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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Sep 24. 2019

내가 읽은 책 #5 <제로 투 원>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저자 : Peter Thiel, Blake Masters

번역 : 이지연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출간일 : 2014년 11월 20일

읽은 날 : 2018년 3월 26일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한테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책의 출간 직후,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아 피터 티엘이 한국에 방한한 적도 있었다. 당시 지인이 이 책을 추천하기도 했는데, 사실 흥미가 가지 않아 계속 읽는 일을 미뤄두고만 있었다. 그러다 일론 머스크의 전기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를 읽고나서부터 머스크와 페이팔 공동창업자였던 피터 티엘이라는 인물이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에 대해 솔직하게 평하자면, 성공한 엘리트 유대인 사업가의 평범한 비즈니스 서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해야 한다면, 다음과 같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히어로 무비를 좋아하거나 낙관적인 사고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


독점기업들은 계속해서 독점 이윤을 유지하고 싶기 때문에 독점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방법이 존재하지도 않는 경쟁자의 힘을 과장하는 것이다.
<제로 투원> 중에.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라는 메세지는 성공한 기업가이자 투자가이기도 한 피터 티엘의 입에서 나와서 멋있고 위대하게 들리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크게 와 닿지는 않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독점을 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미국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독점을 금하는 나라이기도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시장에선 대기업의 독점이 허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네이버 주주총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검색시장에서 구글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네이버가 동영상 사업에 치중할 것을 강조한 주총이었다. 주총이 끝날 무렵, 어느 한 주주께서 이러한 네이버의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내 1등 기업답게 혁신을 추구할 것을 강조하였다. 이에 주주총회 의장이자 대표이사인 한성숙 대표께서 이렇게 답변을 하셨다.


"1등이 아니어도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 네이버는 그렇게 해오고 있다."


 한성숙 대표의 답변에 공감한다. 우리 주변엔 대단히 혁신적이거나 시장에 1등으로 진입한 기업이 아님에도 현재 1등이 된 기업들이 많이 있다. 카카오톡은 국내 최초의 인스턴트 메세지 서비스가 아니었다. 쿠팡도 온라인 커머스는 물론이거니와 소셜 커머스 분야에서도 최초의 서비스가 아니었다. 심지어 페이스북도 마이 스페이스보다 한발 늦었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위의 서비스들은 서비스 초창기에도 대단히 혁신적이라는 인상은 없었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만이 혁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혁신은 시작 날짜가 아닌 결과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피터 티엘은 책에서 경쟁 대신 독점을 강조했지만, 난 경쟁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업에 충분히 매력적인 성장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던 시절, 삼성과 애플은 천문학적 비용의 소송을 통해 글로벌 스마트폰 브랜드로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어떤 제품을, 언제 구입해도 좋은 성능의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었던 시절 전 세계 언론에서 언급하는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은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고, 비슷한 성능이지만 인지도가 부족했던 다른 제조사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는 어떠한가. 이 둘이 등장하기 전 축구계 레전드의 활동기간은 대부분 5년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둘은 10대 때부터 세계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해서 은퇴할 무렵인 지금까지도 세계 최정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만약 둘 중 한 명이 없었더라면, 이 두 선수가 지금처럼 오랫동안 최정상을 지배하진 못했을 것 같다. 메시와 호날두는 서로가 서로에게 라이벌이자 영원한 동지이지 아닐까.


 피터 티엘의 의도와 목적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비즈니스 서적에서 로맨스 소설을 읽은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혹시나 대단한 아이디어를 품고 뜨거운 가슴으로 피터 티엘이 이야기하는 위대한 기업을 창업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 대신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수적> 책을 추천한다. 참고로 난 어떤 제품을 구입할 때 장점만큼이나 단점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고 구입을 결정하는데,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피터 티엘의 책 대신 권도균 대표의 책을 추천하는 이유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요즘은 오히려 너무 많은 사람이 회사를 차리는 게 문제다. 거듭제곱법칙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벤처의 설립에 관해 남들보다 더 많이 망설일 것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최고의 회사에 합류하면 얼마나 크게 성공할 수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제로 투 원> 돈의 흐름을 쫒아라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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