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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st in Translation Jul 14. 2016

"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라"는 조언이 최악인 이유

첼시 파간, 2015년 6월 30일, 미디엄

원문 : Why "Don't Worry About Money, Just Travel" Is The Worst Advice of All Time


약 2년 넘게 SNS를 통해서 알게 된 지인 한 명이 있다. 간간히 이런저런 일을 하는 그녀는 다재다능하면서도 참으로 멋진 청년이다. 최근에 그녀가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자 본국인 유럽으로 돌아간다는 뜻을 나에게 밝혔다. 이러한 그녀의 결정에는 여러 합리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마도 그녀는 현재 위대하고 좋은 기업에 취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 역시 나의 생각에 동의한다. 유럽으로 돌아가 학업을 계속하려는 이유로 "좀 더 배울 기회를 갖고 자신의 시각을 더욱 넓히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현실에 직면하면서 더욱 나은 경력을 갖추고자 준비하는 것은 후순위였나 보다. 뭐, 물론 그녀의 이유도 매우 타당하다. 하지만 사실은 그녀는 자유를 더욱 많이 만끽하고 싶었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다니고 싶고, 학업을 선택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고, 좋은 레스토랑에서 정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했었을 것이다. 그녀는 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다. 가족으로부터 꾸준한 지원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그녀는 풍족하게 살아갈 여지가 높다. 유전적 복권(genetric lottery)에 당첨된 사람의 전형적인 유형에 속했기 때문에 그녀가 자신의 운명 덕택에 자유를 즐기는 모습을 우리가 경계하는 건 어쩌면 무의미하다.


하지만 자신의 운명 덕택에 그런 태도(attitude)를 지니는 것에 대해서 경계하는 건 유용하다 못해 매우 중요하다. 미래의 경제적 안정에 그리 염려 안 해도 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무조건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걸 부추기는데, 여기서 여행은 도의적 충동(moral imperative)에 가까운 개념이며, "여행 자금"을 하찮은 것이라고 여기며 그다지 염려하지 않는 것까지 포함된다. 앞서 언급한 그녀도 아주 호화스러운 사진에 멋진 경구를 담아낼 테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저 멀리 떠나는 걸 강조하면서, 어디선가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 지금의 직업을 무작정 그만두는 자세를 중요시하며, 어딘가에 속박된 채로 살기에는 대단히도 젊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언급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은 야심 가득한 포르노(aspirational porn)다. 포르노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는데, 하나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러한 삶을 살지 못해서 안달 나게 만드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렇게 하지 못해 실패 가까운 부정적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상류층이 일반 사람들에게 보내는 격려의 메시지와 다를 바 없다. 너도 그렇게 할 수가 있다고, 무엇이든 돈을 가지고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라고 말이다. 여행을 하기 위해서 길을 떠나는 것(Traveling for the sake of travel)은 개인의 업적이 결코 아니다. 여행이 당신을 좀 더 교양 있는 사람, 혹은 다른 사람들보다는 약간 특색 있는 인물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젊은 시절에 집을 끊임없이 떠나면서 다른 곳을 널리 여행 가는 특권을 지닌 사람이 집에서 계속 지내면서 다양한 일을 하면서 언젠가 여행이 하나의 업무가 되는 직업을 가지겠다고 염원하는 사람보다 훨씬 영민하고 더욱 가치가 있고, 보다 나은 사람은 아니다. 여행은 돈과 접근성의 문제다. 그리고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마치 "돈" 때문에 걱정하고 염려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아주 하찮은 고뇌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계속될 경우 설상가상으로 곤욕을 치르게 된다.


과거에 나도 여행을 떠날 수가 있었다. 비록 이곳에서 열심히 일을 한 다음에 해외 체류 생활 비용을 내가 스스로 마련해야 했지만, 나의 그런 행동으로부터 상당하면서도 유익한 특권을 지금까지도 얻게 되었다. 나는 중산층 과정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경제적 지원이나 도움 같은 걸 받을 필요가 없었다. 이것은 일이 잘 안 풀릴 경우에 언제나 내가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한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집에 머무르면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인 채 그럭저럭 여행 비용을 충당했다. 지금도 이 세상에는 내가 말한 것을 인정하지 않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있고, 심지어 그들은 스스로 여행 비용을 충당할지라도, 해외로 떠나는 것이 생각한 만큼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할 테고, 돈도 엄청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세계를 볼 수 있는 수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만이라도 나는 영원히 감사함을 느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게다가 나는 현재 여행을 떠날 능력이 있는지, 아니면 없는지가 어떤 사람을 판별할 수 있는 요소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우리 주변에 어떤 사람들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든, 아니면 태어나지 않았든 간에, 더 많은 삶의 책임감과 헌신을 가지면서 쓸 수 있는 재화를 일부러 한정해서 살기도 한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 학자금 대출을 빨리 갚기 위해서, 경제적으로 독립된 인격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있고 싶지 않은 직장에서 계속 일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사람들이 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뭔가를 배우고 시각을 넗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들은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취할 수 있는 옵션이 그저 적었을 뿐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학습하고 경험을 쌓으며 시각을 팽창시키기도 한다. 그들은 근면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이미 인지했으며 여행으로부터 도출되는 만족과 희열을 일시적으로 연기했을 뿐이다. 약간은 느릿느릿하게 약소한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법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동유럽을 마음껏 여행하거나 뒤에 배낭을 메고 자유여행을 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하지만 여행을 하지 않는 것이 개성이 적다는 말과는 일맥상통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 "돈에 그리 걱정하지 말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너의 꿈을 따라가면서 보다 자유롭게 행동"하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은 "걱정"이라는 단어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두고 완전히 잘못 해석한 세태의 산물이나 다를 바 없다. 거들먹거리지만 일부러 겸손한 척하는 여행 작가들이 쓰는 "걱정하지 말고"는 "삶의 우선순위를 미리 두지 말거나 삶의 무게를 너무나 무겁게 만들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왜냐하면 어느 단계에서 여행가들은 당신이 경험을 쌓기 위해서 여분의 돈까지 추가적으로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포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하는 것"이 실제로 뜻하는 바는 당신이 돈을 벌고 저축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뒀다는 일종의 판단에 기인하거나, 아니면 돈을 많이 벌지 않기 때문에 자아를 발견하고자 동남아시아나 인도에 가서 수천 달러를 쓰면 훗날 거지꼴로 길거리에서 노숙할 거라는 자발적 인식에 가깝다. 현재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은 어떤 선택을 내리든지 간에 자신의 인생이 좀 더 힘들워질 거라고 내다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경제적 독립과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방법과 길을 설계한다. 그리고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 가운데서 당신은 매우 운이 좋아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따로 가지며 새로운 것들을 많이 시도할 수 있는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당신은 먼 훗날에 엄청난 부를 쌓아 올리면 그러한 생활은 저절로 따라올 테니까. 뭐, 이런 생각도 괜찮다. 그리고 당신이 지금 특권을 지닌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 죄를 지은 사람처럼 행동할 필요도 없다. 단지 당신의 특권과 삶의 방식이 남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그리 건강하고 생산적이지 않는 영향만 끼친다는 사실을 자각해주길 바랄 뿐이다. 인생의 의미를 찾거나 종교인처럼 득도(spiritual enlightenment)를 하기 위해서 동료나 친구들에게 당신의 흔치 않은 길을 같이 가자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은 당신이 얼마나 '병신(asshole)' 같은 존재임을 깨닫게 해준다. 당신이 지루한 "자기계발적" 문구나 SNS에 올리면 아마 당신과 비슷한 경험이나 배경을 지닌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화답을 해올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실제로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혹해서 최악의 조언을 수용해 집을 떠나는 사람들을 용납하지 않으실 거다. 만약 그들이 당신이 해주는 최악의 조언을 수용해서 재미나 시간을 벌려고 학위를 따거나 남미 대륙을 정처 없이 터벅터벅 걷게 된다면, 그리고 여행이나 해외 체류가 다 끝난다면, 그들은 여행 및 체류 계획을 세울 때보다 더욱 하찮은 존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그 어떠한 열쇠 꾸러미 기념품도 현실에서의 아픔을 완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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