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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교실은 지금

수시 모집 지원이 끝난 고3 교실 풍경

by 포도나무

2학기가 되니 고3 교실 분위기는 1, 2학년들의 분위기와 완전히 달라졌다.


1, 2학년들의 2학기는 1학기 학사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3학년들은 이제 수능 원서도 썼고, 수시 전형을 위한 학교생활기록부 기록도 끝났고, 수시 모집 지원을 위해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까지 줄기차게 달려왔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6개 수시 모집 원서를 쓰고 난 지금, 고3 교실 분위기는 과연 어떨까.


지금까지 교실 안에 있는 친구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길을 걷는다고 생각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함께 수업을 듣고, 동일한 수행평가를 치르고, 동일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준비하며 공부해 왔다.


때로는 치열한 내신 경쟁에 서로가 경쟁자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함께 달려왔다.


그런데, 수시원서를 쓰고 나서는 서로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누군가는 논술전형으로 대학에 가겠다고 한다. 자신의 내신성적으로 갈 수 있다는 대학은 눈에 차지 않던 차에 논술 100% 전형, 혹은 논술 80%+내신 20% 전형의 유혹은 참을 수가 없다.


'6 논술(수시 지원 가능한 6개의 원서를 모두 논술전형에 지원하는 경우)은 필패의 지름길'이라는 말을 많이 듣기도 했고, 다른 전형보다 원서 전형료도 비싸서 비용이 많이 들어 부모님의 눈치도 살짝 보인다.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논술고사에서 자신이 엄청나게 훌륭한 글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에 부푼다. 그리고 거의 매일 한 편씩 글을 쓴다.



논술공부를 하다 보니 자신이 점점 똑똑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러면서 수능 최저 2합 5도 맞추려면 영어와 탐구도 감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누군가는 면접 전형을 준비하고 있다.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 기반 면접을 준비하는 친구는 3년 동안 자신이 생기부에 남긴 각종 탐구활동, 독서활동, 동아리활동의 흔적을 공부한다. 분명 1학년 때 루소의 에밀을 읽었는데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면접관님이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을 말해보라고 하면 어떤 대답을 하는 게 그럴듯해 보일까? 보물찾기 하듯 그런 구절을 찾아보기도 한다. 이 수많은 탐구활동을 해낸 나 자신이 엄청 대단해 보이다가도, 같은 대학의 같은 학과에 지원한 수많은 학생들의 생기부를 상상해 보면 한없이 주눅이 든다. 그렇게 자신의 생기부와의 끝없는 애증의 관계를 이어가며 면접을 준비한다.



내신에 자신이 있는 학생들, 혹은 글(논술전형)도 말(면접전형)도 부담스러운 학생들, 자신의 생기부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은 그냥 속 편하게 교과전형(내신 성적 등급만 반영, 상위권 대학은 수능 최저 기준이 있음)으로 원서를 냈단다. 세상에 오직 자신과 수능만 남은 것처럼 수능공부에 올인한다. 작년 추가합격 사례를 보면, 수능최저만 맞추면 어떻게든 후보라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수능이 얼마 남지 남았다. 이제는 국어를 한 회분 풀어내는 것도, 사회문화 한 회분을 풀고 오답노트 정리하는 것도 뚝딱뚝딱해낼 수 있다.


다만, 조금만 더 일찍부터 열심히 할걸.. 시간이 조금만 더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면 진짜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몇 년 전처럼 지진이 나서 수능이 진짜 연기되길 바라는 건 아니다.


그래, 두 달만 있으면 나는 분명 자유의 몸이 될 것이고, 수능수험표를 휘날리며 어디서든 할인혜택을 받고 환영받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힘든 순간을 버텨나간다.


간혹 전문대 면접준비하는 친구도 있다. 수능최저도 없고, 작년 입결로 봐서는 충분히 합격할 것 같고, 졸업 후에는 취업도 그럭저럭 문제없어 보이는 학과에 지원했단다. 저 여유로운 모습이라니.. 이미 대학생이 된 것 같고, 이미 취업이라도 한 것 같다. 은근히 부럽다.


이 와중에 정시파(수능 100% 전형)도 있다. 이들의 입시는 졸업 후에나 끝난다. 올해는 겨울에 학교 공사가 예정되어 있어서 1월 초에 졸업식을 한단다. 그럼 정시 원서를 쓸 때쯤이면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한 상태.. 안 되면 재수도 각오하고 있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그러니 국어, 수학, 영어, 탐구..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이것이 수능을 두 달 앞둔 고3 교실의 풍경이다.

고3 수험생들, 파이팅!!


덧붙임. '조금만 더 일찍 열심히 공부할걸' 하며 아쉬워하는 고3 선배들을 생각하며 1, 2학년들도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2학기 중간고사 준비를 해보아요!!


고1, 고2 학생들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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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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