획출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제 브런치에 코딩을 에세이로 설명하는 '에세이로 이해하는 IT 이야기' 매거진을 시작하고 3개의 글을 썼을 때 오직 주제만으로 10군데 이상의 출판사에서 출간을 제안받았습니다. 아마도 제 글쓰기 실력보다는 IT와 에세이를 묶어서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일 수 있습니다.
기가막힌 필력을 자랑하거나, 이미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라선다면 일기만 써도 출간 제의는 날마다 겪는 이벤트일 수 있지만 우리처럼 평범한 이름 없는 작가들에게는 나만의 주제가 필요로 합니다. 기획출판을 준비하는 분들이 겪는 가장 큰 오류는 나만의 특유의 메세지를 타인도 쉽게 이해할거라는 착각입니다. 누구나 읽고 싶어하는 명확하고 흥미로운 주제는 기획출판의 첫단계 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오감을 열고 먼저 내 주위에 흘러가는 메세지들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기획출판은 목적이 있는 여행입니다.
낯선 곳에서 '나'라는 존재를 더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보고 올지 정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