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스타인호어, 2016년 6월 4일, 뉴욕타임스
원문 : Senate Votes to Require Women to Register for the Draft
군대 내에서 여성의 역할을 가지고 갑론을박이 아직까지도 한창인 가운데, 미국 의회가 만 18세가 되는 자국 여성으로 하여금 군대 징병을 위한 등록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엄청난 후폭풍이 워싱턴을 감싸고 있다.
이번 주 화요일, 미 상원은 어린 미국 여성들도 군대 징병을 위한 등록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포괄적 군사정책 법안을 승인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보수 성향이 강한 국회의원들과 몇몇 인터넷 조직들이 강렬하게 반대했지만, 이 법안은 양 당의 여성 입안자들과 공화당 의원들의 열렬한 지원을 통해서 통과되었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이 진행 중이었던 1973년 이래로 징병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징병 관련해서 이 법안은 오늘날 군대 내에서 대두되는 여성의 역할을 투영시킨 결과나 다름없다. 그래서 법안에 따른 파급력도 엄청날 듯 보인다.
이번에 미국 상원의 통과시킨 법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2018년 1월 이후로 만 18세가 되는 미국 여성 청소년들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징병 등록 프로그램(Selective Service)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만약 등록을 회피할 시, 연방정부의 무상 장학금 등 다양한 사회복지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불이익도 남성이 받는 것과 똑같다. 기한을 2018년으로 정한 까닭은 작금의 복지 체계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서다.
애리조나 주 상원의원이자 국회에서 군사위원회장으로 활동하는 존 맥케인(John McCain)은 "미국의 모든 지도자들, 남성 및 여성 군 통솔자들은 여성에게 군대의 다양한 면모를 개방하는 것이 공평하다는 점을 믿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여성이 징병 프로그램에 등록하게 하는 것도 공평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1981년 미국 연방 대법원은 여성이 전장의 최전선에서 군사활동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 여성 군대 징병을 불허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작년 12월 애슈턴 카터(Ashton B. Carter) 미 국방장관이 펜타곤(국방부)도 여성들에게 문호를 개방한다고 말을 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국방장관의 공식적인 언급 이후부터 군 장성들은 의회에 달려가 여성들도 징병에 참여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로버트 넬러(Robert B. Neller) 미국 해병대사령관은 올해 2월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서 여성의 주요 전투병과 진출을 금지한 법안의 변화를 촉구하면서 "개인적으로 봤을 때, 신체적 능력이 있는 모든 미국인이라면 군대 징병 프로그램에 등록해야 한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여성 청소년들의 군대 징병 등록 프로그램 법제화를 두고 켄터키 주 상원의원인 미치 맥코넬(Mitch McConnell) 등 다수의 중진급 의원들을 비롯해서 군사위원회의 여성 의원들도 찬성과 환영의 뜻을 언급하는 것과 달리 매우 보수적인 성향을 피력한 몇몇 의원들은 이 법안을 엄청나게 공격하고 있다.
텍사스 상원의원이자 어린 두 딸의 아버지이기도 한 테드 크루즈(Ted Cruz)는 "전쟁을 할 때 어린 여성들을 강제로 징집해야 한다는 생각은 제가 보기에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의사당에서 기자들에게 밝혔다.
지난 화요일에 이 법안을 반대하는 표를 낸 크루즈 상원의원은 공개적으로 성명을 발표하면서 "우리의 수많은 딸들을 군대로 징집해서 치열한 전쟁터로 보내고 전투에 참여하게 만드는 이 법안을 저는 양심상 투표하지 않겠습니다."고 말했다.
이번 법안과 연관된 논란은 상원과 하원 사이에 벌어질 격렬한 싸움을 예고할 가능성이 크다. 하원도 징병 관련 체계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에 공감을 나타냈지만 상원처럼 법안 통과에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캘리포니아 하원 의원인 공화당 소속의 던컨 헌터(Duncan Hunter)는 그간 여성 개방 움직임을 반대했던 자신의 입장을 거두면서 상원이 통과시킨 내용과 비슷한 국방정책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기대와 달리 공화당 의원 몇 명이 찬성 쪽으로 쏠리면서 초당적인 협력 아래 통과되기도 했다. 하지만 표결 과정에서 반대파와 협의를 못 이뤄내 법안 자체가 무산되었다.
던컨 헌터 의원의 보좌관인 조 캐스퍼(Joe Kasper)는 "만약 헌터 의원이 위원회에서 법안을 발의하지 않고, 국가적 토론을 이끌지 않았다면, 과연 누가 이것을 총대 메려고 했었을까요?"라고 말하면서, "어쨌든, 우리의 작전은 성공했습니다."라고 평가했다.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상·하 양원 협의회를 거쳐 확정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논쟁이 끊임없이 촉발될 여지가 농후하다.
"엄청난 논쟁이 벌어질 주제입니다."라고 민주당 소속의 코네티컷 상원의원인 리처드 블루멘탈(Richard Blumenthal)은 말하면서 "하지만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되겠죠."라고 답했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양원에서 이 법안의 협의가 실패하더라도 여성 징병 관련 이슈들은 사그라들지 않을 거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런 변화가 이제는 필수적일 거라고 봐요." 아메리칸 대학에서 국제 외교를 가르치는 동시에 군사정책 분석가로 활동하는 노라 벤사흘(Nora Bensahel)은 "의회를 통해서 법제화가 되든 아니면 대법원에 가서 통과가 되든, 여성에게 군대의 모든 지위와 병과를 개방한 이상, 여성의 징병 불허 얘기는 논리적으로 근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고 평가했다.
여성 징병 허용 법안을 찬성하는 상원의원들을 비난한 보수주의 단체들은 지난 화요일에 공식적으로 법안이 통과되자 엄청난 분노감을 피력했다. 미국을 위한 헤리테지 재단(Heritage Action for America)은 보도자료를 배부하면서 "미국의 어린 딸들을 강압적으로 전쟁터에 내보내는 법안은 워싱턴이 군사적 목적과 그에 따른 합당한 준비보다 더욱 진보적인 사회공학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이번 법안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보수주의 단체들이 관련 쟁점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다며 반박을 시도했다. 공화당 소속의 네브래스카 주 상원의원인 데브 피셔(Deb Fischer)는 "징병에 대해서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상 그것도 미국의 모든 여성들을 보병대로 보내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전시 등 국가가 위태로울 때, 보병 말고도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여러 영역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보수적 성향의 의원들이 작금의 상황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이면서, 미 상원은 여성 징병 법안을 좀 더 공고하게 유지할 계획이다. 자신의 가문이 오랫동안 군사활동에 참여했고, 현재 공군에서 병사들을 통솔하는 며느리까지 얻게 된 존 맥케인 상원의원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에게 "당신이 그간 텍사스 주를 위해 여러 활동을 해왔던 점을 높게 삽니다. 그런 경험이 우리의 군사정책과 전쟁터에서 여성들과 함께 작전을 수행한 사람들에게 공유되지 못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