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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st in Translation Jul 05. 2016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는 의대생들

에이미 버그, 2015년 12월 21일, ESPN

원문 : How Abby Johnston Manages Olympic Training -- And Med School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선수들 가운데서 100명 정도는 훗날 의사가 되었다. 올림픽을 출전하고 메달을 도전하는 삶을 마무리한 다음에 홀로 공부를 해서 의대에 합격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Rio De Janeiro) 하계 올림픽의 문을 두드리는 선수 한 명이 있는데, 그녀는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과 동시에 의과 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을 동시에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영국 런던 하계올림픽 2주 차 기간의 어느 날, 애비 존스턴(Abby Johnston)은 선수촌 건물에 있던 맥도널드 매장에서 아침식사를 먹으려고 했었다. 듀크 대학(Duke)의 졸업반이자 전날에 싱크로다이빙 3m 종목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인 애비는 '미국'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운동복을 입은 채 줄을 섰다. 제비 스톤(Gevvie Stone)이라는 선수가 '미국'의 글자를 보자마자 그녀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제비 스톤은 프린스턴 대학 졸업생으로서 당시 올림픽 조정 경기의 싱글스컬(single sculls) 종목에서 7위를 차지했다. 그녀는 프린스턴을 졸업한 뒤 터프츠 대학 의과대학원에 다니는 2학년 대학원생이기도 했다.

 

애비와 제비는 대화를 시작하면서 같이 밥 먹을 자리를 찾았다.


"어떻게 운을 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라면서 제비 스톤은 애비와 경력 관련 상호적인 영감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그녀는 저의 말에 흥미를 보였어요. 왜냐하면 애비도 의과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몇몇 수업을 듣고 있었더군요. 저는 그녀에게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조정 경기를 출전하고자 대학원 1학년과 2학년 때 많은 시간을 연습에 투자했다고 말했어요. 의과대학원 진학이 곧 스포츠 선수로서의 삶의 종말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더불어 얘기해주었어요."


맥도널드 매장에서의 만남 이후 애비 존스턴과 제비 스톤 간의 연락은 끊겼다. 하지만 양측 모두는 당시의 대화가 결코 잊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했다는 점에 수긍했다.


"그녀와의 대화를 나누면서 제 마음 한 편에서는 올림픽 출전에 계속 도전하면서 동시간대로 의대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라고 존스턴이 답했다. 그녀는 2013년에 의과대학원 입학시험(MCAT)을 치렀고, 결국 듀크대학원으로 진학할 수 있게 되었다.


A (very) complicated schedule


듀크 대학의 의과대학원 학생들은 1학년 때 주로 교실에서 학기 대부분을 보내면서 병원의 임상실험에 참여한다. 이는 2학년 때 있을 실제 진료에 도움이 되기 위한 커리큘럼의 일환이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추후 1년 동안 공부에 매진하고 4년 더 병원에서 로테이션 근무를 하게 된다.


애비 존스턴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이 2학년 학기 말쯤에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도저히 가늠하기 어려운 임상실험의 길고 긴 시간이 자칫 자신에게 크나큰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임상실험이 어떤 방법으로 진행이 되든, 만약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할 시, 그 재앙은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2학년 때 3학년 커리큘럼을 대신 배워야겠다는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올랐어요."라고 존스턴은 말했다. "물론 면접 때 교수님들께 저의 아이디어를 말하지는 않았지만요. 그리고 심지어 제가 다이빙을 계속할 거라고 말하지도 않았고요. 다이빙을 계속하려는 제 자신이 교수님들께 의학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의과대학원 신입생 시절을 잘 보낸 존스턴은 방학 때 학과 사무실에 상급 커리큘럼을 다음 학기 때 배우고 싶다는 소망을 서한으로 내비쳤다. 학교 측이 허용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녀는 매우 기뻤고 안도감이 들었다고 한다. "학교 측의 도움으로 인해 제 일상은 매우 안정적으로 되었습니다. 임상실험에 참여하는 제 친구들은 하루 종일 거기에 힘을 쏟고 있지요."


현재 그녀는 의과대학원 2학년이다. 올해 6월쯤에 자신의 연구 프로젝트를 종지부 찍을 거라고 예상한다. 프로젝트를 마친 다음에 곧바로 미국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여할 예정이다. 만약 올림픽 선수로 선발된다면 여름방학 내내 훈련에 참여하고 8월에 리우데자네이루 행 비행기에 탐승하기를 바란다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그녀에게 그다지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 미국 선수가 이번 올림픽에서 싱크로다이빙 3m 스프링보드 종목에 출전할지는 아지까지 미지수다. 리우 행 비행기를 타려고 했다면 내년 2월 브라질에 있을 월드컵에 출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 수요일, 애비 존스턴은 자신의 파트너인 로라 라이언과 함께 전미 선수권대회에서 출전해서 우승을 했고, 2월 브라질 월드컵 출전 기회도 함께 얻었다. 미국 대회에서만 벌써 7번째 우승이다. 참고로 그녀는 일요일에 열릴 개인전에서도 우승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2월 브라질 다이빙 월드컵에서 미국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그녀가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1~2위를 기록해야만, 2016년 하계올림픽 출전 기회를 얻을 수가 있다. 리우 데 자네이로로 간다면 애비 존스턴은 국가대표로 두 번째 올림픽을 참여하게 된다.


계획은 참으로 순조롭지만, 그녀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의과대학원 신입생 시절에 그녀는 매번 눈이 휘둥그레졌다고 한다. "정말로 끔찍했어요."라고 말한 애비는 이어서 "무려 11개월 동안 저는 제대로 쉰 적이 없었다니까요."라고 말했다.


애비는 저녁에 학과 수업이 끝나면 곧장 근처 수영장으로 이동해서 자체적인 다이빙 훈련을 단행했다. 훈련이 끝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공부를 하곤 했다. 2학년인 그녀는 지금 일주일에 약 6일 정도, 하루에 3~4시간씩 훈련한다. 나머지 6시간과 더불어 일요일에는 의과대학원 연구 프로젝트를 홀로 진행한다.


"동시간대에 여러 일을 다 같이 처리할 때 저는 보다 효율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다이빙 훈련에만 매진하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에요. 저는 제 자신을 보다 혹독하게 다룰 줄 압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학교에 돌아와서 의사 모드로 바뀐 존스턴의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이 끼어 들어갈 공간이 전혀 없다.


그러고 나서 다시 다이빙 선수 모드로 돌아갈 때 그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청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만다. 런던 올림픽 출전할 때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듀크대학 졸업생들과 함께 훈련을 한다. "며칠 전에 훈련을 하는 선수들끼리 다이빙 선수 자격증을 취득한 지 얼마나 되었는가를 두고 얘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저는 '그러고 보니까 나는 선수로 10년 이상 활동을 해왔군.'라고 말했네요. 저와는 다르게 그들은 고작 취득한 지 3개월도 안 되었더라고요."라며 그녀는 웃었다. "연습을 할 때 동료 선수들이 저에게 학교 생활은 어떤지 물어보죠. 저는 좋다고 대답해요. 링거 주사를 맞았다는 얘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그들에게도 똑같이 학교생활이 어떤지 되물어 보곤 합니다."


Making it work


물론 모든 스포츠 선수들이 의과대학원에 진학하고자 남다른 노력을 하는 것도 아닐 테고, 모든 스포츠 선수들이 올림픽 개회 2달 전까지 학교를 다니면서 운동과 학업이라는 두 가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도 않을 것이다. 


조정 선수인 제비 스톤도 지난 영국 런던 하계올림픽 출전을 위해서 터프츠 의과대학원에 2년짜리 휴학계를 제출한 바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의 국가대표 선발전을 위해서 그녀는 정형외과 의사로서의 삶을 잠시 중단한 채 몸을 다시 만들고 있다. 조정과 관련해서 제비 스톤은 "올림픽에 나가려면 일단 몸을 제대로 가꿔야 하는데, 이것은 보통 2년이 걸려요.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몸의 체형도 유지해야 하며 전속력으로 노를 저을 단계까지 이르러야 해요."라고 설명했다. 그녀 역시 애비 존스턴처럼 하루에 4~5시간을 꼬박 훈련에 투자한다.


의과대학원을 다니면서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한 또 다른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밥 켐페이넌(Bob Kempainen)이다. 캠페이넌은 올림픽에 두 번이나 출전한 마라토너로서 1990년대 중반에 미네소타 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바 있다. 그는 현재 미네소타 주의 트윈 시티에서 호흡기내과 의사 겸 중환자의학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 경우는 말이죠."라고 운을 뗀 켐페이넌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하나 있어요. 만약 학교를 풀타임으로 다닌다면 훈련은 얼마나 할 수가 있을까요? 왜냐하면 학업을 할 시 런닝을 1년 365일 내내 할 수가 없게 되잖아요. 저도 훈련 목표량의 2/3 정도밖에 해내지 못했어요. 한 번 훈련할 때 제대로 해야 할 겁니다. 왜냐하면 공부를 하던 도중에 또다시 밖에 나가 훈련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에요. 자잘한 일상이나 여러 원칙 같은 것들은 철저히 무시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신이 세운 우선순위를 제대로 끝낼 수가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제가 훈련을 과하게 한다고 느낀 코치는 몇 번이나 저에게 주의를 줬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매번 저의 발목을 잡은 건 아니에요."라고 말한 그는 이어서 "다이빙 선수는 말이죠,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좀 융통성 있는 코치가 필요할 거예요."라고 답했다.


존스턴은 듀크 대학 다이빙 코치인 눈지오 에스포스토(Nunzio Esposto)를 최근에 만났다. 눈지오도 존스턴과 마찬가지로 학교를 다니면서 다이빙 동아리 감독으로 활동하는 인물이다. "그는 제가 스케줄에 따라 훈련 일정을 짜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라고 애비 존스턴은 말했다.


애비 존스턴에게는 3가지 이점이 있다. 그녀는 올림픽 출전 이력을 지닌 베테랑 선수다. 그래서 올림픽에 출전했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안다. 그녀는 이미 올림픽 메달을 자신의 목에 걸은 바 있다. 그래서 지금은 메달 욕심이 그리 없다. 여유가 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마라톤이나 육상과 다르게, (체력이 아닌) 기술과 경험이 우선시 되면서 심사위원들이 채점을 하는 종목에 도전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적용한다면 저는 상당한 이점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지난 수년 동안 연습을 거듭하면서 끊임없이 제 자신을 개선해왔습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저는 적은 시간에 더욱 효율적인 훈련을 하고 있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애비 존스턴은 의과대학원 휴학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 올림픽위원회에서 주는 돈으로는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제가 만약 휴학 처리가 되었다면, 그로부터 약 6개월 후부터 대출 금액을 상환하고자 노력했을 텐데요. 저는 지금 돈을 벌 형편이 되지 못합니다."


그녀는 지금 학업과 운동, 두 가지의 삶을 병행하고 있지만,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삶과 비슷하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어렸을 때 저는 병을 자주 앓은 소녀였어요."라고 말한 존스턴은 병원 의사 진료실에 갈 때마다 설명하기 어려운 아늑함과 편리함을 느꼈다고 한다. "병원에 가자는 말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울려고 하는 아이보다는 병원 자체를 좋아하고 의사나 간호사가 하는 일에 매혹적인 기분이 드는 아이에 가까웠어요."라고 그녀는 덧붙여 말했다.


리우 행 비행기 탑승을 위한 도전은 계속되면서, 그녀의 학업 스케줄 역시 계속 진행될 계획이다. 제비 스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애비 존스턴과 제비 스톤은 이번 브라질 올림픽 선수촌 건물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다시 만날 수가 있을까? 존스턴은 이에 대해서 "물론이죠. 저는 거기서 런던 이후의 삶, 임상실험 참여, 레지던트 시절 등에 관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싶답니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예요. 일단 저는 그녀 옆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요. 저는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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