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압박과 회의감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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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경찰 승진 경로는 총 4가지였다.

해당 계급에서 일정 기간을 채우면 자동으로 승진하는 근속승진, 매년 1월에 치러지는 시험을 통한 시험승진, 현장에서 특별한 공로가 있을 때 하는 특별승진, 그리고 실무 능력과 평가를 종합해서 하는 심사승진이다.

나는 순경에서 경장은 시험승진으로, 경장에서 경사는 심사승진으로 올라갔다. 지금은 경장 승진이 아예 없어졌다고 들었다.

경찰의 승진 구조는 시험만으로 승진하면 빨리 승진이 가능했다. 능력만 있다면 나이나 경력에 상관없이 빠르게 올라갈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그 점이 한편으로는 승진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키기도 했다. 같은 기수인데 누구는 빨리 올라가고 누구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아무래도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경장 자격이 주어졌을 때 바로 시험승진을 했고, 경사 때는 한 번 떨어지고 그다음 해에 심사로 승진했으니 승진이 빠른 축에 속했다. 같이 경찰을 준비했던 동기들 중에서도 빨랐는데, 이게 자신감을 키워주기는커녕 오히려 허무함을 더 키워서 경찰을 그만두게 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내가 심사승진을 준비할 때, 같은 팀에서 시험 및 심사승진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꽤 많았다. 경찰 승진은 근속이나 특진을 제외하고는 1월에 있고, 계급이 올라갈수록 경쟁률이 치열하기 때문에 상반기부터 미리 준비한다.

내가 시험준비할 때는 책만 보면 됐는데 심사승진은 시험과 달랐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서 무조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실무 평가, 근무 태도, 동료들과의 관계, 상급자 평가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어떤 부분에서 점수가 깎일지 예측할 수 없었다.

경찰은 계급사회였다. 나보다 늦게 들어온 후배가 나보다 위로 올라가서 지시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승진 준비를 하면서 가장 눈에 띈 건 동료들과의 미묘한 경쟁 관계였다. 평소에는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승진 시기가 되면 경쟁자가 되었다. 서로 도와가며 일해야 하는데, 한편으로는 서로를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심사승진은 상대평가 성격이 강했다. 내가 잘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료 의식보다는 경쟁의식이 더 강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결국 심사승진을 하게 됐다. 결과를 확인했을 때는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긴장이 풀리면서 허무감이 몰려왔다.

그때 나는 확신했다. '이 직업을 정년까지는 못하겠다.'
계속 위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과 승진에 대한 부담감이 동시에 존재했다. 무엇보다 실무와 상관없이 책을 더 열심히 본 사람이 승진하는 체계가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뛰어난 실무 능력을 보여주는 선배들이 시험을 못 봐서 승진하지 못하는 반면, 실무는 그저 그런데 공부만 잘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다. 경찰은 실무 중심의 조직인데, 승진은 오히려 이론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모순이 있었다. 현장에서 시민을 잘 도와주고, 사건을 잘 해결하는 능력보다는 시험 점수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실이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시험보다 실무 중심으로 승진 비율이 바뀌었다고 했다. 현장에서 능력을 보여주는 경찰관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결국 승진은 했지만, 그 과정에서 느낀 회의감과 피로감이 나를 경찰직에서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성공적인 승진이었지만, 동시에 떠날 결심을 굳히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내가 원하던 것을 얻었을 때, 더 이상 이 길을 걷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