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자기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합니다. 그 의견의 옳고 그름이나 논리를 따지기 이전에 자신의 생각과 맞춰봅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거나 유사하다면, 더 이상 이야기의 진위를 묻지 않습니다. 맞장구를 치고, 자신의 의견을 더하면서 그 의견을 더 강하게 만듭니다. 그렇지만 내가 가진 생각과 다를 때는 다양한 반응이 나옵니다. 자신의 생각은 묻어두고 상대방의 의견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대로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며 상대방의 말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들어보고 어느 쪽이 더 좋은 생각인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반응하시나요? 저는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이라면, 제 생각을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은 제 의견을 무시하고 하던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은 제 의견을 먼저 듣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그 순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제 생각이 맞다는 근거를 가지고 있을 때도 있고, 막연히 추론한 개인적인 생각뿐인 경우도 있지만, 상대방의 반응은 언제나 다양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서로의 이야기를 잘 맞춰보고 더 정확한 의견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었지만, 제 말투나 행동으로 인해 마음이 잘 전해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직급이 깡패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직급이 높은 사람의 의견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문화를 비꼬는 표현입니다. 상사가 어떤 의견을 내거나 지시를 하면, 부하 직원들은 그들의 의견을 내지 않고 그대로 따르는 문화입니다. 이런 문화에서는 건전한 토론이 없습니다. 토론이 없다 보니 의사 결정을 빠릅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은 다르다면 적극적인 실행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저 비난받지 않을 수준으로 눈치껏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복음의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그려봅니다. 물고기를 잡는 것을 업으로 하는 시몬이 물고기를 못 잡고, 하루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오십니다.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일 수도 있는 사람이 배를 띄워달라고 합니다. 시몬은 참 무던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고기를 못 잡아서 기분이 좋지 않을 텐데도, 자신과 관계없는 사람의 부탁을 들어줍니다. 아마도 설교는 꽤 시간이 걸렸을 것입니다. 배 안에서 그 이야기를 어쩔 수 없이 시몬은 들었습니다. 드디어 설교가 끝나자, 난데없이 그물을 내리라고 합니다. 겐네사렛 호수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시몬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서 화가 났을 수도 있습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할 말을 잃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배 안에서 들었던 설교 덕분에 예수님이 어떤 분일까 궁금했을 수도 있습니다. 시몬은 하루 종일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그물을 내리라고 하니 그물을 내렸습니다. 그다음은 성서의 내용처럼 혼자 싣고 올 수도 없을 만큼 물고기를 잡고, 예수님의 부르심에 응답합니다.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 두려움보다 큰 힘에 이끌려 예수님의 제자가 됩니다. 시몬은 자기와 다른 생각에 대한 정확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지만,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받아들였습니다. 무엇이 옳은지를 따지지 않았습니다. 물고기를 못 잡아도 그만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논쟁을 하기보다는 그물을 내렸습니다. 시몬이 선택한 것입니다.
저는 오늘 시몬의 행동을 보며 저를 돌아봅니다.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하지만,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을 새겨봅니다. 상대와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의견을 선택해 주는 모습을 봅니다. 시몬이 그물은 내린 것을 예수님의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제안을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순수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있고, 자신의 생각이 있지만, 상대방을 존중했던 시몬이 첫 번째 제자로 불리운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신앙생활은 하느님의 강압적인 지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존중하고 선택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선한 일이라도 강제로 한다면, 내가 선해진 것이 아닙니다. 작은 선택이라도 자신의 의지가 들어갔을 때 자신도 선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루카 5,5
제 생각을 주장하기 이전에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겸손함을 청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