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처음 자동차를 샀을 때 가족, 친구들이 함께 모여 고사를 지내고 안전운전을 기원할 뿐 아니라 소중한 자동차에 이름까지 붙여주며 애지중지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자동차는 매일 출퇴근을 함께 하는 파트너이자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푸른 바다를, 높고 청량한 산을 보러 함께 떠나는 동반자이자 명절에는 그리운 고향땅을 함께 밟는 소중한 가족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동차는 다른 물건들에 비해 함께 하는 시간이 길기도 하다. 요즘 자동차는 기술의 발전으로 못해도 10년은 너끈히 탈 수 있으니 첫차를 구매하고 폐차를 할 때까지 10~20년가량 함께 한다고 생각해보면 반려동물 못지 않은 긴 시간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으니 말이다.
자동차에 인격을 부여한 사례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트랜스포머'의 <범블비>, '사이버포뮤라'(또는 영광의 레이서)의 <아수라다>는 어쩌면 우리가 부여했던 그 인격을 '명징'하게 드러내는 예술적 창작이 아니겠는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자동차와 인간의 교감. 트랜스포머(좌), 영광의 레이서(우)
이렇게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자동차도 시간이 지나면 생물처럼 그 기능과 수명이 다해 흙으로 돌아갈 시간이 오게 된다. (자동차는 고철, 자원이라 말하는 게 정확하다 하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의 죽음, 즉 폐차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 어떻게 하는 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어떻게 보면 폐차의 과정은 사람으로 치자면 사망진단서를 떼고(등록말소증 발급) 폐차장에 차량을 입고하고(장례), 차량을 분해하고 자원화(매장)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볼 수 있을텐데 그렇게 아끼고 애지중지하던 자동차를 어느 순간 고장이 나고 시들시들해지만 정비센터에서 "대충 아는 곳에 맡겨서 폐차해주세요" 이러고 마는 것을 보면 그 때 그 소중했던 순간들, 소중했던 마음들은 어디로 갔을까?
폐차를 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폐차장을 찾는 일이다. 당연한 일이다. 장례식장을 찾듯이 마지막 가는 길을 보내줄 폐차장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 폐차장은 법률용어상 '자동차해체재활용업자'로 말 그대로 자동차를 폐차하고 그 자원을 재활용하는 산업체라고 보면 되겠다. 국내에는 2020년 10월 현재 537개사가 전국에 등록되어 있으며 해당 업체를 통해 자동차폐차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만약 모르는 사람이 자기가 폐차를 해주겠다거나 신차 딜러나 정비사가 폐차를 해주겠다고 하면 정중히 사양하자. 엄밀히 말하면 이 것 모두 불법이다. 자동차 관리법 57조의2 (폐차의 매매알선 금지) 조항에 따라 자동차해체재활용업자가 아닌 사람이 폐차를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되기 때문이다. 장례식을 치루는 데 상조회사가 아닌 전당포나 심부름센터에 맡기는 경우는 없지 않겠는가? 반드시 등록된 관허폐차장(자동차해체재활용업체)를 찾도록 하자.
※ 관허폐차장을 찾는 법은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kadra.or.kr)에 접속해서 폐차장안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폐차장을 찾고 전화를 하게 되면 차량에 대한 현재상황(차종, 연식, 운행가능, 알루미늄휠, 배터리 등)을 확인하고 운행이 가능할 경우엔 탁송(대리운전 형식으로 차량운반), 아닐 경우 견인차량을 통해 운송을 하게 된다.
이 때 반드시 차량인수증을 받도록 하자. 물론 폐차인수증명서라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있는 법정서식은 폐차장에 들어오고 나서 받을 수 있지만 견인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폐차를 진행하면서 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이 폐차를 하면 돈을 내야하나, 말아야 하나이다.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대부분 돈을 받을 수 있다. 차주는 고철값이라 부르는 차대비를 받을 수 있는 데 이 금액은 폐차를 자원화해서 나오는 수익을 감안해서 책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시기에 따라, 차종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만약 좀 더 많은 돈을 받고 싶다면 LME(London Metal Exchange)에서 철스크랩 시황을 확인해보고 폐차시기를 조율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자원가격 뿐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해당 자동차가 전세계에 얼마나 많이 보급되어 있고 중고부품으로 수출가능한 지가 더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것이다. 실제 자원재활용업은 얼마나 공정이 단순화되느냐에 따라 수익이 더 창출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부품 그 자체가 Needs가 남아 있을 경우가 자원의 가치가 더 높아지게 된다.
이제 자동차는 폐차장에 들어와서 이제까지 살아왔던 내력을 돌아보게 된다. 자동차원부조회를 통해 과태료가 체납된 건 없는 지 압류가 잡혀있는 것은 없는 지 확인을 하게 된다. 갈 땐 가더라도 내야할 건 다 내고 가야하는 것이 냉혹한 폐차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물론 폐차는 죄가 없다. 신호위반하고 불법주차한 차주의 책임이니까 당연히 내야하는 것도 당연지사.
무사히 서류 절차를 마치게 되면 자동차는 폐차장에 입고를 하게 되고 차량검수표를 작성하여 폐차인수증명서를 발급하게 된다. 이순간부터 차주의 소중한 자동차는 폐차장에게 인도되는 것이고 이 후부터 자동차의 소유는 폐차장에게로 귀속하게 된다.
폐차절차 중 행정상 마지막 절차라 할 수 있는 말소신청은 사망신고와 같이 자동차등록을 말소하는 것이므로 각지자체 차량등록사업소에서 하게 된다. 이를 위해 폐차장에서는 번호판을 폐기하고 이를 증명할 서류, 폐차인수증명서, 차량등록증 등 필요서류를 지참한 후 자동차 등록을 말소하게 되는 데 이 과정이 끝나고 나면 이제 자동차는 더이상 도로를 달릴 수 없는 폐차가 되는 것이다. (Adios)
이로써 행정상 자동차의 폐차절차는 끝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체납이 많아 차령초과폐차를 진행하거나 대기오염저감장치를 부착한 차량의 폐차,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는 조기폐차 등 다양한 폐차의 행정절차들은 더 복잡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진행되는 자동차의 폐차과정은 위와 같다고 볼 수 있다.
한번은 1989년식 소나타1 차량을 폐차하러 직접 오신 고객이 있었다. 나이도 지긋하신 노신사는 당장 어제 뽑았을법할 정도로 잘 관리된 차량을 가지고 오시며 "정말 내 새끼처럼 아꼈어. 하지만 이제 내가 운전하기에 나이도 많이 들어서 면허증은 반납하고 폐차시키려고 말이야"라고 하시며 손수 차량을 운전해오셨던 것이었다.
그 마음이 너무 아름다웠다. 처음 그마음 그대로 자동차를 사랑하는 마음. 보내는 그순간까지도 주변사람들의 안전과 떠내보내는 자동차까지 생각하는 그 분의 마음.
매년 수만대를 폐차하고 수십만대를 자원화하는 기업에서 6년간 근무했다. 매일매일 들어오는 수많은 폐차를 바라보다보면 그 쓰임을 다해 이제 자원으로 돌아갈 자동차에게 알게 모르게 아련한 마음이 들고는 했다. 저 자동차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파트너이자 소중한 동반자, 가족이었겠지? 십수년간 한 가족을 위해 달렸던 자동차가 이제 그 종착에 다다른 것을. 고마웠다. 폐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