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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영진 Jul 01. 2018

<데드풀> & <데드풀2>

데드풀의 초능력에 대한 진지한 고찰

그의 빨간 코스튬은 자신이 흘리는 피를 숨기기 위해서이다

“당신이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면 어떤 초능력을 갖고 싶은가?”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초능력 종류에 대한 선택지가 필요하다면, 엑스맨 시리즈를 볼 것을 추천한다. 매그니토처럼 생각만으로 물건을 옮길 수 있는 염력을 원하거나, 프로페서x 처럼 타인의 마음을 읽거나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원할 수도 있다. 좀 더 색다른 것을 원한다면 미스틱처럼 자신의 모습을 마음대로 바꾸거나, 퀵실버처럼 초고속 이동 능력을 바랄 수도 있다. 


최근 가장 성공한 캐릭터인 데드풀과 울버린은 죽지 않고 아무리 신체가 손상되어도 자가 치료가 되는 불노불사의 초능력자들인데, 이 능력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진시황제부터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불멸을 꿈꾸었지만, 영화 속 불사신들은 비극의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하고 영원히 외로운 삶을 사는 것은 저주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데드풀> 주인공 웨이드(라이언 레이널즈)는 처음부터 불사신은 아니었다. 어느 날 뇌와 온몸에 암세포가 전이된 것을 알게 된 웨이드는, 슬퍼하는 여자 친구 바네사(모네라 바카린)를 위해 비밀 실험에 참여한다. 고통스러운 생체 실험을 반복하며 불사의 회복능력 ‘힐링 팩터’를 가진 데드풀로 재탄생하지만, 후유증으로 외모가 심하게 일그러진다. 우여곡절 끝에 여자 친구와 재결합하지만 2편에서 바네사는 죽음을 맞이하고, 데드풀은 따라 죽으려 하지만 불사신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영화 속 슈퍼히어로로서 불사 능력 ‘힐링 팩터’가 끔찍한 이유는 그것이 죽을 때 가장 쓸모 있기 때문이다. 용병 출신 데드풀은 자신의 몸을 난도질 내고, 총알을 온몸으로 받아가며 적들과 싸운다. 데드풀이 빨간 코스튬을 입는 이유는 자신이 흘리는 피가 묻어도 티를 안 나기 위해서이다. 그는 자기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손목을 스스로 자르고, 차에 치여 허리가 꺾이고, 폭발 속에서 몸을 산산조각 낸다.


데드풀의 또 다른 초능력은 그 스스로가 영화 속 주인공이라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제4의 벽’을 넘어 종종 관객들과 직접 대화를 시도한다. 원작에서도 마블 히어로 중 유일하게 자신이 만화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데, <데드풀의 마블 유니버스 죽이기>라는 만화책은 그가 마블의 모든 히어로들을 죽이고, 실제 세상으로 나와 만화 작가들까지 죽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참 끔찍한 설정이다. 만약 어느 날 내가 죽지 않게 되었다고 상상해보자. 게다가 내가 누군가가 창조한 가상 세계 속 인물인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어쩌면 난 이 가상현실 속 버그일지도 모른다. 아마 제정신으로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데드풀은 실험과정에서 머리가 다쳐 또라이 짓과 농담을 쉴 새 없이 계속한다는 설정인데, 이는 어쩌면 자신이 처한 끔찍한 상황에 대한 인지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일지도 모르겠다.


<데드풀2>의 또 다른 슈퍼히어로 케이블(조슈 브롤린)은 시간이동을 할 수 있다. 그는 시간이동장치를 통해 시간여행을 하는데, 영화 말미 데드풀은 이 장치를 이용하여 그동안의 비극적인 사건들을 되돌린다. 심지어 그는 ‘제4의 벽’을 파괴하는 능력과 시간이동능력을 조합하여 자신을 연기한 배우 라이언 레이널즈의 흑역사마저 되돌린다. 그러고 보면 이 두 능력을 조합하여 사용하면 우주 최강이 될 듯하다.


<데드풀>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매우 심각한 영화로 인식할지도 모르겠다. 실은 이 시리즈는 최근 가장 성공한 19금 성인용 병맛 코미디물이다. 하지만 데드풀은 스스로 자신의 영화 1편은 러브 스토리, 2편은 가족에 대한 영화라고 이야기한다. 어떻게 봐도 좋지만, 데드풀은 결국 최고의 오락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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