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이 아니라 "왜 이제서야?"가 되어야 한다
검찰개혁의 마지막 퍼즐인 수사권 완전분리에 대해 진보진영 내에서도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임기 말 현 집권당에 대한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꼼수라는 의견과 충분한 숙의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라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검수완박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단어자체가 수사권이 어디론가 증발하는 것으로 오인하기 쉽고 검찰을 약자로 치환해 핍박받는 모양새를 만들어주기 딱 쉽다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검찰의 비대화된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기관에 양도하는 권력의 균형추를 맞추는 기소권 분리의 본의를 왜곡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수사권은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다. 한국형 FBI를 창설해 전문적인 수사기관을 만들어 수사의 전문화를 꾀하고 이를 통해 그동안 정치검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던 검사들 역시 기소업무에 충실하여 개혁적인 검찰기관으로 혁신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기소권 분리라는 시대적 과제가 등장한 것은 검찰의 지난 과오가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다. 그동안 검찰의 선택적 수사, 선택적 기소로 권력자들만 피해를 본 게 아닌 것은 진보진영이 더 잘 알지 않는가? 민주화시대까지 이야기할 것도 없다. 산업재해 구속기소율 0.02%, 검사범죄 불기소율 97.2%는 검찰의 민낯을 너무나도 명징하게 드러내는 단면이다.
민주당의 꼼수 개혁이라는 비판에도 수긍할 수 없다. 전술한 바와 같이 수사권은 어디로 증발하지도 어디로 도망가지도 않는다. 윤석열 정부의 수사기관으로 당연히 기능하게 되어 있다.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그 수사기관은 엄정한 법의 기준으로 전임정부에 대해 필요한 수사를 할 것이다.
5.10일 이전까지 검찰개혁 마무리를 짓겠다는의지도 윤석열 당선인의 책임이 크다. 그는 검찰총장 청문회에서는 기소권 수사권 분리에 대해 찬동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대통령 후보로 나서서는 검찰을 법무부의 수사지휘권마저 폐지시키고 명실공히 4부화시키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그야말로 그의 말처럼 그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대통령이 되어서도 검찰조직에 절대 충성하는 사람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정부에서 기소권 분리라는 대의를 이룰 수 있을까?
기소권 수사권의 완전분리에 대한 숙의과정은 지난 70년의 역사에 드러난다.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화운동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살아야만 했고 시간이 흘러 문민정부를 지나 21세기가 되어서도 검찰은 전국민이 알아볼 영상이 공개되었지만 검찰 출신에 법무부 차관자리까지 오른 인물을 두 차례 조사에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런 그들의 과오들이 역사에 촘촘히 박혀있는데 아직도 수사권 분리가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아직도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겠는가?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 게 아니라 만명에게만 평등하다" 강변했던 노회찬 대표의 말처럼 긴 시간 그들이 향유했던 권력의 마침표를 찍는 여정에 대한 질문은 그래서 "왜 지금"이 아니라 "왜 이제서야"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