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ura Cumming, 15 Nov 2015, The Guardian
원문 : The seven ages of an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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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늦은 예술가들도 있었다. 참고로 반 고흐는 20대 중반까지 그 어떠한 그림도 그리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젊은 예술가들은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미리 자신만의 스타일을 드러내도록 강요받는 듯하다. 사치 갤러리 소유주이자 미술기획자인 찰스 사치(Charles Saatchi)가 지난 1980년대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당시 영국 미대 학생들은 아직 시작단계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작업과 더불어 시장에 팔릴 만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미술가인 로르 프루보(Laure Prouvost)는 이른 나이의 성공이 커다란 위험성을 지닌다고 답했다. 이른 나이에 주목을 받은 20대 대다수가 후에 실패를 겪는데, 충분한 노력을 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충분한 실패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대일 때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생계수단으로 다른 일을 선택하기 마련인데 이는 예술 작업 활동에 큰 기여를 하기도 한다, 조각가 리처드 세라는 운송업을 하고 있었고, 에드 카인홀츠는 진공청소기를 판매하러 돌아다니고 있었다. 수잔 힐러는 젊었을 때 스코다 공장에서 일을 했다고 실토했다. 몸을 혹사시키기보다는 잡생각을 조금이나마 할 여지를 아예 없애 버리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업종이었다.
아마도 약간의 자유가 활동 초기에서, 남들의 시선에서 해방되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만약 주변으로부터 시선을 체감한다면 동일한 스타일을 고수해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감에 지칠 수 있다. 그래야 살아남는다는 주문에 걸려서 말이다. 그간 내가 만나 본 30~40대 예술가들은 미술관이나 잠재적 고객층이 좋아할 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데 크나큰 고통을 토로했다.
옛날부터 들리는 한 가지 격언이 있다. 성공한 사람은 작업을 하고, 실패한 사람은 가르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구절은 예술가들에게 적용되기 어려울 게다. 예술가들 대다수가 한 때는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누굴 가르쳤기 때문이다. 내 아버지이자 화가인 제임스 커밍도 마찬가지다. 저녁 시간에 회화수업을 운영했고, 끝나자마자 우리 집의 2층으로 쏜살같이 올라 가 이젤을 찾으며 그림을 그리곤 했다.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밀접하다.
나이가 50에 접어들면, 기쁨과 고통, 그리고 노동을 통해 장기간 이 업계에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프랑스 화가인 에드가 드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25살 때 다들 자신이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너무나 힘든 점은 그것을 50대까지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60대가 되면 지금까지 한 작업보다 앞으로 못할 작업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이가 70세 넘은 몇몇 예술가들은 대중의 주목과 시선에 상관없이, 그것을 제쳐두고 자신이 어느 단계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직면한다.
현대미술의 '대모'이자 70세가 된 다음에 국제적 명성을 획득한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라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98세에 사망했는데, 사망하기 전까지 매주 조각을 완성해 냈다. 부르주아는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는 자신을 조명하면서 이러한 상황이 자신의 작업에 보다 나은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말한 바 있다. 가장 극적인 예술은 늦게 꽃 피워지기 마련이다. 티치아노 말기에, 피카소 말기에, 마티스 말기에, 휠체어에 앉아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해서 결국 콜라주를 고안해낸 것처럼, 젊었을 때보다는 생의 마지막에서 보다 혁명적이고 역동적인 예술을 창조해낼 가능성은 많다.
예술에 영원히 몸 담을 필요가 없다. 마르셀 뒤샹은 무려 30년 동안 자신의 인생을 가르치는 것과 체스 두는 것으로 허비했다. 올해 100세가 된 쿠바 출신의 위대한 화가, 카르멘 에레라(Carmen Herrera)는 89세 때까지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지 않았다. 에레라는 지금도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그림을 그린다. 그녀의 조언은 다음과 같다. 20대라면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당신은 예술가가 되기로 선택한 게 아닙니다. 다만 예술이 당신 안으로 찾아간 거죠. 마치 사랑에 빠지는 것과 비슷하게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