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
새로우니까 젊음이다!
가상 현실 '오아시스'에서의 웨이드 와츠(아바타 명: 파시발)와 사만다 쿡 (아바타 명: 아르테미스)난 얼마 전 종영한 고등래퍼2의 열혈 팬이었다. 고등학생들이 만들어내는 신선한 가사와 한국식 힙합을 보며, 역시 젊기에 새로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 72세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며 이런 생각에 의문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나의 인생 주요 장면들에 스필버그의 영화가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인디아나 존스>와 <구니스 (제작)>, 중학교 시절 <백 투 더 퓨처 (제작)>, 대학생 시절 <쥬라기 공원>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그의 영화에 대한 놀라움은 다소 시들해졌다. 2000년 대 이후에도 <A.I.>, <마이너리티 리포트>, <우주 전쟁> 같은 수작들을 꾸준히 만들어냈지만 경이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레디 플레이어 원>은 달랐다.
<레디 플레이어 원> 배경은 2045년 미국 빈민가이다. 사람들은 천재 게임 개발자 제임스 홀리데이(마크 라이런스)가 만든 가상현실 공간 ‘오아시스’에 접속하여 VR 게임을 즐기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대중문화 덕후였던 홀리데이 덕분에 ‘오아시스’에는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아티스트 등 수많은 팝컬처 아이콘들이 가득하다. 그는 2040년 사망 시 ‘오아시스’의 주인이 될 수 있는 3개 열쇠를 게임 속에 숨겨 놓았다고 발표하고, 이때부터 주인공 웨이드 와츠(타이 셰리던)를 포함한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열쇠 찾기 경쟁이 시작되었다.
새로움 1: 놀라운 CG 액션
첫 번째 열쇠를 찾기 위한 레이싱 씬은 CG와 실사의 경계를 절묘하게 오가며 최고의 쾌감을 선사한다. 뉴욕 시내를 배경으로 달리며 다양한 인공 장애물들 뿐 아니라, 티라노사우루스(<쥬라기공원>)와 ‘킹콩’을 피해야 한다. 와츠는 드로리안(<백 투 더 퓨처>의 타임머신)을, 그가 짝사랑하는 아르테미스(올리비아 쿡)는 카네다 바이크(일본 애니메이션 <아키라>)를 타고 짜릿한 스피드 액션을 보여준다. 생각해보면 긴장감과 화려한 볼거리가 버무려진 스피드 액션은 <인디아나 존스>부터 스필버그의 장기였다. 그 장기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새로움 2: 문화상품들의 융합
스필버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대중문화 속 작품들과 인물들을 <레디 플레이어 원> 속에 맘껏 담아낸다. 세 번째 열쇠를 찾기 위한 대규모 전투에서, 스트리트 파이터의 류와 춘리가 아이언 자이언트, 건담, 심지어 처키(<사탄의 인형>)와 함께 싸우는 장면은 감격적이기까지 하다. 어릴 적 G.I. 조 인형들과 마징가 로봇이 서로 팀을 만들고 레고로 기지를 만들어 전쟁놀이를 했던 기억들이 새록 떠올랐다. 다양한 콘텐츠의 매시업(mash-up)은 어찌 보면 당연한 우리의 본능이다.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능력을 스필버그가 다시 일깨워 준 것이다.
새로움 3: 역사를 통한 미래 문제 해결
3개 열쇠를 찾는 가상현실 속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과거 홀리데이의 인생을 통째로 옮겨놓은 라이브러리에서 찾아진다. 홀리데이의 인생은 와츠 같은 덕후들에게는 커다란 역사이고, 와츠는 이 역사를 통해 해답을 찾는다. 이는 초현실적 오락영화와 정통 역사 드라마를 번갈아 연출하는 스필버그의 작품 창조 방식과 유사하다. 스필버그는 <쉰들러 리스트>부터 <더 포스트>까지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대한 관찰을 계속해왔고, 이를 통한 성찰은 그가 만든 오락 영화들에 반영되었다.
현실 속 웨이드 와츠의 동료들 (구니스에서 주인공들이 모여 있는 장면이 생각남)스필버그의 특기는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었는데, 오랜 시간을 거쳐 다시 돌아왔다. 그가 과거에 익히 보여주었던 패밀리 모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었고, 그래서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이것이 거장이 보여줄 수 있는 다른 레벨의 젊음이다. “존경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