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로 현장을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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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112 지방청 상황실에서 근무했던 당시, 나는 처음 6개월 정도는 접수요원으로 일했고, 그 후 2년 정도를 팀 서무를 맡아서 근무했다.

접수요원 시절에는 직접 시민들의 신고 전화를 받았다. 하루 종일 헤드셋을 끼고 앉아서 끊임없이 울려대는 전화를 받는 일이었다. 팀 서무를 맡은 후에는 역할이 달라졌다. 팀 전체를 관리하고 문자로 접수되는 신고를 처리했으며, 전화 접수는 다른 접수요원들이 담당했다.

문자 신고는 전화 신고와 다른 특성이 있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했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숨어서 신고할 때, 청각장애인 분들이 신고할 때 문자 신고를 많이 사용했다.

문자로 온 신고는 글로만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도와주세요"라는 짧은 문자 한 통에도 절박한 상황이 담겨 있을 수 있었다. 때로는 문자 내용만으로는 정확한 상황 파악이 어려워서 신고자에게 추가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 연결이 가능한지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접수요원의 역할이 더 어려웠다. 접수요원은 신고를 받으면서 동시에 신고의 긴급성과 위험도를 순간적으로 판단해 출동 순위를 결정해야 했다.

가장 어려운 상황 중 하나는 피해자가 간신히 신고버튼을 눌렀는데 내용을 제대로 말하기 어려운 경우였다. 가해자가 근처에 있어서 큰 소리로 말할 수 없거나, 부상으로 인해 말하기 힘든 상황일 때였다. 이런 경우에는 경찰관이 먼저 상황을 가정하고 질문해서 "네", "아니요"로만 대답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했다.

"지금 가해자가 근처에 있으시면 '네'라고만 말씀해 주세요."
"다치신 곳이 있으시면 '네'라고 해주세요."
"119 구급차도 같이 보내드릴까요?"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상황을 파악해서 적절한 출동 지시를 내려야 했다. 신고자의 작은 신음소리 나 주변 소음까지도 놓치지 않고 들어야 했다. 전화 너머로 들리는 고함소리 나 물건 부서지는 소리가 상황의 긴급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다른 어려운 경우는 전화를 해서 아무 말도 없이 울기만 하는 신고자를 상대할 때였다. 특히 어린아이들이나 극도로 당황한 성인들이 이런 경우가 많았다. 이때는 접수요원이 차분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신고자를 진정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괜찮아요. 천천히 말씀해 주세요."
"지금 안전한 곳에 계신가요?"
"무슨 일인지 차근차근 말씀해 주시면 도와드릴게요."

울고 있는 신고자를 달래면서 동시에 상황을 파악하고 출동 지시를 내리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때로는 10분 넘게 신고자를 달래 가며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접수요원들은 신고자의 목소리 톤이나 말하는 방식을 통해서도 상황을 판단해야 했다. 진짜 위급한 상황인지, 과장된 신고인지, 허위신고인지를 순간적으로 구별해 내는 능력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강도가 들었다"는 신고가 들어와도, 신고자의 목소리가 너무 차분하거나 주변이 조용하더라도 심각한 상황을 의심해봐야 했다. 반대로 신고자가 극도로 당황하고 있는 것 같아도 허위신고 일 수 있었다.

가끔은 신고자가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서 접수요원이 직접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 집에 이상한 사람이 와 있어요"라는 신고가 들어왔을 때, 그것이 불법침입인지, 가정폭력인지, 아니면 단순한 오해인지를 신고자와의 대화를 통해 파악해야 했다.

이런 모든 과정이 몇 분, 때로는 몇십 초 안에 이루어져야 했다. 그리고 그 판단에 따라 경찰의 출동 순서가 결정되고, 때로는 사람의 생명이 좌우되기도 했다.

나는 팀 서무를 하면서 이런 접수요원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하루 종일 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수십, 수백 건의 신고를 처리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다. 특히 주말이나 명절 같이 신고가 폭주할 때는 휴식시간도 제대로 못 가질 정도로 바빴다.

지구대나 파출소가 현장의 최전선이라면, 112는 시민이 만나는 경찰의 첫 얼굴이었다. 신고자들에게 112 접수요원의 목소리는 절망적인 순간에 들리는 희망의 목소리였다.

실제로 시민들이 나중에 "그때 112에서 친절하게 도와주셔서 감사했다"며 문자로 감사 인사를 전해올 때가 종종 있었다. 반대로 "112에서 불친절하게 대했다"는 민원이 들어올 때도 있었다. 목소리만으로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112는 24시간 365일 운영되기 때문에 야간에도 공휴일에도 쉬지 않는다. 새벽 시간대에는 상대적으로 신고가 적어지지만, 그때 들어오는 신고들은 대부분 심각한 사건들이었다. 강도, 절도, 가정폭력, 성폭력 등 위급한 상황들이 많았다.

112 상황실에서의 경험은 목소리만으로 상대방의 상황을 파악하고, 한정된 정보로 상황을 판단하고, 긴급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접수요원들은 현장에 직접 나가지는 않지만, 목소리로 현장을 전달받고 목소리로 도움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