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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가는대로 Apr 01. 2024

실행을 만드는 팔로워십

우리 모두는 리더인 동시에 팔로워입니다

우리는 리더십이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follwership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저는 이 말을 국가대표 야구팀 감독을 맡았던 김인식감독님의 인터뷰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어떻게 국제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는지 묻는 기자의 대답에 선수들의 좋은 팔로워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을 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좋은 팔로워십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저는 리더들이 힘들어하는 유형의 팔로워였습니다. 리더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기보다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강요하는 후배였기 때문입니다. 이해되지 않으면 잘 움직이지 않는 후배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해만 시키면 알아서 하니 함께 일하고 싶을 수도 있었지만, 선배들의 경험과 직관을 이해하기에는 제가 그분들만큼 경험이 없었기에 항상 쉽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래도 지금 이 자리까지 제가 올 수 있었던 것은 계속 물어보는 제게 끝까지 설명해 주셨던 선배님들 덕분입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제 이해가 조금 부족해도 선배님들의 경험을 믿는 법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정의한 팔로워십은 이렇습니다.
먼저, 선배님들의 경험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선배에 따라서는 존경할 만한 분과 그렇지 않은 분이 있을 수 있지만, 그들의 경험은 모두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가끔은 전문 지식이 부족한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다른 분야에서 리더를 하다 자리를 옮긴 선배를 만날 수도 있지만, 어느 곳에서 경험한 어떤 것이라도,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하더라도 존중하는 것입니다. 그럼 도움을 청하고 받는 것이 좀 더 편안해집니다. 무조건 지시를 따르는 것이 적절한 팔로워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시를 받아들일 때 선배의 경험을 존중하는 것과 아닌 경우는 차이가 있습니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지시를 받아도 경험을 믿고 따라볼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새로운 일을 한 적이 많았습니다. 대학원 실험실에서 리튬이차전지 양극재를 주제로 받았을 때도 제가 실험실에서 처음으로 이차전지분야를 하는 사람이었고, 처음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이직을 해서 맡은 일들도 제가 처음인 경우는 많았습니다. 혼자 힘으로 풀어야 하는 것도 많았지만,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다양한 경험을 한 선배님들의 조언과 판단 덕분에 잘 풀어 올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질문하는 것입니다. 제가 내성적이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강한 성향은 모르는 것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여전히 낯선 이에게 길을 물어보는 것은 잘 못하지만, 제가 해야 하는 일이 모호하면 꼭 확인을 합니다. 선배들의 지시에 따라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그 지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왜 그 지시를 했는지도 알면 더 좋겠지만, 우선은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지시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모호하면 물어보십시오. 저는 항상 신입사원들에게 하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모르면 물어보라는 것입니다. 신입은 몰라도 되는 특권이 있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다른 하나는 동기들과 친하게 지내라는 것입니다. 선배들이 후배를 평가하는 여러 가지 중에 지시에 대한 명확한 이행이 있습니다. 더 좋은 방법으로 이행해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내는 것에 물론 더 높은 점수를 주겠지만, 우선은 지시를 정확히 이행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봅니다. 이행 결과에 만족하면 그다음에 더 큰 업무를 맡기게 됩니다. 지시가 무엇인지 모르고 정확히 이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니 이해가 안 되면 꼭 물어보십시오. 이유는 이해가 안 될 수 있으나, 지시 내용은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다음은 복기하는 것입니다. 지시를 이행하고 나면 그냥 다음 지시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왜 그 일을 했어야 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일하기 전에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왜 해야 하는 지를 알고 시작하면 더 좋겠으나, 대부분의 일에는 기한이 있기 때문에 일하는 이유를 몰라도 제때에 마쳐야 할 때가 있습니다. 시험을 보면 답안지를 제출해야 하는 기한이 정해집니다. 모르는 문제가 있어도 다 풀지 못했어도 제출해야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회사 일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다음 시험을 더 잘 보려면 틀린 문제를 다시 확인하는 것처럼 회사에서도 일을 마치면 꼭 돌아보셔야 합니다. 모든 일에는 기한이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잘 마치면 잘 마친 대로 결과가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복기를 해보십시오. 그러면 선배들의 생각을 조금 더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결과를 받아 든 이후에는 그 이유를 이해하기 좀 더 쉬웠던 듯합니다.

저는 자주 "결정하기 전까지는 치열하게, 결정되면 쿨하게"라고 말합니다. 결정할 때는 조용히 있고, 결정되고 실행하지 않는 것이 가장 문제입니다. 결정되기 전에는 모르면 물어보거나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은 권리입니다. 그러나 결정된 것을 따라야 하는 것은 책임입니다. 잘못된 결정으로 원하지 않는 결과를 얻었다면 꼭 다시 돌아보고 다음에는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들이 일단 선배들의 말을 들으라는 것처럼 들리신다면, 그게 아니라 할 말은 하되, 결정이 나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물론 도저히 따를 수 없는 결정이 나거나 실행하는 도중에 잘못된 것을 알았다면 그때도 꾸준한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

동시에 지식을 쌓아야 합니다. 선배들이 전해주는 것만으로는 선배들이 달성한 수준의 결과도 얻을 수 없습니다. 어느 누구도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알려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경험은 뛰어넘기에 정말 긴 시간과 운도 필요하지만, 지식은 선배들과 동등하거나 넘어설 수 있습니다. 아니 반드시 선배들의 지식은 넘어서야 합니다.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닙니다. 후배가 선배를 넘어서지 못하면 그 조직은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쇠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를 제외한 다른 조직은 발전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여러분도 후배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지금 본인이 조직의 막내라면 조만간 후배가 생길 겁니다. 그들의 선배가 되거나 될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경험으로 존중받고, 정확한 지시를 하고, 후배가 지식으로 나를 넘어서도록 도와줄 수 있는 선배가 되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 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리더십만이 어렵고 우리가 배우고 키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팔로워십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모든 면에서 존경할만한 선배들과만 일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언제나 선배들보다 나은 후배가 나와 조직을 성장시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롤모델을 마음속으로 정하십시오. 너무 멀리서 찾지 말고, 우선 가까이에서 눈을 돌려보십시오. 분명히 여러분보다 조금 더 먼저 조금 더 현명하게 그 길을 가신 분이 계실 겁니다. 만일 어느 한 명의 전부가 맘에 들지 않으시면, 여러 사람의 장점을 모아 가상의 선배를 만들고, 롤모델로 따르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힘들고 치지는 순간에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도 제가 함께 한 많은 선배님들의 장점을 모아 가상의 롤모델을 만들고 항상 닮고자 합니다. 어떻게 보면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의 롤모델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선배이면서 후배입니다. 우리는 리더인 동시에 팔로워입니다. 우리는 함께 일하는 서로를 믿고 존중하기 때문에 성장하는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그래서 우리 팀은, 우리 부문은, 우리 회사는 아무리 힘든 시련이 있어도 잘 될 수밖에 없습니다.

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회사와 리더들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선배들의 경험과 지식에 많이 의존했습니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느려서 선배들의 경험이 더 소중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선배들을 이해하려고 한번 노력해 보면 어떨까요? 앞선 세대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단점은 고쳐가려면 가끔은 '라떼'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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