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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st in Translation Jul 13. 2016

불륜 재정의: 왜 행복한 커플들이 바람을 피울까?

에스더 페렐, TED 2015

원문 : Why happy couples cheat


왜 우리는 바람을 피울까요? 왜 행복한 사람들이 불륜을 저지르는 걸까요? 가끔 우리가 "부정(infidelity)"이라고 얘기할 때, 그것은 정말로 무얼 의미할까요? 섹스, 사랑 이야기, 매춘, 비밀 채팅,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일종의 메시지? 왜 우리는 남자들은 주로 지루함과 친밀감의 두려움 때문에, 그리고 여자들은 외로움과 친밀감의 갈구 때문에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불륜은 언제나 관계의 끝을 의미하는 걸까요?


지난 10년 간 저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서로 간의 애정이 산산이 부서진 수많은 커플들과 대규모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커플들의 정체성과 관계, 그리고 행복을 단번에 앗아간 간단한 행위가 존재했었는데, 바로 불륜이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런 매우 흔한 행위에 대해 잘 모릅니다. 저의 얘기는 사랑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간통은 결혼제도가 성립된 이후로 내내 존재했었습니다. 존재한 시점부터 간통은 사회적 금기로 변모했습니다. 기실 불륜은 결혼제도가 두려울 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했기 때문에 성경조차도 두 번이나 이것을 질타하는 계명을 삽입했습니다. 하나는 실제로 행하는 것, 또 하나는 생각만이라도 하는 것 말이죠. [웃음] 불륜은 널리 보편화되어 있는 금기입니다. 또 불륜은 널리 보편화되어 있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금기와 행위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요?


역사는 남성들은 관행적으로 바람을 피울 권리를 획득했는데, 이는 그들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한다는 욕구를 정당화하는 생물학적, 진화적 가설이 뒷받침했다는 사실을 설명해줍니다. 그래서 불륜에 대한 이중 잣대는 그만큼 역사가 오래되었죠. 하지만 침대 시트 밑에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누가 과연 알겠습니까? 그렇죠? 섹스에 대해서 남성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더욱 촉진되거나 과장되기는 반면, 여성들은 숨기고 최소화하며 심지어 부정까지 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서 우리는 지금도 몇몇 나라들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성을 사형시키는 법률을 유지한다는 사실에 그리 놀라워하지 않을 겁니다.


일부일처제는 "인생에서 단 한 명"을 뜻했지만, 오늘날에는 "한 번에 한 명씩"을 의미합니다.


[웃음]


제 말인 즉슨, 이 자리에 있는 여기 관객분들도 이런 생각을 한 다는 것이에요. "모든 인간관계에서 나는 일부일처제적인 사람이야."


[웃음]


과거 사람들은 결혼을 한 다음에 처음으로 섹스라는 것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사람들은 결혼을 한 다음에 다른 사람들과 섹스하는 것을 멈춥니다. 중요한 점은 일부일처제와 사랑 간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남자들은 아이들이 과연 누구의 자식인지, 그리고 죽기 직전에 소들을 누구한테 물려줘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 오직 여자들의 정절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대중은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수가 과연 얼마인지를 알고 싶어합니다. 여기에 도착한 직후부터 나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웃음] 지금 이 자리에도 저에게 질문했던 사람이 있겠죠. 여하튼 불륜의 정의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섹스 채팅, 포르노 시청, 데이트 어플에 몰래 접속하기 등등. 불륜이 의미하는 것에 대한 폭넓은 정의가 그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대중의 26~72%는 각기 다른 답변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매우 심각한 모순에 빠져 있습니다. 설문에 응답한 사람들 가운데서 95%는 파트너나 배우자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점을 자신에게 알리지 않는 행위는 너무나도 잘못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비율 만큼의 사람들은 또 이런 대답을 내놓을 겁니다. 만약 바람을 피운다면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알리지 않겠다는 점 말입니다.


제가 아끼는 불륜의 정의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세 가지 중요한 점을 내포합니다. 1) 비밀스러운 관계는 불륜의 중추적인 뼈대를 이룹니다. 2) 어느 단계에서의 감정적 동일시, 그리고 3) 성적 마력(alchemy)입니다. 이 부분에서 핵심 단어는 바로 '마력'입니다. 왜냐하면 키스만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크나큰 마력이 있을 시 실제로 섹스를 하는 것 같은 생생하면서도 강력한 흥분을 주기 때문입니다. 작가 마르셀 프로스트(Marcel Proust)가 언급했다시피, 사랑은 상대방 때문에 지탱되는 게 아닙니다. 사랑은 나만의 상상력으로 계속 지탱되는 겁니다.


그래서 불륜을 저지르는 것은 그렇게 쉽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불륜은 비밀로 관계를 계속 지속시키는 것만큼은 어렵지 않습니다. 또한 불륜은 심리적 상처로 설명된 적이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결혼이 경제적인 결합을 뜻한다면, 불륜은 경제적 지속성을 해치는 불안 요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양상은 달라졌습니다. 오늘날 결혼이 낭만적인 합의를 뜻한다면, 불륜은 우리의 정신을 해치는 불안요소로 등극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사람들은 좀 더 순수한 사랑을 찾아나서고자 바람을 피웠습니다. 현재 우리는 결혼을 하면서 사랑을 찾게됩니다. 그리고 불륜은 그것을 파괴시킵니다.


불륜은 각기 다른 세 가지 방식으로 해를 끼칩니다. 우리는 무한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만한 상대방을 찾는 낭만주의적 이상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고의 애인, 최고의 친구, 최고의 부모, 내가 신뢰하는 친구, 정서적 교감을 해주는 사람, 지적 동반자 등등. 제가 바로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답니다. 저는 선택받았고 독특합니다. 저는 꼭 필요한 사람인 동시에 대체불가능하기까지 합니다. 저는 단 한사람입니다. 하지만 불륜은 이런 저를 깡그리 무시합니다. 제가 이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라고 말을 합니다. 이것은 궁극적인 배신이기도 합니다. 불륜은 또한 사랑의 원대한 목적을 망가트립니다. 역사를 통해서 본다면 불륜은 언제나 고통스러운 행위였습니다. 요즘은 트라우마로 작용하는데요, 우리의 자아를 위협하는 요소로 변질되었기 때문입니다.


제 환자인 페르난도(Fernando)는 골치를 앓고 있어요. 그는 저에게 "예전에 저는 제 인생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상대방이 누구인지도 안다고 생각했어요. 커플로서 우리가 누구인지도 잘 안다고 여겼어요. 그리고 제가 누구인지도, 어떤 사람인지도 잘 알았다고 봤어요.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의심스럽습니다."라고 심경을 토로했지요. 불륜은 신뢰를 저버리는 것 동시에 애정의 심각한 위기를 불러일으킵니다. "내가 당신을 믿어도 되겠습니까?"라고 말한 페르난도는 이어서 "제가 누군가를 믿을 수 있을까요?"라고 재차 묻더군요.


이 질문은 저의 또 다른 환자인 헤더(Heather)가 저에게 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닉(Nick)이라는 사람과 결혼을 했고 슬하에 두 명의 자식을 두었습니다. 어느 날, 닉이 출장 때문에 집을 떠난 후 헤더는 아이들과 함께 남편의 아이패드로 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도중에 아이패드 화면에 "너를 보고 싶어 미치겠다."라는 메시지를 보자 그녀는 매우 낯선 감정을 느꼈습니다. 방금까지 그녀는 남편과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메시지가 전송되었습니다. "당신 팔에 안겼으면 좋겠다." 그제야 헤더는 이 메시지가 자신을 위해 작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말았습니다. 헤더는 나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아버지도 남편처럼 바람을 피운 적이 있었다고 실토했습니다. 헤더의 어머니는 남편의 상의 주머니에서 영수증 몇 개와 옷깃에 묻은 립스팁 자국을 동시에 발견했다고 합니다. 헤더는 남편의 아이패드를 계속 뒤집기 시작했고, 결국은 메시지 수백 개와 사진들, 그리고 각자의 욕망을 표현한 흔적들을 발견했습니다. 닉이 2년 동안 저지른 불륜 행각은 실시간으로 헤더 앞에서 아주 생생하게 재현되었던 셈이었죠.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디지털 시대의 불륜은 기억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역설에 마주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낭만주의적 이상 때문인지는 몰라도 독특한 열정이 내포된 상대방의 애정만을 전적으로 의지하려고 합니다. 지금처럼 집에서 벗어나 다른 길로 떠나는 시도를 하기에 적절한 시기도 그간 없었습니다. 최근에 들어와서 새로운 욕망이 꿈틀거리는 게 아니라, 그저 우리의 욕망을 충족해도 된다고 말하는 시대에, 또한 우리는 행복을 찾아 떠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시대에 살기 때문입니다. 불행해서 이혼하는 과거와 달리 요즘은 좀 더 행복하기 때문에 이혼을 결심합니다. 또 과거에는 이혼으로 인해 모든 수치심을 홀로 당해야 했다면, 지금은 갈라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체념하는 게 수치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헤더가 친구들에게 남편의 불륜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남편을 계속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친구들이 자신의 재단할 사실에 두려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녀는 어디에 가든 똑같은 조언을 얻었습니다. "빨리 닉한테서 떠나라." 만약 상황이 반대였다면 닉 역시도 저런 말을 수차례 들었을 겁니다. 계속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새로운 수치심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이혼 수속을 밟을 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불륜을 저지를까요? 어떤 사람이 부정 행위를 저질렀다면, 보통 그 사람의 관계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단언합니다. 아니면, 그 사람 자체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추측하겠죠. 그렇다면 바람을 피우는 수백만 명이 이런 동일한 병리학적 징후를 나타낼까요? 아마도 아닐 겁니다.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이 필요한 모든 것이 집 안에 완비되어 있고, 굳이 다른 것을 따로 찾을 필요도 없으며, 완벽한 결혼생활을 계속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행위야 말로 심리적 방랑벽에서 우리를 실제로 구원해줄 거라는 믿음이 논리 안에 들어가 있는 거죠. 하지만 열정에도 유통기한 있다면요(But what if passion has a finite shelf life)? 좋고 건실한 관계에서도 주지 못하는 게 있다면요? 심지어 행복한 사람도 바람을 피운다면, 이것은 도대체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요?


그간 저와 함께 작업을 한 사람들은 만성적 바람둥이(chronic philanderer)가 아니었습니다. 이들 가운데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배우자를 언급하면서 일부일처제의 중요성을 수용하고 인식했었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실천하려는 행동 간의 불일치가 작동되곤 합니다. 수십년 동안 자신의 가치를 품으며 열심히 살았지만, 과거에 자신이 결코 넘지 않겠다는 선을 어느 순간에 넘어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그러면서 모든 걸 잃어버릴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와 같은 행동을 한 것일까요? 불륜은 배신을 뜻하는 행동이면서, 갈망과 상실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합니다. 바람을 피우는 행동의 핵심은 감정적 교류, 색다른 경험, 자유, 자주성, 성적 흥분, 그간 잃어버렸던 나의 자아 회복 추구, 상실과 비극으로 점철된 일상에서 다시 한번 새로운 활력을 되찾으려는 경향 등으로 분석 가능합니다.


저의 또 다른 환자인 프리야(Priya)에 대해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그녀는 행복 넘치는 결혼생활을 영위했습니다. 남편을 매우 사랑한 나머지 그에게 심려 끼칠만한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그녀는 어느 새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인간형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좋은 여자, 좋은 부인, 좋은 엄마, 그리고 이민자였던 부모님을 잘 챙겨드리는 딸의 역할 말이죠. 허리케인 샌디(Sandy)가 자신의 집 앞마당을 휩쓸고 난 다음, 그녀는 수목관리자(arborist)로 일하는 남성 한 명을 만나게 됩니다. 그의 트럭과 근육질 몸매, 문신은 프리야의 일생과 완전히 차이가 있었습니다. 수목관리자에게 사랑을 느낀 47세 유부녀 프리야의 불륜은 자신의 인생에서 한 번도 제대로 겪지 못했던 사춘기도 의미했습니다. 프리야의 일화는 타인의 이목이나 관심에만 집중하면 할수록 우리는 배우자를 잃는 게 아니라, 어쩌면 우리 고유의 자신을 잃어간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아마도 우리는 우리만의 또 다른 자아를 찾아보고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구촌에 불륜을 저지른 수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공통적으로 건넨 말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그들은 바람을 피울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또한 바람을 피운 사람들은 비슷한 시기에 크나큰 고통을 겪었는데요, 이를테면, 부모님의 사망,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 혹은 의사로부터 좋지 않은 소식을 접할 때가 많았습니다. 죽음이나 사망은 불륜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닙니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는 어떤 질문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게 다야?", "더 없나?", "25년 동안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이런 감정을 또 느낄 수 있을까나?" 제가 생각하기에, 이런 질문들은 사람들이 선을 과감히 넘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불륜을 저지르거나 바람을 피우는 것은 유한한 인생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죽음을 대항하는, 죽음에 관한 해독제(antidote)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불륜이나 바람 같은 부정 행위에 섹스라는 요소는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섹스보다는 욕망이 더 많이 들어가 있죠. 이목을 집중시키고픈 욕망, 나는 보다 특별하다는 욕망, 나는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는 욕망을 의미합니다. 결혼, 혹은 연애를 하면서 당신이 다른 사람을 연인으로 가질 수 없다는 현실이 이런 욕망을 더욱 부추깁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불완전한 상황과 공허함 감정은 우리가 가지지 못하거나,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더욱 가깝게 다가가도록 추구합니다.


보다 자유로운 관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 있을 거라 봅니다. 하지만 사실은 여러분의 생각과 다릅니다. 일부일처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불륜이나 바람과는 그 궤를 달리합니다. 기실, 자유롭게 섹스를 하며 개방적인 삶을 살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사회적 금기에 매혹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말라는 것을 기어코 할 때가 되면 우리는 '정말로 원하는 것'을 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 환자 몇 명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답니다. 당신이 불륜을 저지를 때의 느꼈던 열정과 용기, 그리고 상상력의 1/10 정도를 상대방을 위한 애정에 썼다면 지금 이 자리에 나를 볼 일은 절대로 없었을 거라고 말이죠. 


[웃음]


자, 그렇다면 불륜의 상처를 어떻게 고칠 수가 있을까요? 욕망이 깊어서 그만큼 배신감도 깊게 느낍니다. 하지만 저는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을 주장하려 합니다. 몇몇 불륜 사례는 이미 너무나도 왜곡된 관계에 종말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사례에서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 봅니다. 상대방이 불륜 경험이 있던 커플들 가운데서 지금까지도 잘 만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남들 눈치 때문에 관계 유지만을 하려는 사람들도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커플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습니다. 또한 그들은 위기를 경험으로도 바꿔놓습니다. 부정에서 긍정으로 승화하는 과정은 어쩌면 불륜 사실을 깨달은 상대방을 도와주기 위해서 입니다. 물론 그런 사람도 "내가 더 많은 걸 원할 줄은 몰랐나봐? 그러나 나는 그런 짓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고."라고 말을 하기도 합니다만, 불륜이나 바람이 드러난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더욱 많은 요구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면, 그 관계를 계속 유지할 당위성을 찾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한 쪽이 바람을 피운 커플들을 그간 수도 없이 만났던 저는 상대방의 부정 행위 때문에 심리적 충격을 받은 당사자가 그래도 새로운 질서를 구성하기 위해 과거에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보다 진실되고 개방적인 대화를 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사실에 매우 고무적이었습니다. 성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거나, 거리를 조금이나마 둔 사람도 이제는 자신이 얼마나 탐욕스럽고 새로운 욕망을 갈구하는지 단번에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성향이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인지를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상실로부터 촉발된 두려움은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진실을 확인할 새로운 방법론을 구축합니다.


불륜이나 바람이 탄로났을 때 커플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일단 우리는 트라우마를 통해서 부정을 저지른 사람이 잘못을 스스로 깨달았을 때 회복이 시작된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앞서 언급했던 사례에서 닉은 불륜을 빨리 마무리하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라는 의미입니다. 또 다른 중요한 점은, 닉의 경우, 자신의 배우자인 헤더에게 상처를 줬다는 잘못을 인정하고 후회한다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연구를 한 결과, 불륜을 저지른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잘못을 줬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불륜 자체에 대해서는 그리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을 지닙니다. 이 부분에서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닉은 끊임없는 기도가 필요할 테고, 불륜과 사랑의 경계선에서 자신을 언제나 수호해야 합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닉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불륜이 절대로 잊히지 않을 것 같은 헤더이지만, 닉의 언행에 따라 그것이 머릿속을 떠날 수도 있기 때문에, 어쩌면 이런 가능성은 관계나 신뢰의 회복을 시작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헤더와 같은 배신 당한 사람들은 기쁨과 삶의 의미, 그리고 자존감을 회복 및 상기시켜주는 사람들로 자신을 둘러싸는 게 일차적 목표입니다. 생기를 불어넣는 사람들과 사회적 활동이 필요하죠. 하지만 이런 것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추악한 사례에 대한 디테일을 파고들어가는 호기심을 미리 억제시키는 것입니다. "그때 너는 어디 있었니?", "너 거기서 무얼 했던 거야?", "얼마나 자주 했니?", "나보다 그녀가 더 잘하냐?" 이런 질문들은 한밤 중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그 대신에, 제가 조사질문법(investigation questions)라 부르는 방법론을 한번 써 보십시오. 이것은 의미와 동기부여에 초점을 둡니다. "이 불륜이 너에게 의미하는 게 뭐야?", "집에 돌아올 때면 어떤 느낌이 들었어?", "나랑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으려고 할 때 어떤 말을 하려고 했었니? 그리고 무엇을 경험했니?", "우리에 대해서 네가 중점적으로 둔 가치는 뭐야?", "바람 피운 게 끝나서 기분이 좋니?"


모든 불륜은 관계를 재정의합니다. 그리고 모든 커플들은 불륜이 있은 직후 남겨질 흔적을 어떻게 놔둘 것인가를 두고 얘기를 합니다. 불륜은 언제나 제자리에 있습니다. 어디 도망가지도 않습니다. 사랑과 욕망의 딜레마는 그저 단순하게 해답을 주지도, 흑과백처럼 이분법적으로 확연히 나눠지지도 않습니다. 불륜을 행한 사람과 피해를 본 사람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관계의 배신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배우자나 애인을 배신하는 방법은 엄청 많습니다. 굳이 물리적 접촉뿐만이 아닙니다.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경멸하거나, 심지어 때리는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불륜이나 바람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불륜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은 결코 결혼생활의 불이익을 받는 사람과 동일시하지 않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의 강연을 들은 관객분들께서는 아마 이런 생각을 하실 겁니다. 저 강연자는 프랑스식 액센트의 영어를 구사하고 불륜에 찬성하는 여성이라고 생각하겠죠. [웃음] 여러분은 틀렸습니다. 저는 프랑스 사람이 아닙니다. [웃음, 박수] 불륜은 그렇다고 찬성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저는 불륜이나 바람 같은 부정 행위에서 좋은 결과를 그나마 끄집어낼 여지를 공론화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불륜을 권장하냐고?"라는 의구심을 받습니다만, 제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불륜은 암과 같은 것이라고 권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혹자는 아픔도 한번 겪어본 사람이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제가 강연장에 도착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불륜을 찬성하는지, 아니면 반대하는지요?"라는 질문을 아주 많이 물어봤죠. 제 대답은 항상 "네."였습니다.


[웃음]


왜냐하면 저는 불륜을 이중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한쪽은 배신과 심리적 상처, 나머지 한쪽은 자아 발견과 심리적 성장입니다. 불륜은 당신에게 과연 어떤 의미를 가져다 줄까요? 그리고 나에게는 어떻게 다가올까요? 불륜이 발각된 이후 저에게 상담을 요청하고자 사무실로 오는 커플들에게 저는 주로 이런 말을 합니다. 오늘날, 서방 세계에서 사람들 대다수는 2~3번 정도 결혼을 하기 때문에, 그리고 나와 관계를 가지는 사람도 그와 비슷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차라리 첫 번째 결혼을 여기서 마무리하고, 두 번째 사랑이나 결혼을 지금부터 차근히 준비하는 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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