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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st in Translation Apr 07. 2016

일본 포르노에서 왕이라 불리는 사나이

페이지 페라리, 2015년 3월 2일, GQ

원문 : Meet the Hardest Working Man in Porn


올해 35세인 시미켄(Shimiken)은 일본 포르노 업계의 왕이다. 일본의 시장규모는 20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으며, 미국 업계보다 약 2배 정도 더 많은 영화를 제작한다. 그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과 다를 바 없는데, 주요 남성 배우 70명(혹자는 70을 30으로 추산.) 가운데서 한 해에만 작품 수천 개에 출연하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시미켄이기 때문이다. 홀로 고군분투하는 그를 이어갈 배우는 현재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그를 도우려 하지 않는 걸까?




어느 일요일 아침, 일본 도쿄 동쪽 지역의 한 건물 주차장에 은색 아우디 차량이 들어오자 주변은 일대 소란이 벌어진다. 운전석에서 사람이 문을 열고 나오자 좌석의 시트는 미세하게 흔들린다. 이두박근이 튀어나온 매우 다부진 사람이다. 오렌지 색으로 물들인 머리카락과 건강하게 그을린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특징이다. 후드 티를 입은 그는 건물 주변 인도로 다가간다. 후드티 안의 티셔츠에는 '섹스 강사(Sex Instructor)'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그 사람의 왼쪽 편에는 있는 다수의 남성 관중이 앞으로 몸을 구부린 채 집단적으로 일제히 "시미켄!"이라고 외친다. 이윽고 한 차례의 박수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자, 갑시다." 자신을 안내하는 사람에게 시미켄은 속삭이면서 앞에 있는 군중을 헤쳐나가기 시작한다. 순간에 사로잡힌 관중을 위해서 시미켄은 한 손을 머리 위로 높이 올리며 공중에서 하이바이브를 시도한다. 일본 포르노 엑스포 행사날의 아침은 표를 구입하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들은 건물 내부에서 자신들의 판타지를 실현시켜 준 몇몇 주인공들을 실제로 만난다. 그렇기 때문에 건물 외부에서 그들은 지금 매우 희귀한 장면을 목격한 셈이다. 자신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준 인물을 실제로 만났으니 말이다.


올해 35세인 시미켄은 일본 포르노 업계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여기서는 포르노라 하지 않고 AV(어덜트 비디오, Adult Video)라 흔히 말한다. 약 7,500여 명의 여성 배우들과 함께 작업을 한 시미켄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가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 없을 정도다. 시미켄의 손길을 거쳐 간 여성 배우들 가운데서는 전직 아이돌 스타, 헝가리에서 온 교환학생, 그리고 72세의 쌍둥이 노인도 있었다. 18년 동안 약 7,000개의 작품에 출연한 그이지만 영화 시나리오를 거절한 적이 딱 한번 있었다. 먼저 개와 수간 한 여성 배우가 후에 시미켄과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이었다. [시미켄은 여성 배우가 온몸에 버터를 바른 뒤, 개가 이것을 핥고 나서, 마지막에 그와 섹스를 한다는 내용으로 합의를 보았다.]


비정상적인 것도 수용하는 시미켄만의 폭이 넓은 취향은 현지 AV 업계에서 장대한 영웅담으로 비친다. 결과적으로 그는 론 제레미(Ron Jeremy, 세계에서 포르노 영화에 제일 많이 출연한 배우로 현재 기네스북에 등재됨)나 노련한 배우 제임스 딘(James Deen)의 젊은 시절을 연상시킨다. 도쿄 공항에서 나를 픽업해줬던 한 택시기사는 일본 포르노의 제왕의 이름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시미켄 말씀입니까? 그는 매우 유명해요. 아니면 적어도 그의 성기라도..." 일본 포르노 관계자들은 그의 이름과 성기 길이를 동시에 숭배한다. [온라인 프로필에 따르면 시미켄의 발기 전 성기 길이는 6.3인치, 약 16cm이다.] 물론 작품 속에서 그것은 모자이크 처리(pixelated)가 된다. 포르노 엑스포가 열리던 건물 백스테이지의 몇몇 공간들을 시미켄이 지나가자 양쪽 끝에서 나온 여성 배우들이 가운을 입은 채 담배를 피우면서 그에게 인사를 건넨다. "お疲れ様." 동료들의 이런 인사는 문자 그대로 "오늘 고생 좀 하셔야 합니다."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원래 이 문장은 일본에서 평소에 사람들이 나누던 인사로써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의미이지만, 지금 이곳에서는 고생을 해야 한다는 뜻이 더욱 적절해 보인다. 왜냐하면 사람들 모두가 시미켄이 고강도의 섹스 때문에 언제나 육체적으로 고생을 많이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몇 달 전에, 계속된 피로감 때문에 시미켄은 홧김에 공개석상에서 현지 일본 AV 업계서 남성 배우가 몇 명 안 된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크나큰 스트레스를 언급했다. "이 업계에서 10,000 명의 여성 배우들을 상대하는 남성은 고작 70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유명 남성 배우들의 수는 지구촌의 벵갈 호랑이 수보다 훨씬 적어요."라고 그는 트윗을 올린 적이 있었다. "매달 제작되는 작품은 무려 4천 건이 넘기 때문에 남성 배우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일본 AV를 벽에 생긴 구멍이라고 치면, 그 구멍은 더욱 커져나가야 합니다!" 트윗을 올릴 때 시미켄은 다음 작품 출연에 대한 계약을 매듭지었는데, 자신의 스마트폰을 계속 체크하면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소리쳐 도움을 청했다. 시미켄의 트윗은 얼마 지나지 않아 3천 번이나 공유되었다.


일본 AV를 연출하는 댕(Daeng)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을 거부했다.]은 나에게 "70명의 남성 배우들을 현재 대기 중인 종마들(stallions)라고 불립니다."라고 말했다. 시미켄과 같은 유명 남성 배우들은 아주 빡빡한 로테이션에 따라 움직인다. "육체적으로 과도한 능력이 요구되는 직업이에요. 만약 정액 배출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 이른다면, 그리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옵니다." 또 다른 연출자인 미치루 아야시야마(Michiru Ayashiyama)는 시미켄처럼 매우 혹사되는 일련의 중년 남성 배우들에 대해서 염려를 나타냈다. 일시적인 피로감도 문제이지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매우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그들의 신체적 능력이 더 큰 문제다. "젊은 배우들이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라고 말한 아야시야마는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 활약하는 배우들의 나이는 점차 많아질 테고, 경험은 물론 많아지겠지만 이제 조금씩 힘이 부쳐질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최대 규모의 포르노 엑스포에 나타난 시미켄은 전국민적인 성욕을 자신의 어깨 양쪽에 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7년 동안 그는 단 한 번이라도 휴가를 내지 못했다. 200억 달러 짜리의 AV 산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시미켄은 불철주야 방방곡곡 다니고 있다.


앞서 시미켄이 추산한 주요 남성 AV 배우들의 수는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동료들은 안타깝게도 시미켄의 수치보다 훨씬 낮게 잡고 있다. 한 동료는 남성 배우의 수가 30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여성 AV 배우들의 상황은 어떨까? 일본의 한 신문이 논란 많은 기사를 연재한 적이 있었는데, 작가인 아츠히코 나카무라(Atsuhiko Nakamura)의 주장을 통계 수치화하면서, 일본 여성 200명 가운데 1명은 AV 업계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과 더불어 현재 여성 AV 배우들의 수는 6000명 정도라는 점을 내보냈다. 수요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일본에서 제작되는 작품 수는 미국보다 2배가 더 많다. 총인구로 볼 때 미국이 오히려 일본보다 2배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일본보다 훨씬 개방적인 미국이라도, 사회에 미치는 포르노의 부정적인 관념 때문에 아무리 열망 있는 남성이라도 중도에 포기하는 경향이 많다. "나무장작을 패는 장면을 찍지는 않는데도 불구하고 신체적으로 매우 힘든 일입니다."라고 전직 포르노 배우이자 최근에 미국 LA에서 관련 에이전시를 창립한 케빈 오닐(Kevin O'Neal)이 말했다. "그리고 당신 두 다리 사이로 촬영용 카메라가 들어는 걸 지켜봐야 하지요." AV 배우들 사이에서 시미켄의 정력은 이미 전설이 되었다. 일주일 내내 작업하는 그는 단 하루 동안 7~8개의 작품에 주조연으로 출연한다. "시미켄은 마술사가 틀림없습니다."라고 오닐은 딱 잘라 말했다.


하루에 작품 6개 이상 출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체력을 기르고 유지해야 한다. 시미켄은 1주일 가운데서 운동은 보통 4일 동안 하는데, 하루당 90분 정도를 웨이트리프팅(weight lifting)과 딥스쿼트(Deep Squats)에 집중한다. 이는 과감한 추진력을 이끌어내면서 테스토스테론을 많이 생성하도록 유도한다. 시미켄이 가지고 다니는 작은 가방에는 글루타민, BCAA(branched-chain amino acid, 몸의 신진대사를 높여주는 아미노산), 아연[정액을 보다 하얗게 만들어준다], 아르지닌(arginine), 그리고 비타민 젤리로 가득하다. 출입 검사 때문에 시미켄은 그 가방 안을 잠시 보여줬는데, 약품 더미에서 미국 포르노 산업을 부흥시킨 결정적 요인이었던 파란 알을 찾지 못했다. "저는 비아그라(Viagra)를 이용해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시미켄이 말했다. "지금까지는요."


AV 배우가 갖춰야 할 신체적인 능력은 때로 일반 남성들의 업계 진출에 발목을 잡고 있다. 시미켄은 이점을 인용하면서 유명 남성 배우들의 수가 적다고 강조한다. 확실한 금전적 보장이 뒤따르지만, 배우들의 수는 매우 적다. "남성 동료 배우들은 리스크를 떠안으려고 해도 이용 가능 인력이 매우 적다고 하소연합니다."라고 시미켄은 설명했다. "이 업계에 막 들어온 친구들은 앞으로 평범한 삶을 영위하기가 대단히 어려울 거라고 곧바로 깨닫습니다."


매우 적은 수의 AV 배우들 [대부분이 여성]이 TV 방송 출연자나 야간 토크쇼 출연자로 성공을 거두지만, "시미켄은 공중파 방송 진출보다 훨씬 더욱 중요한 사회적으로 낙인찍히는 관행을 염려한다"고 쿠미코 엔도가 말했다.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있는 엔도는 "메인스트림으로 진출하려는 AV 배우들의 앞에는 언제나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섹스의 이면]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유지로 이노키(Yujiro Enoki)는 AV의 위대한 평판은 곧 위대한 속박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AV 배우로 한 번이라도 출연한 이상 훗날에 평범한 직업을 가지기가 어려울 겁니다."라고 이노키는 말했다. "과거를 숨기려고 할수록 더욱 안 좋은 결과가 나타나겠죠. 당신이 은퇴를 하든, 현직으로 일을 하든 상관이 없답니다. 은행에 가서 대출받기도 어렵죠. 실제로, 예를 들어서,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받는 것은 정말로 쉽지가 않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에 시미켄도 자신의 집을 구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 시미켄의 직업을 대단히 불쾌한 것으로 받아들인 집주인은 계약 연장을 거부했다. 화려한 통장 잔고를 보여줬는데도 집주인은 거절했다고 한다. 결국 시미켄은 그의 팬이라고 자칭한 한 부동산 업체 사장 덕택에 간신히 집을 구할 수가 있었다. 당시 그 사장은 여성이었다. 계약 조건 중에 하나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복장 챙겨 왔어요?"라고 시미켄은 쇼타 와카스키(Shota Wakasugi)에게 짤막히 말한다. 와카스키는 마른 체형의 흐느적거리듯 움직였다. 하늘색의 후드티에 해리 포터(Harry Porter) 주인공이 쓰는 안경과 비슷한 것을 착용한 그는 오렌지 색의 네온컬러가 들어간 순록 모양의 마스크를 시미켄에게 건네준다. 마스크를 쓰고 하의를 입으면서 시미켄은 차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근사한 인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와카스키는 현재 허브로 만든 영양제를 만드는 회사인 토나카이(トナカイ, 루돌프라는 뜻)에서 일을 한다. 이 영양제로 인해 포르노 엑스포를 방문한 일반 관중은 엄청난 시간을 기다리면서까지 산타가 제일 좋아하는 순록 차림의 시미켄을 볼 수가 있다. 성적 효능이 있는 제품과 관련된 시장은 일본에서 제법 큰 편이다. 시미켄은 이런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을 피하는 편이지만, 와카스키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토나카이 상품에 적격인 사람이다. 언제 어디서나 왕성한 활동에 좋은 에너지를 내뿜는다. 물론 '비할 데 없는 체력(incomparable stamina)'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렇다면 왜 일본에는 일반 남성들이 시미켄의 발자취를 밟지 않는지를 와카스키에게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시미켄에게 남근 모양의 장식이 달린 순록 마스크와 오렌지 색의 슈퍼히어로 망토를 재차 건네주며 이렇게 말을 했다. "시미켄처럼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여기에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짧게 덧붙였다. "아니면, 신체적으로 딸려서 못하는 지도 모르겠고요."


2013년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은 일본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금욕 신드롬(celibacy syndrome, セックス しない症候群)'이 유행하고 있으며, 16~24세 사이의 여성들 가운데 45%가, 동년배 남성들 가운데 25%가 연애나 섹스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기사화했었다. 이러한 결과는 일본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장 낮은 출생률을 기록하고 결혼을 한 부부 4쌍 가운데 1쌍은 섹스를 전혀 하지 않는 사회적 현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일본 문화의 새로운 단면을 묘사하는 신조어를 유행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초식남(grass-eating man, 草食南)'이다. 현재 젊은 일본 남성들이 점차 내성적으로 변화하면서 이성교제의 복잡성이나 상대방 간의 친밀한 감정에 그리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의 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20~34세 일본 남성 가운데서 60.5%가 자신을 초식남이라고 묘사했다. 이 결과는 왜 일본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장 큰 AV 시장을 갖추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참고로 1위는 한국이며, 미국은 동아시아 국가들과 큰 격차를 보이며 3위를 기록했다.]


"일본의 특정 젊은 세대가 성적 욕망을 스스로 감소시킨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성적 욕망을 배출하는 수단에 있어 크나큰 변화가 있었을 뿐이에요."라고 엔도가 말했다. 일본의 수많은 젊은 남성들이 포르노 작품을 더욱 많이 소비할수록,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연애를 할 필요성을 그만큼 적게 느낀다. 바로 이때 인기 높은 AV 배우들이나 관련 영화들이 그 차이를 메꿔나간다. 더 많은 포르노 소비와 더 적은 이성교제가 앞으로 일본의 추이가 될 거라면서 직접적인 결정보다는 수동적으로 의사를 나타내는 젊은층이 늘어날 거라고 엔도는 예상한다. 일본의 근본적인 경제 상황도 이런 추이에 한몫한다. 그녀는 이어서 "자신의 아버지 세대에서 가능했던 재정적 안정성을 아들 세대가 찾아내기가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특히, 남성들은 이로 인해서 고유한 남성성을 잃어버리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일본에는 픽업 문화나 술집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문화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일상에서 연애나 사랑을 꿈꾸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신감과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하죠."




물론 시미켄에 있어 그러한 자신감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1979년 도쿄의 한 외곽지역에서 켄 시미즈(清水健)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그는 먼 훗날 초식남이라 불리는 세대에 꼭 들어맞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단연코 풀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15살 때부터 시미켄은, 길거리나 아케이드에서 지나가는 여성들이 언제나 그의 매력에 푹 빠지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픽업 실력을 갈고닦았고, 여기에 비정상적으로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년 시미켄은 부끄러운 줄 모를 정도로 섹스와 AV 작품에 탐닉했다. 하루는, 친구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받던 도중에, 그는 학교 옥상으로 올라가 한쪽 구석에서 공중을 향해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정액이 교실 창문에 묻자 여학생들의 비명소리를 들은 시미켄은 나름대로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로빈슨 가족의 모험]의 배설물 나오는(scatological) 버전을 우연히 접한 그는 곧바로 학교신문에 이 작품을 비평하는 글을 실었다. 얼마나 진귀하고 우아한지를 설명하면서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수상해야 할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로빈슨 가족은 허클베리 핀, 로빈슨 크루소와 더불어 세계 3대 아동 모험소설에 속한다. 그리고 시미켄이 접한 그 작품은 제목을 차라리 '로빈슨 가족의 모험'이 아니라 '로빈슨 가족의 똥과 오줌'이라고 바꿔야 할 것이다.] 신문사 편집장이 자신만의 열렬한 포르노 찬가를 거부하자 시미켄은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선생님께서 찢기 전까지 그 글은 학교 게시판에 대자보 형식으로 달려있었다고 한다. 시미켄에게 있어 비평은 매우 중요하다. "그 작품을 보기 전까지 저는 비이성적인 제 취향 때문에 스스로 낙담했었거든요." 시미켄은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취향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재미있게 살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마도 (말은 안 하겠지만) 저와 비슷한 취향을 지닌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에로틱한 장난을 좋아한 시미켄은 고등학교 졸업 후에 도쿄의 명문 사립대학 가운데 한 곳에 입학했다. 그가 들어간 학교는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일본의 중산층 이상으로 갈 수 있는 직행 티켓이나 다름없었다. 대학 동기들은 성공할 기회(the next brass ring)를 찾고자 학업에 열중했지만, 시미켄은 정작 상상도 하기 어려울 정도의 일을 시작했다. 과감하게 결정을 내린 후 자신의 꿈을 이뤄내기 위해서 기묘한 직업을 선택했다. 20대 시미켄의 꿈은 바로 AV 작품의 출연이었다. 그는 "저한테는 페티시가 여러 가지가 있었고요, 이것들을 어떠한 선입견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은 딱 한 군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결국 낭인(ronin)이 되고야 말았습니다."라면서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하지 않는 학생들과 옛날에 자신을 거두는 주인이 없어 아무런 목적 없이 그저 돌아만 다녀야 했던 사무라이를 경멸조로 지칭하는 단어를 사용했다. 짧은 대학생활을 뒤로 한 채 그는 자퇴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그는 AV 업계에 풀타임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난생처음으로 포르노 촬영을 마친 시미켄은 자신이 그간 상상했던 화려한 이미지와는 매우 다르다는 점을 재빨리 포착했다. 그리고 그는 지역신문에서 나온 AV 출연 광고를 보게 되었는데, 실제 똥을 먹으면서 섹스를 하는 작품이었고 출연료는 15,000 엔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응시, 혹은 무관심의 갈림길에서 시미켄은 당연하게도 그 작품에 출연을 의뢰했다. 촬영을 마치고 나서 그 다음날에 그는 통증을 느껴서 곧바로 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그에게 정맥주사로 항생제를 주입했다. 시미켄의 병명은 이른바 '똥독(shit disease)'였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출연료보다 더욱 많은 금액인 20,000 엔을 병원비로 지불해야만 했다. 매우 혹독한 데뷔였지만 그리 특이하지 않았다는 게 시미켄의 얘기였다. AV 세계로 입문한 첫 해 동안은 출연료가 매우 적었기 때문에 그는 교통정리나 대학 실험실에서 동물들을 관리하는 것 등 부업을 병행했다.


이것 말고도 시미켄은 대중으로부터 수치심을 겪어야만 했다. AV에서 나름대로 인지도를 쌓아간 그는 TV  저녁 방송에 패널로 출연을 꿰찼다. 거기서 그는 웃기는 사람(jocky)으로 활약했다. "저희 부모님께서는 제가 텔레비전 방송에 나온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하셨어요."라고 시미켄은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어느 날, 저녁 방송의 한 동료가 시미켄의 인기를 시샘한 나머지 고의적으로 그가 현역 AV 배우라는 점을 라이브 방송에서 폭로해 버렸다.


"세상이 갑자기 멈췄습니다." 시미켄은 기억해냈다. 고향 친구들 대다수가 그 방송을 시청했다. 동료의 폭로로 인해 자신의 부업, 아파트 계약, 그리고 TV 방송에서의 코미디언 역할이 중단될 가능성에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뜻밖의 폭로(outing)는 시미켄이 단호한 결심과 의지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준 꼴이 되었다. 방송에서 사과를 하는 대신 자신의 AV 작업을 계속하기로 선택한 그는 배설물이 들어간 장르까지 성실하게 임했다. 대중은 그다지 동요하지 않았고, 오히려 시미켄 특유의 유머와 매력에 반해 특별한 호기심을 보였다. 사람들은 이 사랑스러운 변태성욕자를 멀리하지 않았다. 방송국은 오히려 "시미켄의 병을 고칩시다(Let's fix Shimiken)"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그에게 스카이다이빙이나 번지점프를 하게 만들면서 혹여 이런 익스트림 스포츠가 시미켄의 섹스 중독을 완화시킬 수 있는지를 타진해본 적도 있었다. 완화는커녕 물기 군침 돌만한 AV 작품들을 그는 계속 진행했을 뿐이다.


"저희 아버지는 놀라 하셨지만, 그렇게 크게 놀라워하지는 않으셨어요."라고 시미켄은 웃으며 말했다. "부모님은 제가 연애에 재주가 있다는 점을 아셨기 때문이에요. 그들은 저의 AV 작업이 그저 아르바이트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시미켄의 유명한 작품 가운데 하나는, 길거리에서 픽업한 아마추어 여성 배우에게 자신의 집으로 오게끔 유도한 다음 거기서 AV를 찍는 것이다. 하루는, 이런 작품을 찍던 도중, 시미켄의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방으로 들어오면서 "아들아, 너 지금 뭐하는 것이냐?"라고 궁금해했다. 실제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는 감독에게 이 장면을 빼 달라고 부탁했지만, 작품에서 어머니가 모자이크 처리되어 나왔고, 결국 사실주의 예술영화 뺨치는 AV가 완성되었다. 이 작품 때문에 시미켄은 '바로 옆집의 외설적인 분위기의 소년'이라는 이미지를 강화시켰다. 


AV 업계에서 자신의 인지도가 계속 상승되자 시미켄은 엘리트 체육선수처럼 자기관리를 혹독하게 하기 시작했다. 하루 세끼 단백질 식단을 꾸렸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음주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영화를 촬영할 때 여배우 얼굴을 향해 정액을 분출하는 매우 고귀한 장면을 위해서라도 밤늦게까지 자신의 집에서 사정 연습(pracitce ejaculating)을 거듭했다. "여성 배우들의 눈에 정액이 들어가는 건 매우 예의 없는 짓입니다."라고 말한 그는 "저는 일을 완벽하게 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투철한 직업의식과 여성 배우들 사이에서의 인기 덕택에 시미켄은 작품 하나당 출연료 50,000 ~ 60,000엔 정도를 받았다. 1주일 동안 작품 21개를 찍었을 때도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시미켄은 '사과를 할 줄 모르는(unapologitic)', '지칠 줄 모르는(unflagging)' 일본 남성의 대표격으로 상징되었다. 일본 내 수많은 사회학자들이 더 이상 보기 어려운 형태라고 진단한 그 남성성 말이다.




"시미켄이 지니고 있는 능력은 일본에서 10~15년에 사이에 한 명 정도 타고날 법한 재능이라고 믿습니다."라고 AV 연출가인 미치루 아야시야마가 말했다. "그는 AV 업계의 미래를 향한 교두보이자, 바깥 세계의 일본 AV를 널리 퍼뜨리는 다리임에 틀림없습니다."


"일본 내 대다수의 남성들은 실제로 자기 자신을 '초식남'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일본 사회 전문가인 엔도가 답했다. "초식남들은 서로 집단을 이루면서 여자를 만날 기회를 가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나 '육식' 친구('meat-eating' friend)를 사귀기를 원하면서 여성에게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타진하곤 합니다." 맹렬히 타오르는 시미켄의 성욕은 아마도 이런 일본 남성들의 욕구를 대리하는, 일종의 호위무사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서 섹스에 관심이 적은 일본 여성들에게도 시미켄의 위대함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초식남이 갑자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회학자들은 '육식녀(meat-eating women, 肉食女)'라는 새로운 현상을 목격했다. 육식녀라 불리는 여성들은 성적 결정권에서 매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면서 일본 사회의 느슨한 단면을 점차 개선시켰다. 또한 이런 부류에 속한 여성들 대다수는 시미켄을 매우 좋아한다. 


다시 일본 포르노 엑스포 행사장으로 돌아가 보자. 시미켄의 무대 단상으로 오르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일련의 여성 관중이 그를 향해 "시미켄!"이라고 큰 목소리로 외친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오로지 그를 보고자 4시간 동안 줄을 서며 기다렸다고 한다. 그녀에 따르면 오늘 만남을 포함해서 시미켄의 실물을 직접 본 횟수가 자그마치 20회이다. "시미켄만의 아주 생생한 섹스 에너지를 대단히 좋아합니다." 이 여성의 손길은 시미켄의 탄탄한 이두박근 바로 앞에서 맴돌고 있다. "아, 그리고 저는 그가 자신만의 페티시에 대해 솔직담백 하게 얘기하는 것을 좋아해요. 변태 행위에 열렬한 옹호자이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같이 온 친구의 손목을 잡으면서 왜 이렇게 시미켄 여성 추종자들이 많은지를 단번에 깨우쳤다고 말한다. 이들 여성은 시미켄 특유의 테크닉(porn signatures), 이른바 '시미컴(Shimi-cum)'이라 불리는 쿤닐링구스 기술(cunnilingus technique)을 따라 하며 흠모한다. 이것은 고도의 기술으로써 여성의 성기에 머리를 가까이 대고 위아래로 움직이는 동시에 자신의 혀를 사용해 좌우로 여성의 성기를 애무하는 것이다. 시미켄의 한 대형 포스터 근처서 포즈를 취하자, 이곳에서 유일한 변태 성행위를 즐기는 유일한 사람처럼 보인다. 머리띠를 동여맸고, 격자무늬 드레스를 착용한 한 젊은 마른 여성이 그에게 다가가 품에 안긴다. 그러고 나서 주위에 있는 친구들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한다. 일본의 영상물 등급위원회에서 일을 한다는 그녀는 자국의 모든 AV 작품에서 남성 배우의 성기가 모자이크화 되는 것을 관리 감독한다. 모자이크 처리하는 것은 메이지 시대 때 제정된 법 조항으로 인해 지금까지 계속 일본 AV 업계에 커다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그녀는 회사에서 신작 AV 작품들을 보면서 타임 코드를 만든다. 수많은 작품들은 본 그녀이지만 시미켄만큼 강렬한 첫인상을 준 남성 배우도 드물다는 얘기를 한다. "시미켄을 많이 봤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를 오래전부터 잘 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옆에 있는 친구들도 수긍을 하는 듯 보인다. 이때 시미켄이 갑자기 몸을 쭉 펴더니 자신의 엉덩이를 여성들 앞에서 노출한다. 그러자 방금 얘기를 나눴던 이 여성은 앞으로 달려가서 무릎을 구부리더니 그의 사타구니를 카메라로 연신 찍기 시작한다. "제 남자친구보다 시미켄을 더욱 많이 아는 것 같아요."라며 한숨을 짓는다.

    



일본 포르노 엑스포가 끝난 다음 며칠 지나자 시미켄은 도쿄 미나토구 니시아자부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 당당히 들어간다. 이곳의 식탁은 부드러운 실크 식탁보로 덮여 있고, 종업원들은 이어폰을 착용하면서 유명 인사들의 출입을 알리며 분주히 돌아다닌다. 스니커즈를 신고 있는 그들은 어깨 양쪽에 더플백을 메고 있다. 이름을 부르면서 종업원들은 시미켄을 반갑게 안내한다. 오늘은 그에게 있어 매우 행복한 날이다. 정오쯤에 처녀성을 간직했던 신인 여성 배우의 첫 경험을 담당했고, 오후 3시쯤에는 성기 삽입 전에 자신의 애무로 인해서 또 다른 여성 배우가 만족감과 흥분 때문에 엄청난 액체를 내뿜는 장면을 완벽하게 촬영했기 때문이다. [the act of pleasurable bladder-control loss] 의자에 앉은 시미켄은 냅킨을 펼친다. 그리고 손을 흔들어 녹차를 주문하고 테이스팅 메뉴를 찾는다.


"'튀어나온 말뚝은 얻어맞는다(出る杭は打たれる).'라는 일본 속담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라고 시미켄이 나에게 물었다. 이 속담은 옆에 있는 사람과 가지런히 행동하지 않으면 폐가 되고 부끄러운 일을 겪는다는 의미다. "지금도 말이죠, 저는 걱정스럽습니다."


현재 시미켄은 매주 2,800,000 엔을 번다. 아우디와 1980년식 드로리언(DeLorean) 차량까지 합쳐 모두 5대의 자기 소유 차량이 있다. 도쿄의 고급 정식집과 레스토랑을 자기 집처럼 드나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꿈꾸는 미래는 지금의 시미켄에게 뭐라고 형언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 "일반적인 친교를 해본 적이 없네요."라고 그가 말했다. "그런 관계는 언제나 불행하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일본 AV 업계의 불문율을 거스르면서 동료 AV 배우와 연애를 종종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AV 쪽에서 귀여운 여성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있겠습니다만. 이쪽 동네는 어리고 귀여운 여성이 훗날 가치가 떨어질 때까지 계속 사용합니다. 가치가 없어지면 그 배우는 없어지겠죠."


어느덧 마지막 요리가 시미켄의 식탁보 위에 놓인다. "제 경력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제가 과거에 원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주장을 내놓았다. "진짜 사실은 뭔지 아세요? AV 업계는 좆 같은 사람들로 가득한 좆 같은 동네입니다. 저는 그런 좆 같은 상황에서 하나의 밝은 빛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이고요."


As the final course arrives, he offers a clarification: "I have no regrets about my career. This is wheare I was meant to be." But, he maintains, "the reality of that porn is mostly a shitty place filled with shitty people. I'd just like to be a light among the sh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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