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산책, 밤하늘에 목련
심야 산책으로 시작된 짧은 모험 일기
2020. 3. 26
새벽 1시 심야 산책
하루가 끝 나갈 때 즈음 막내동생이 산책을 가자고 했다. 이미 자정을 넘긴 시간이라 거절하고 싶었지만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에 산책을 청한 것임을 알기에 바로 함께 가자며 산책을 나섰다. 우리 집 강아지 똥꾸와 함께 사람은 물론 차 한 대도 다니지 않는 그 길을 유유히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밤이라서 그런가 더욱 차분하게 느껴지는 공기는 쌀쌀하게 그리고 까맣게 내려앉아있었다. 하루에 두 번째 산책임에도 신이 난 똥꾸와 함께 집 근처 작은 연못으로 향했다.
이름 모를 새소리는 낮보다 더욱 크게 들리고 까마득한 하늘 아래 까만 연못의 물이 출렁이고 있었다. 장난기와 호기심이 많은 막내동생은 물고기를 구경하자며 손전등을 켜 물을 비추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무언가. 나와 동생은 물고기를 관찰하려 입을 다물었지만 사실 내심 스산한 분위기에 말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손전등에 비쳐 어른거리던 것은 물안개였다. 어서 집에 가자며 동생을 재촉하고는 돌아오는 길에 아까 우리가 본 것은 물안개였다고 이야기해주니 그제야 사실 아까 무서웠다며 웃으며 길을 돌아왔다. 마치 공포체험 이라던가 폐가 체험에 나올만한 분위기였다며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목련 전등이 밝혀주는 심야 산책길
집에 돌아와 장난기가 많은 막내동생은 물안개가 가득히 끼어 우리는 서로를 찾을 수 없어 손전등을 켜 겨우 서로를 찾아보았다며 셋째 동생에게 거짓말을 하였다. 셋째 동생은 귀찮음에 우리의 산책에 동행하지 않았지만, 미스터리한 것과 신비한 모험 같은 것을 좋아하는 셋째 동생은 눈이 동그래지며 산책을 또 가자고 하였다. 하지만 이미 발을 씻은 똥꾸와 이미 산책을 다녀온 나와 막내동생은 산책을 가지 않겠다고 하였다. 고집쟁이인 셋째 동생은 혼자라도 다녀오겠다며 길을 나섰다. 혼자 가기엔 늦은 시간인데.
막내동생은 몰래 미행을 하자고 하였다. 혼자 가기 위험했기에 미행을 하며 따라가기로 하였다. 똥꾸는 이미 발을 씻었기 때문에 안고 길을 나섰다. 처음엔 자전거 앞에 달린 바구니에 똥꾸를 태우고 막내동생을 자전거 뒤에 태웠다. 마치 영화 이티에 나오는 한 장면 같았다. 자전거를 다 같이 타고 셋째 동생을 따라가다가 우리의 웃음소리가 너무 커서 들키고 말았다. 덕분에 미행은 30초 정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 의 심야 산책은 세 명이서 가게 되었다. 귀염둥이 똥꾸까지. 자전거를 끌고 머리에 스칠듯한 나무를 지나 연못을 향하는 길에 만난 목련은 까만 밤하늘을 밝히는 전구같이 환하게 피어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연못에서 처음엔 무서워서 빨리 걸음을 재촉했지만 왠지 세 명이서 있으니 스산했던 곳이 즐거운 곳이 되어 벤치에 앉아 별을 보기까지 하였다. 오랜만에 바라본 밤하늘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이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각자의 사색을 마친 후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짧은 심야 산책이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만 같은 우리들의 모험 일기였다.
연못 위에서
심야 산책 1 그림 영상
심야 산책 2 그림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