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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가는대로 Mar 18. 2024

솔직할 수 있는 믿음

심리적 안전감. 조직의 분위기는 리더가 만든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만, 가끔은 어쩌면 많은 경우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의도와 다른 결과를 마주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으로 사과하고 다음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참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잘못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무시함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원성을 사기도 하고, 더 큰 문제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일은 어떤 공동체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사실을 이야기해야 하고, 잘못은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상황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을 말하지 않거나, 때로는 거짓을 전하는 것이 적절할 때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지요? ‘어떠한 경우에도’라는 전제가 붙어도 나는 사실을 말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신지요? 저도 제 스스로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가끔은 차마 거짓을 이야기하지는 못해도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음으로 불편함을 벗어나곤 합니다. 창피하지만 사실입니다. 예전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사실을 이야기해서 오는 불이익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을 말하면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때까지는 사실을 말합니다. 그러다 사실로 불이익을 받는 경험이 생기면서부터 거짓말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런 아이들도 누군가에게는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아빠에게는 침묵을 지키는데, 엄마에게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 이유는 엄마에게 이야기를 해도 자신은 안전할 것이라고 느끼지만, 또는 공감을 얻을 것이라 느끼지만, 슬프게도 아빠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아이들도 용돈이 필요할 때는 불편함이 있어도 아빠에게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단순하게도 아빠가 용돈을 더 잘 주기 때문이랍니다. 아이들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우리도 불편한 이야기에도 내편이 되고, 함께 고민해 주고, 해결책을 찾아주는 사람에게는 이야기를 편하게 합니다.


리더들은 본인이 속한 조직의 구성원들이 항상 사실대로 말하고, 문제를 숨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문제를 먼저 꺼내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구성원은 많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사실을 더 잘 이야기하게 할 수 있을까요? 이는 구성원의 문제이기 이전에 리더의 성향을 따라갑니다. 심리적 안전감입니다. 리더의 말과 행동이 조직 구성원들이 사실을 말하게 합니다.


구성원들이 편하게 사실을 이야기하게 하려면, 리더에게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구분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저는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가 우리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과거가 필요합니다. 나의 과거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과거도 필요합니다. 내가 실패한 경험도, 다른 사람의 성공도 모두 내 미래를 위해 오늘 할 일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거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과거가 미래라고 착각을 합니다. 그래서 과거를 바꿔야만 미래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과거는 과거입니다. 리더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면, 구성원들은 과거를 언급하는 것이 편해집니다. 바꿀 수 없는 과거에 매달려, 마치 과거를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집중하면, 잘못된 과거를 꺼내기 쉽지 않습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입니다. 흘러간 것은 흘러 보낼 줄 알아야 합니다. 평가와 비난은 다릅니다. 잘못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평가하고, 미래로 눈을 돌릴 수 있어야 합니다.


다음은 의도를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될 것을 알면서도 거짓을 말하는 경우는 그 사람을 용서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선한 의도로 시작하였는데 의도와 상관없이 문제가 생겼다면, 같이 해결하는 것이 먼저임을 기억합시다. 그러면, 의도가 선하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잘못에 대한 인정과 사과라고 생각합니다. 선한 의도가 불편한 사실을 만들었다면, 있는 그대로 사실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미안함을 표현하면 됩니다. 한번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십시오. 나는 사과를 잘하는지, 내 주변에는 누가 사과를 잘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나약함이나 비굴함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당당한 사람만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상대방이 불편해한다면, 있는 그대로 사실을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전하면 됩니다. 그러면 상대방도 여러분들과 일할 때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과 의도에도 의미를 부여할 것입니다. 사과는 강자가 약자에게 하는 것입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하는 것 아닌가 하시겠지만,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사과를 자연스럽게 할 때 그 조직은 신뢰가 더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집에서 아이에게 잘못한 일이 있을 때, 진심으로 사과를 해보시면 바로 알게 될 것입니다.


리더는 추가로 사과를 잘 받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누군가 여러분에게 사과를 한다면, 때로는 간단히 “그럼 됐어”, “앞으로 같은 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을게”, “먼저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제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겠습니다”라고 해보십시오. “또 그러면 가만히 안 있을 거야”, “잘못한 것은 알고 있구나”,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그럼 당신이 알아서 처리하시오”라고 하지 마시고요. 사과를 하는 상대방도 정말 큰 결심을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받아주는 사람도 진심으로 이제 그 일은 과거이니 미래를 위한 일을 해야 합니다.  


다음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틀리 수도 있다는 틈을 열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등학교 때 제 친구가 제게 했던 말을 저는 지금도 기억합니다. “야, 너는 가끔은 뒤통수를 맞아야 해.” 저는 아마도 친구들이 다가올 틈이 없었나 봅니다. 지금도 아니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당시 저는 항상 맞고 틀림을 판단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친구가 적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의 조언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가끔은 다른 사람들이 내게 다가올 수 있게 틈을 만들어주어야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덕분에 지금은 더 많은 분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꼭 맞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함께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맞다고 하시면 그 생각이 맞다고 보고 기다리려고 합니다. 리더가 너무 완벽하면, 구성원들은 리더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가 없습니다. 가끔은 모른다고도 하고, 때로는 알면서도 모른 척해서 구성원들이 다가올 수 있는 틈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심리적 안전감이라는 것이 그래서 더 중요해집니다. 안전을 단순히 정의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면 위축되고 경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나 생존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안전은 강자가 약자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팀을 생각한다면, 팀장이 팀원들과 있을 때 느끼는 편안함과 팀원들이 팀장과 함께 있을 때 느껴야 하는 안전감은 다소 다를 것입니다. 팀장님들은 팀원들이 내 뒤에는 팀장이 있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믿음을 주셔야 합니다. 팀장님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함께 해결하기 위해 내 편이 되어주신다는 신뢰가 필요합니다. 담당도 임원도 자기 자리에서 마찬가지입니다.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저는 이 말을 좋아합니다. 그 엄마는 바로 그 사람이 가장 안전함을 느끼게 해주는 대상입니다. 우리는 항상 상대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선배가 되면서 누군가의 후배가 됩니다. 우리가 함께 일하는 이 공간에서 모두가 심리적으로 안전함을 느끼려면,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선배라고 느끼는 자리에서는 여러분이 선배로서 후배들이 안전함을 느끼도록 해주시면 됩니다. 자신의 선배가 어떻게 자기를 대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여러분은 여러분이 선배로부터 받고 싶은 대로 후배에게 해주면 됩니다.


R&D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경향이 더 강해서 타인의 의견에 대한 수용성이 떨어지고,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본인이 맞다는 것을 무리하게 증명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저도 공대 출신이고 오랜 시간 엔지니어로 살아서, 저를 돌아봐도 때로는 제가 맞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애쓰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엔지니어들의 자존심이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하는 힘인 것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엔지니어가 자기주장을 하지 못하는 것은 더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큰 역할을 하려면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진리를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듣고, 자신의 잘못도 때로는 인정해야만, 필요한 때에 하는 여러분의 주장이 객관적으로 고려될 것입니다.


자신이 속한 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공유가 되고, 모두가 문제 해결에 전념하는지 돌아보십시오. 그렇다면, 지금 리더가 잘하고 계신 것입니다. 구성원들이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상하게 문제는 항상 마지막에 갑자기 드러나고,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튀어나오고, 리더의 말에 암묵적인 동의로 회의가 끝이 난다면, 리더는 스스로를 돌아봐야 합니다. 용기 있는 구성원이 없어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고, 이야기를 꺼내면 자신의 안전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팀의 분위기는 팀원도 중요하지만, 리더가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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