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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가는대로 Mar 25. 2024

함께 하는 리더십

태풍을 만나면 선원들은 파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선장을 본다.

세상에는 다양한 리더가 있습니다. 그 어느 것도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리더와 구성원, 조직이 처한 상황, 그들의 목표, 경쟁을 포함한 주변 상황, 조직의 규모, 이제까지의 경험, 이밖에도 여러 요인에 따라 리더십은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리더라고 하면 어떤 리더를 떠올리시는지요? 어떤 리더와 함께 일을 하고 싶으신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리더를 성향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눕니다. 세상의 모든 리더를 다 포함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자율과 통제의 정도를 기반으로 자율 중심의 리더, 통제 중심의 리더, 자율과 통제가 균형을 이룬 리더입니다. 이를 비유로 이야기하면 여러 마리의 애완견을 산책시키는 사람, 개썰매를 모는 사람, 그리고 수백 마리의 양을 관리하는 양치기입니다. 심각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마시고, 가볍게 이미지를 그려보면 좋겠습니다.


먼저 애완견 산책시키는 사람입니다. 한두 마리를 산책시키는 장면과 서너 마리를 산책시키는 장면을 같이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한두 마리의 애완견을 산책시키는 것은 나름 평화롭습니다. 때로는 줄을 잡아당기며 통제를 하기도 하지만, 강아지가 가고 싶은 대로 놓아줍니다. 줄을 매지 않은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강아지가 멀리 가지도 않고,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습니다. 주인이 멀어지면 앉아서 기다리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서너 마리를 데리고 나온 장면을 그려보겠습니다. 한 마리 한 마리의 행동을 이제는 그대로 둘 수가 없습니다. 강아지들이 같은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뛰어가기도 하고, 남아서 더 이상 따라오지 않기도 합니다. 줄로 묶어서 힘으로 끌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결국 주인은 지치고, 산책은 엉망이 됩니다.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상황입니다. 개썰매를 모는 사람을 생각해 봅시다. 지금 찾아보니, 개썰매를 모는 사람을 Musher라고 한다고 합니다. 개썰매는 머셔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머셔와 개들은 서로 교감하고 믿으며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어 달리게 됩니다. 머셔는 잠시도 방심하지 않습니다. 자칫 방심하면 빠르게 달리는 썰매에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썰매를 끄는 개들은 한 마리 한 마리가 훌륭한 역량을 가졌지만, 항상 집단으로 움직입니다. 어느 한 마리의 지침을 인정하거나 따로 돌봐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모두 같은 속도로 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양치기는 어떨까요?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수십 수백 마리의 양들이 산중턱에 있습니다. 양들은 때가 되면 특별한 지시가 없어도 모두 우리로 돌아갑니다. 어쩌다 무리를 이탈하는 한두 마리만 양치기는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됩니다. 모든 양들은 어디서 왔고, 언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치기는 풀이 있는 곳을 찾아서 양을 데려가고, 주변의 위협이 있는 경우에 양들을 지키는 역할을 하지만, 평소에는 양들이 알아서 지내도록 풀어놓습니다.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저는 모든 것을 제가 결정하고, 제가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또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개썰매를 모는 머셔와 같이 말입니다. 구성원들의 역량이 중요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 일은 더 편할 수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그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냥 각자 알아서 하게 두면, 애완견 산책시키기가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구성원들은 큰 그림에서 조직이 해야 할 일을 잘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고, 과도한 책임감으로 실패를 허용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각자가 자기 역할을 알고,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리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제로는 평균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새로운 것을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지식과 경험이 리더에게 집중되었었으나, 지금은 구성원들도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지식에 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리더가 가지지 못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리더는 조직의 방향성 아래에서 현재 위치를 알고, 가야 할 곳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야 할 방법도 알고 있어야 하지만, 통제보다는 관리와 조정을 통해서 함께 그러나 구성원 스스로 목표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일상적인 일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물론 갑작스러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치면, 리더의 결단력과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날씨가 나빠질 것으로 보이면, 평소보다 일찍 양들을 우리로 들여보내야 합니다. 늑대가 나타나면 늑대와 싸워 물리쳐야 합니다. 본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양치기에게 주어진 일입니다.


자율을 강조하지만, 위기에서 해결책을 만들어줄 수 없다면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평상시에도 통제를 통해서만 일을 진행한다면, 리더의 역량을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가 없습니다. 구성원들도 항상 지쳐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리더는 평소에는 최소한의 규율 안에서 모든 자율을 허용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구성원들의 피난처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리더를 함께 하는 리더라고 정의합니다.


어선 한 척으로 세계적인 수산 기업을 만드신 동원산업의 김재철 회장님께서 하신 말씀을 덪붙이고자 합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뒤통수를 한 대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과연 나는 파도를 보고 있었는지, 선장을 찾고 있었는지 성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스로 문제를 풀기 위해 열심이었다고 자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선장을 찾고 있었던 제 모습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리더라면 파도가 닥쳐올 때 파도를 바라봐야 합니다.


"태풍을 만나면 선원들은 파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선장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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