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브 쿨라르, 2017년 12월 7일, 뉴욕타임스
원문: Being a Doctor Is Hard. It's Harder for Women
여성 레지던트들 및 의사들은 편견과 가족 부양에 따른 엄청난 부담감을 견디고 있다. 또한 그들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크다.
장시간 근무, 짧은 수면, 엄격한 선후배관계, 꽤 가파른 진입장벽 등 의사가 되는 훈련은 엄청날 정도로 지독하다는 점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병원 레지던트들 1/3 정도가 우울증을 겪거나, 의대생들 중 10% 조금 넘는 비율이 자살 관련 생각을 떠올렸다는 게 그리 놀랍지 않고, 오히려 안타까울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보다 여자가 더욱 어려움을 느낄까?
미국의학협회지(JAMA)의 국내 의료계 현황 조사에 따르면 윗 질문의 답은 맞다. 의학박사인 콘스탄체 줄르와 그녀의 동료들은 미국 전역에 위치한 병원 44곳에 갓 근무를 시작한 의사 3,100명을 대상으로 심리 조사를 실시하면서 그들의 정신 상태를 분석했다. 레지던트로 일하기 전에는 남성과 여성 모두가 서로 비슷한 우울 증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레지던트로 6개월 정도 일을 하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남녀의 비율이 다 급격히 올라가지만, 여성이 느끼는 증상이 남성보다 더욱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가정 갈등이 대표적인 이유다. 여성 1/3 넘게 양측 간의 불균형을 언급했다.
의료계에 진출하는 여성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지만, 레지던트가 된 그들은 여전히 양 어깨에 집안일과 자식 육아라는 두 가지의 짐을 짊어진다. 불평등한 가사 노동의 배분은 의료계에서만 국한되는 건 아니지만, 오직 극소수의 비율이 미리 빠져나올 수 있는 장기간의 훈련 과정에서, 그것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극한까지 갈 수밖에 없는 레지던트 과정에서 심리적 징후는 너무나 심각한 편이다.
의학 수련 과정은 1960년대 이래로 조금씩 변화를 겪어왔다. 그때는 레지던틀 대다수가 남성이었고, 아주 사소한 집안일을 도왔을 뿐이었다. 가정과 직장의 균형을 맞추려고 했던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지원은 조금씩 바뀌는 인구통계학적 구조와 궤를 같이 하지 않았고, 의료 노동 분야에 나타나는 여성의 부상(rise)을 반영하고자 가사 노동의 일정 부분을 남성에게 이동시키려는 노력조차도 전후무후했다. 오늘날, 의사로 활동하는 여성의 비율은 전체 가운데 1/3이 넘고, 인턴이나 레지던트 등 의학 수련에 참여하는 여성의 비율은 거의 절반을 육박하고 있다. 참고로, 1966년에 의대대학원을 졸업하는 여성의 비율은 고작 7%밖에 되지 않았다.
의료계에서는 "네가 먼저 너 자신을 보살피지 못한다면, 너의 환자를 제대로 보살필 수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나의 동료가 최근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매주 80시간씩 일을 하면서 너 자신을 보살펴야 하고, 네 환자들도 보살펴야 하고, 너의 어린 자식 두 명도 보살펴야 해."
여성 의사들은 가정 내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서 자신의 전문 분야를 일정 정도 줄인다. 자식을 키우는 젊은 연구 중심 의사들 가운데서, 여성은 남성보다 집안일에 9시간 정도를 더 많이 소비하고, 자식이 아프거나 방학이 되면 휴가를 낼 여지가 높다.
특히 의사 부부일 경우에 더욱 명백해진다. 자식이 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의료 관련 일을 11시간 더 적게 한다. 남성의 경우, 자식 유무에 따른 근무 시간 변화는 없다. 성별에 따른 이런 불균형은 지난 20년 동안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또한 여성 의료인일수록 남성보다 더 높은 이혼율을 기록하는데, 직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는 게 남성이 아닌 여성의 이혼율과 상관관계를 가진다.
이러한 직장-가정 갈등은 강도가 높은 의사 수련 과정에서 보다 구체화된다. 동료나 환자들에 의해 공공연히, 그리고 아주 미묘하게 나타나는 병원 내 성 편견(gender bias)은 직장-가정 갈등과 마찬기지로 치명적이다.
인도계 이민자 후손으로서 내가 자칫 실수를 범했다고 한다면, 그저 심장전문의로서 오류를 범한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여성 의사들은 자신을 의료인으로서 제대로 대접해 주는 환자 및 동료들을 마주하고자 날마다 투쟁을 벌인다.
"저는 하얀 가운을 착용합니다. 제가 의사라고 꼭 설명을 해요."라고 듀크 대학병원에서 신경외과 레지던트 과정을 밟는 의학박사인 테레사 윌리엄슨이 말했다. "하지만 환자들은 제가 간호사로, 약사로, 아니면 의사를 도와주는 조수로 여전히 여기는 듯합니다. 방 안에 남성 한 명이 있으면, 심지어 그는 의대생이고 저는 의사인데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오로지 그 분만을 쳐다보면서 자신의 병력을 얘기하거나 질문을 물어보곤 합니다."
환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최근에 공개된 한 조사연구는 소위 "그랜드 라운즈(Grand Rounds"라 불리는 의료학술대회에서 강연 연사들이 어떻게 소개되는지를 탐구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여성들이 패널을 소개할 때는 성별과 상관없이 연사들을 "박사(doctor)"라고 부른다. 하지만 남성들은 패널들의 공식적인 직함을 소개하는 데 시간을 2/3 정도 썼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여성보다 남성 패널에게 의사라는 직함을 더 많이 언급했고, 여성 패널의 전문 분야 소개를 언급하는 시간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학회에서 패널로 참석했을 때, 저 빼고 모든 패널이 남자였을 때가 기억납니다. 그때 사회자는 우리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박사 누구님, 박사 누구님, 박사 누구님, 그리고 줄리아 씨"라고 말을 했었습니다."라고 애리조나에 위치한 마요 클리닉에서 부교수로 활동하는 의학박사, 줄리아 파일스가 말했다. 그녀는 이 연구를 주도했다. "이런 일은 매번 일어납니다."
자신의 연구가 대외적으로 공개가 되자, 그녀는 "전국 각지에서 여성들로부터 이런 답변을 들었습니다. '우리의 공통된 현실을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이 같은 성 편견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업을 할 때에도 크나큰 악영향을 끼친다.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헤더 사슨스는 수술 후 환자 상태에 대해서 외과의사의 성별이 어떤 영향에 좌지우지되는 과정을 자신의 최신 논문에 자세히 서술했다. 환자 한 명이 사망한 후에, 보통 의사들은 여성 집도의에게 환자를 맡기지 않으려고 했다. 진료 의사들은 남성 집도의에게 우호적으로 편향된 자세를 거의 고치지 않았다.
한 명의 여성 수술 집도의가 나쁜 결과를 초래했을 경우에 의사들은 다른 여성 외과의들과도 위탁과 관련된 관계를 덜 맺으려는 양상을 보였다. 남자 의과의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결과였다.
"불행한 결과에 나타났을 때 남성과 여성에 대한 반응은 각기 다릅니다."라고 사슨스는 말했다. "하지만 더욱 염려되는 지점은 다른 여성 의사들에게도 광범위하게 퍼질 악영향입니다."
의학 그 자체는 예술과 과학으로써 정립된다. 과학은 새로운 지식이나 치료법을 만든다. 예술은 우리로 하여금 타인의 인간적 속성을 인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것은 환자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그리고 서로를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편견을 창출하는 일정 공간을 마련한다. 편견은 어떤 사람의 존경이나 피로도, 그리고 승진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악영향 때문에 우리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일반적인 사람과 비교해서 여성 의사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확률이 2배 높다. 남성 동료와 비교해서 더 적게 번다. 또한 풀타임 교수직을 받을 여성 의사들의 확률은 확실히 낮은 편이고, 아무리 생산적인 능력을 발휘할지라도, 미국 전체 의대의 학장이나 학과 대표가 되는 비율은 전체 자리 가운데서 1/6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을 타개할 여러 움직임이 있다. 일례로, 스탠퍼드 대학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의해 의사들은 환자를 멘토링 하거나 위원회에서 행정 업무를 보는 시간을 따로 책정해서, 아이 육아나 세탁물 수령, 혹은 집에서 식사 차리기나 청소, 아니면 기타 집안일을 하는 데 바꿔 사용할 수가 있다. 아직 시험단계이지만 결과는 좋게 나타날 거라고 예상된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서 직업 만족도가 상승하고, 가정-직업 간의 균형이 나타날 것이며, 퇴직 비율은 점차 감소 추세로 돌아설 수 있다.
시범적 프로그램들이 계속 나타나게 된다면, 의사들의 심리적 만족도가 향상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커리어 계발에도 도움을, 그리고 의료적 오류를 더욱 적게 범할 가능성과 더불어 환자의 진료 만족도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이밖에도 우리는 사람들이 가지는 편견에 대해서도 아주 세심하게 관찰 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의대생이나 레지던트의 능력을 평가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성별, 인종, 민족성, 출신 지역이 자신의 사고 과정에서 영향을 줬는지를 꼼꼼히 자문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리더나 지도자의 위치에 오른 여성들의 수가 많아지게 된다면 작금의 시대가 필요로 하는 광범위한 문화적 변혁에도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젊은 남성들만 가득했던 의료계에서 여성의 수가 많아지는 의료계에서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성별에 따른 임금, 승진, 심리적 상태의 차별 사례를 없애는 것이 가능하다. 앞으로 그런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역시 가능하다. 차별은 스스로 없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없애야 차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