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영진 Dec 27. 2018

필생의 여행을 해 본 적이 있나요?

프롤로그

카스무, 라헤마 국립공원, 에스토니아




먼 여행을 다녀와서도 사람들을 불러 모아 여행담을 떠들어대는 짓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인터넷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여행 중 힘이 부치는 국면에서 격려를 호소하거나 귀국 후 부연 설명 없이 여행 사진만 덜렁 선보이는 게 다다. 그랬던 내가 여행담을 뇌까려보겠다고 펜을 집어 들었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필생의 여행을 했다. 단기 여행, 장기 여행, 도시 여행, 오지 여행, 휴양 여행, 트레킹 여행, 패키지 여행, 팸 투어, 초보 여행자 길잡이 여행, 인터뷰 여행, 예술가의 생가 기행, 서브컬처 투어 등 그동안 여러 가지 방식으로 여행을 했고, 모든 여행이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험의 차원이 달랐다. ‘필생’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될 만큼 커다란 변화가 잇따랐다. 사람이 달라졌고, 삶의 궤도가 정돈됐다.


자립을 탐구하기 위해 나선 길이었다. 환경 문제를 주제로 한 사진 프로젝트를 들고 여행길에 올랐고, 현지의 생활상을 경험하기 위해 카우치서핑을 시도했다. 한국에서 인화해 간 사진들을 현지인과 여행자 들에게 선보이며 해외에서도 내 재능이 유효한지 확인해 보기도 했다. 그동안 여행길 위에서 깨닫고 터득한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며 나아갔다. 자립적인 삶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동안 울고 웃고 솟구치고 하락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마음이 고꾸라지기도 했다.


여행 후의 변화는 뜻밖의 양상으로 펼쳐졌다. 후속적인 흐름도 심상치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 후에는 두 번째 필생의 여행을 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자기실현이 본격화되었다는 사실을. 융 심리학이 이야기하는 바로 그 ‘자기실현’ 말이다. 정신세계를 활성화한 첫 번째 필생의 여행에 이어 두 번째 필생의 여행에서는 자기실현을 방해하던 내적 문제점들을 도출하고 교정을 시도했다. 첫 번째에서 파종을 하고, 두 번째에서 그것의 싹을 틔운 셈이다. 싹을 틔웠으면 키워 내는 게 도리이자 순리이기에 지금은 세 번째 필생의 여행을 구상하고 있다. 그 일련의 과정의 시발점인 첫 번째 필생의 여행의 기록이 바로 이 글이다.


아주 오랜만의 기행문 집필이라 손목의 움직임이 둔하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읽을거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길 위의 귀한 인연을 고대하는 이들, 자존감을 높일 방법을 찾는 이들, 나다운 여행을 원하는 이들, 자립의 문제를 사색하는 이들, 어디를 여행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의 문제로 관점을 옮기고 있는 이들, 발트해 3국과 발칸 반도 등 아직까지 외부로 드러난 면모가 적은 극동 유럽의 면면이 궁금한 이들이 그 대상일 듯하다.


독자로서의 성향을 막론하고 우리 삶의 원초적 터전이자 생명의 근원인 숲이 무분별하게 파괴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 주길 호소한다. 우리 안의 자연성 회복이 궁극적인 해법이라는 내 의견에도 한 번쯤 귀를 기울여 주면 좋겠다. 독자들이 솜씨 있는 행간 읽기로 투박하고 무뚝뚝한 글의 속내를 현명하게 혜량해 주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프로젝트 참여자들에게 작업 결과를 모아 국내에서 전시회를 열겠다는 약속을 했더랬다. 약속은 무사히 지켰지만 워낙 큰 호의를 입었기에 아직도 마음속에는 부채감이 남아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해 준 40여 개국 출신 115명의 세계인들, 각국에서 협력해 주었던 문화예술 공간 관계자들 그리고 여행을 완주하고 그 후속 과정까지 무사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지와 격려를 아낌없이 보내 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키예프, 우크라이나



노비사드, 세르비아



클라이페다, 리투아니아



크라쿠프, 폴란드



코토르, 몬테네그로



소피아, 불가리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