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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영진 Jul 22. 2018

앤트맨과 와스프

양자영역에 대한 심층탐구

앤트맨이 개미만큼 작아질 수 있는 과학적 이론보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가 더 많다

SF 영화들 중에는 과학 이론을 밀도 있게 활용한 작품들이 많다. 당연히 이런 영화들을 관람할 때는 그 배경 지식이 되는 과학적 이론을 이해하고 보면 훨씬 재미있다. 최근 개봉한 마블 히어로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도 많은 과학적 레퍼런스를 가진 작품이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몸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이다. 이러한 상상력은 원자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원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입자이고, 그 중심에는 원자핵이 있으며 주변을 전자가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그 원자는 대부분 텅 빈 공간으로 되어 있다. 수소 원자핵이 농구공이라면 전자는 10km 떨어진 곳에 있는 먼지 정도이며 그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앤트맨의 개발자 행크 핌 박사(마이클 더글라스)는 이 원자와 전자의 거리를 조절하는 기술을 발명한 것이다. 행크 박사가 발명한 슈트를 입은 스캇 랭(폴 러드)은 앤트맨이 되어 개미의 크기로 줄어들거나 7층 건물만큼 커질 순 있지만, 원자의 크기보다 작아져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다른 차원의 물리법칙이 적용되는 양자영역(Quantum Realm)으로 들어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은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많이 차용되는 과학 이론으로 분자, 원자, 전자, 소립자 등 아주 작은 크기를 갖는 계의 현상을 연구하는 물리학 분야이다**. 이러한 작은 계는 우리의 직관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법칙들이 적용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불확정성’이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전자와 같은 작은 입자는 여러 개의 물리적 성질이 동시에 존재한다.


앤트맨이 양자영역으로 들어갔을 때 그의 잔상이 여럿 겹쳐지는 방식으로 보이는데, 이는 여러 상태의 앤트맨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영화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원자보다 작은 크기의 앤트맨은 여러 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고, 움직이는 동시에 멈춰있을 수 있으며, 심지어 죽어있으면서 동시에 살아있는 상태로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불확정성은 누군가 그것을 관찰하는 순간 사라진다. 즉, 앤트맨이 두 개 이상의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지만 누군가 그를 관찰하는 순간, 그의 위치가 결정되어버린다.


양자영역 속에서 앤트맨의 위치, 속도 등 물리절 성질이 중첩되어 동시에 존재하는 모습을 형상화 한 장면 (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차용되는 또 다른 양자이론은 ‘양자얽힘’이다. 양자영역 내 서로 얽힘 상태에 있는 입자들은 멀리 떨어뜨려 놓아도 얽힘이 지속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한 대표적인 사고 실험이 있다. 양자영역 속에 두 개의 똑같이 생긴 상자가 있고 각각 빨간 공과 파란 공을 넣었다고 해보자. 이 곳은 양자영역이기 때문에 하나의 상자 속 공은 빨간색이면서 동시에 파란색으로 존재하게 된다. 다만, 누군가 그 상자를 열어 공이 파란색임을 확인하는 순간, 동시에 다른 상자 속 공도 빨간색으로 결정된다. 이는 두 상자의 거리에 상관없이 ‘즉시’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이용한 양자통신 기술도 실제 연구 중이다.***


<앤트맨> 1편에서 앤트맨 스캇 랭은 악당과 싸우다 양자영역에 들어갔다 돌아오는데, 이때 1대 와스프인 재닛과 얽힘 상태가 된다. 이후 속편에서 핌 박사가 재닛의 위치를 파악하려 하자 스캇이 재닛에 빙의되는 듯 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 장면은 <앤트맨과 와스프> 최고의 코미디 장면 중 하나이다.


양자역학은 과학뿐 아니라 철학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세상을 구성하는 입자들이 절대적 실체가 아니라, 여러 상태들이 확률적으로 공존한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고 이를 철학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들이 많았다.


난 개인적으로 양자영역의 불확정성을 결정지어주는 ‘관찰’의 본질이 무엇인가가 궁금하다. 앤트맨도 와스프도 누군가 관찰해주지 않았더라면 불확정적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관찰은 바로 가족 간의 사랑이라고 해석하는 것 같다. 앤트맨이 양자영역에서 허우적거릴 때, 그는 자신의 딸에게 돌아오기 위해 정신을 차리게 된다. 재닛 또한 남편 행크 핌 박사와 딸 호프 (에반젤린 릴리)의 노력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조금 오글거리지만 무조건 아니라고 반박하지도 못 할 해석이다.

*김상욱의 양자공부

** 위키대백과

*** 한겨레 “양자시대, 이론에서 현실로…‘광속’ 세상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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