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2020
20살을 기점으로 나의 마음은 계속 멈추어 있는 것 같다. 27살인 지금 많은 것이 변해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실제로 많은 것은 변해 있었고 꼬집어내어 멋지다고 둘러낼 변화는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써야 할 일이 생겨 주문 제작한 나의 첫 도장. 인감용으로 쓸 거라며 엄마에게 이름 세 글자 뒤에 인을 꼭 넣어야 하는가 물어보았다. 27살의 나는 도장 하나를 주문할 때조차 자문을 구하는,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27년 산 어른이 된 것 같다. 미지근한 온도로 빠르게 흘러가는 물살에 쓸려 흘러온 것이 지금, 27살.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물길이었지만 아직 시원하거나 화끈한 어른이 된 것 같지는 않다.
초인종이 울리고 어른을 찾는 물음에 집에 어른이 없다고 대답하였다. 나도 어른인데, 아직은 아니야.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엄마는 언제 어른이 된 것 같아?" 엄마는 답했다. "어른이 뭐니? 나도 아직 모르겠어." 51년 산 엄마는 아직 모르겠다고 한다. 아마 나도 50대가 되어도 대답을 못할 거란 생각을 하며 웃었다.
나의 말과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어른이 아닐까. 오늘도 나는 나를 책임질 수 있도록 성장해가고 있다.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2020년이란 정신없이 흘러간 시간이었을 것이다. 길고도 짧은. 지루하고도 긴박한. 많은 일이 있었으나 공허한. 그런 2020년의 기간 동안 나는 27살로 살았다. 곧 올해의 마침표를 찍는 시간. 시원하거나 화끈한 28살이 되기를 바라며, 답이 없는 어른의 답을 찾으며 2021년을 시작해본다.
모든 이들이 사랑하는 마음 가득 자라 각자의 멋진 어른이 되기를 바라며 안녕 2020, 안녕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