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샌드위치

꿈의 샌드위치

by 영래

업무에 밀려 오늘은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지 못할 것 같아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았다. 매일 점심과 저녁 하루 두 끼를 먹는 나는 점심엔 저녁에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저녁엔 내일 점심으로 어떤 도시락을 준비할지를 고민한다. 하루에 식사를 생각하는 시간 치고는 배를 채우는 음식이 그리 건강하지 못하다.

도시락이 없는 오늘 가장 쉬운 선택지는 사무실 근처의 편의점을 가는 것. 또한 가장 어려운 선택 이기도 하다. 계산을 하기 전까진 결정 장애인 나와 시간싸움을 해야 하고 먹고 난 후에는 헛헛한 속을 달래며 입맛을 다실뿐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 혜원은 긴 시간 서울생활 중 차가운 편의점 도시락을 먹다 배와 마음이 공허해 고향으로 돌아가 잠시 쉬어가기를 택한다. 건강한 음식과 함께 마음의 구멍이 메워지는 걸 보고 있자면 나 또한 몸과 마음의 온도가 조금은 높아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오늘 점심엔 편의점에서 사 온 샌드위치를 먹으며 생각에 잠겼다. 나의 브런치에 채워진 이전 글들을 보고 있자면 빵 이야기를 할 때면 체감 50%는 샌드위치로 이야기가 끝난다. 샌드위치를 사랑하는 나는 편의점 샌드위치 만은 반길 수가 없었다. 샌드위치를 떠올리다 문득 아주 오래전 꿈에서 나온 샌드위치가 생각났다. 그림일기를 남긴 덕에 잊고 지나갈 이야기가 그림으로 남아있었다.

KakaoTalk_20210106_132024342.jpg 2019.11월 14일 목요일의 그림일기

그림일기의 내용은 남자 친구가 모르는 여자에게 누나를 외치며 가지 샌드위치를 주문한다는 것. 평소 누나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모르는 사람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모습에 화가 난 나였다. 이 와중에 새로운 샌드위치 가지 샌드위치를 보게 되는데 꿈속에서 등장하였으니 꿈의 샌드위치다. 언젠가 한 번쯤 꼭 만들어 보고 싶은 가지 샌드위치. 가지가 맛있는 여름이 오면 추운 지금보다 마음도 더 따뜻해지려나 생각해본다.


오늘은 퇴근하고 리틀 포레스트를 봐야겠다.

따뜻한 배추 된장국에 밥을 말아먹는 생각을 하며 퇴근을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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