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던 리치 : 소멸의 땅

나의 첫 넷플릭스

by 영래

'혹시 넷플릭스 봐? 본다면 서던 리치를 꼭 봐, 보는데 너 생각이 나더라. 나중에 꼭 봐.'

넷플릭스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2018년 이제 막 넷플릭스가 엄청나게 광고를 하며 존재감은 드러내던 때. 서로 이야기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대학 동기가 대뜸 나에게 서던 리치를 추천해 주었다. 이것이 나의 첫 넷플릭스에 대한 기억이다.

'언니, 넷플릭스 아이디 개설했으니까 보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지 봐.'

유튜브에서 끊임없이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를 내세우며 광고를 한 넷플릭스. 사랑스러운 분위기로 가득 찬 하이틴 무비는 뒷 이야기를 지나칠 수 없게끔, 넷플릭스에 가입하고 싶게끔 만들었다. 그렇게 나의 동생 영주는 넷플릭스에 가입을 하고 나 또한 함께 넷플릭스 유저가 되었다. 처음 로그인을 하고 유튜브에서 보았던 영화들을 찾다가 문득 '서던 리치'가 떠올라 별다른 기대 없이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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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넷플릭스 영화 서던 리치의 감상평을 말하자면 '왜 그랬는지 알겠다.'이다. 왜 이 영화를 추천해 주었는지 알겠다. 나의 그림은 식물로 이루어진 동물을 그려내는 작업이다. 소멸의 땅인 서던 리치에서는 생명이 소멸하고 탄생하기를 반복한다. 어릴 때 본 '원령공주'에 등장하는 시시 가미(사슴 신)의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에 생명이 싹트고 떼는 발걸음에 생명의 죽음이 공존하는 것과 같이. 서던 리치에서는 내가 꿈꾸며 그려온 세상이 만들어져 있었다. 식물과 동물이 이종 교배되고 식물은 기괴하게 변종되어 최종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미지의 땅에 들어선 연구원들에게 노출된 세상은 긴장감과 경이로움 사이를 오간다. 영화 속에서의 다양한 인물들이 미지의 환경을 받아들이는 태도 또한 관람 포인트이다. 식물의 DNA와 인간의 DAN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변이로 가득 찬 정원은 누군가에겐 공포를 누군가에겐 호기심을 준다. 나에게 서던 리치 속 세상은 위험하지만 아름다운 곳이었다. 물론 영화 속의 주인공이었다면 두려움으로 보지 못하였을 공간이지만.

나의 첫 넷플릭스 영화는 '서던 리치' 호기심의 꽃으로 가득 찼다. SF/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해 주고 싶은 영화. 왜 넷플릭스를 보는지 알겠다. 서던 리치를 시작으로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즐기며 무한한 시각적 경험을 맛볼 수 있다.

오늘의 추천은 '서던 리치 : 소멸의 땅' 그리고 언제 봐도 좋은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


Berrygator, 162.2x49.6cm, oil on canva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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