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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omo Nov 19. 2021

불편한 희극인들이 보고 싶다

불편함보다 더 소중한 웃음을 찾아서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 댄서들이 열띤 경연을 펼쳤던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갈라토크쇼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갈라쇼에서는 그동안 방송에서 보기 힘들었던 여성희극인들이 스우파의 각 캐릭터에 맞게 스개파(스트리트개그우먼파이터)로 분해 원조댄서들과 열띤 경연을 펼친다. 과장된 몸짓, 재미있는 흉내로 희극인 본연의 감각을 잃지 않고도 하나하나 스우파 크루들의 춤동작을 기가 막히게 재현하는 모습에 1분 남짓 방송에 나오는 저 동작을 위해 얼마나 피나는 연습을 했을까 싶었다. 


경연의 젇지(judge)로 참여한 장도연 역시 본인도 겪었던 경험인만큼 그들의 보이지 않은 수많은 노력이 떠올라서일까 짧은 시간 복받치는 감정을 애써 누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훌륭한 희극인들을 이제 개콘에서도 웃찾사에서도 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웃음, 실력 빠지는게 없었던 스트릿 개그우먼 파이터.


한명한명 다재다능했던 희극인들이 자취를 감춘 이유는 개콘이나 웃찾사같은 프로그램이 결국 폐지되며 그들이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대에 뒤떨어진 포맷 유지, 소극장을 통한 현장감각 수련 및 신인 발굴기회의 축소, OTT 플랫폼의 강세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결국 웃겨야한다는 특성의 패러디, 비하 개그에 대한 과도한 검열과 낙인찍기가 그들의 날개를 더욱 움츠리게 했던 사실은 간과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예능프로 '놀면 뭐하니'에 출연 중인 러블리즈의 미주에 대해서도 MBC 시청자위원인 김모씨는 "미주씨가 보여주는 캐릭터에 불편함이 있다”며 “옛날엔 불편하지 않았지만 젠더감수성 이야기도 많이 하고 특히 젊은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놀면 뭐하니를 시청했을 때, 미주 캐릭터가 흔히 예쁘고 섹시한 백치미 캐릭터로 비칠까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밝히며 예능 캐릭터에 대한 비판의견을 낸 적 있다. 


시청자위원의 애정어린 조언이라 여길 수 도 있지만 이러한 '백치미 캐릭터'라는 의견이야 말로 지극히 주관적이고 여성 예능인의 활동범위를 축소시키는 불친절한 발언이었던 것이다. 대중가수로서 본연의 위치에서 전도유망한 젊은 여성 예능인에 대해 평면적으로 드러나는 한 프로 일각만을 대상으로 한 발언으로는 적절치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기가 일가를 이루지 않은 다른 분야에 대해 당당하게 물어보는 열띤 청년의 모습을 발견할 수는 없었을까?


불편함을 표현하는 것이 어쩌면 여성예능인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정말 드물겠지만 이런 각도에서 본다면 누군가는 스개파의 스우파 패러디를 "열정을 다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댄서들을 개그소재로 희화화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스우파 멤버들에 대한 애정일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이 주류가 되는 사회는 결코 마음껏 활짝 웃을 수는 없는 회색 빛 사회일 것은 자명하다. 희극인들은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안무를 펼치는 댄서들만큼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재미를 추구해야 하는 그분야의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내재된 불편함만을 마구잡이로 뱉어내는 사회에서는 더이상 주말의 마무리를 가족들과 함께 웃으며 보내는 시대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가끔씩 불편하면 어떠랴? 내 배꼽을 책임져줄 희극인들이 하루빨리 재미있는 패러디와 위트있는 조롱으로 내 주말을 다시 책임져주길 소망해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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