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은 많음, 기억력은 안 좋음.

제 이야기는 아니고요, 다람쥐 이야기예요:)

by 영래

엄마, 나, 할머니. 세 사람이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간단하게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찬장에 있는 바나나 칩이 생각났다.

바나나칩은 4달 전쯤 내가 고구마 칩에 꽂혀서 엄마에게 사달라고 부탁하였을 때 엄마는 바나나칩을 먹겠다며 사 온 것이었다. 고구마칩은 다 먹은 지 오래. 엄마가 자기 혼자 먹을 거라며 찬장 제일 높은 곳에 넣어두고는 바나나칩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였다.


나-엄마 찬장에 바나나칩 있는 거 알아?

엄마-바나나칩이 거기 왜 있어? 전에 다 먹은 거 아니야?

나-엄마가 혼자 먹을 거라면서 숨겨놓고는 몇 달째 저기 그대로 있는데?

엄마- 앗... 몰랐네 하하하하


바나나칩을 숨겨두고는 까맣게 잊은 엄마를 보고 나는 양볼 가득 도토리와 밤을 넣고 가는 다람쥐를 떠올렸다.


나- 엄마 완전 다람쥐네?

엄마- 왜 볼이 빵빵해서?

나- 아니 다람쥐도 욕심이 많아서 겨울잠 자기 전에 여기저기에서 도토리랑 밤을 양껏 모아서 저장하잖아. 그런데 정작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자기가 어디에 저장해두었는지를 몰라서 못 찾아먹거든. 덕분에 땅에 숨겨둔 도토리와 밤이 다음 해에 싹을 틔워서 나무가 되기는 하지만. 엄마가 숨겨둔 바나나칩은 바나나 나무가 되진 못하겠다.

엄마- 아 그래? 몰랐네~~~


나와 엄마의 이야기를 듣던 할머니는 씨익 웃으시더니 내가 다람쥐 이야기 하나 해줄까? 하셨다.

다람이의 집


<할머니가 이야기해주신 다람쥐 이야기>


'옛날에 옛날에 다람쥐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 다람쥐가 겨울이 오기 전에 도토리랑 밤을 모아야 하잖아? 그래서 많이 모으려고 여자 친구를 10명을 사귀었어. 더러븐 놈이제? 그래서 여자 친구들 한데 우리 겨울 동안 같이 알콩달콩 잘 지내려면 양식을 많~이 구해야 하니까 우리같이 열심히 모으자!라고 하고는 자기는 놀러를 다녔데. 그러고 이제 날씨가 많이 쌀쌀해지니까 10명의 여자 친구들 한데 이 더러븐놈이 헤어지자고 한 거야. 그래서 여자친구들은 떠나가고 남은 도토리랑 밤은 이 더러븐놈이 싹~쓸이 해간 거지. 그런데 이놈이 결혼을 한다 하네? 보니까 앞을 못 보는 다람쥐인 거라. 그래서 결혼한 아내랑 겨울을 나는데 아내가 도토리를 먹고 있었어. 아내가 '아으... 떫다...'라고 하니 이 더러븐놈이 '니도 떫나... 내도 떫다...' 하더래. 사실 아내는 떫은 도토리만 주면서 자기는 달달한 밤만 골라서 먹는데 아내는 눈이 안보이니까 자기는 맛있는 밤 처먹으면서 '내도 떫다...'라고 했데. 더러븐 다람쥐 이야기 끝!'


할머니의 이야기가 끝나자 엄마와 나는 꺄르륵 웃으며 이야기를 마저 나누었다.


엄마- 어머니!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서 남자가 여자 10명 사귀는 게 아니라 여자가 남자 친구 10명 만들 수도 있어요! 다음에는 우리 여자 다람쥐가 남자 친구 많이 만드는 걸로 바꿔서 이야기합시다!

할머니- 그래? 그럼 그럴까? 하하하하


식탁에 둘러앉아 나눈 다람쥐 이야기는 그림으로 그리기에 좋은 소재인 것 같아 그림으로 그리게 되었다:)

그리고 바나나칩은 아직 찬장에 그대로 있다.


(다람이 집 그림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wJeGfQZvsFY&list=PLhMSgXLcXpUKic9q7-K1pWIjskbWfWio5&inde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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