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난 여름
비가 온다. 그것도 꽤 많이.
기차 시간에 맞추어 우산 밑 다리는 발걸음을 빠르게 옮겨가고 있었다.
투두둑 내 머리 위를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에 맞춰 빠르게 걸어가다 고개를 들어보니 아직 날이 밝다.
비도 오는데 아직 밝다. 오후 7시를 넘어 8시가 가까워 가는데 아직 밝다.
비가 오는데도, 저녁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아직 밝다.
뜨거운 땅을 한 김 식히는, 촉촉하게 땅을 적시는.
비가 오는데도 춥지 않은, 짧은 소매 옷을 입고 기차역을 향해달려 가는.
오후 7시 43분, 해가 숨었음에도 아직 밝은.
지금, 여름 인가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