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와도 회색

by 영래

내가 사는 지역에는 눈이 아주 드물게 온다. 지난주 많이온 눈 탓에 경기도에 살고 있는 우리 집 막내 영진이가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눈이 많이 오지 않는다는게 다행이지만, 그래도 하늘에서 펑펑 쏟아지는 눈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새벽에 강설이 예상되니 출근길에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는 안전 안내 문자가 어제 오후 핸드폰을 울렸다. 워낙 눈이 잘 오지 않는 곳이라 에이 설마, 하는 마음과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때 밟게 될 소복이 쌓인 흰 눈을 기대하며 잠들었다.

그렇게 아침. 도로는 언제나처럼 짙은 회색이었다. 아침에 급하게 집어 들고 입고 온 셔츠도 회색. 회의를 하다 '눈 많이 온다.'라는 말에 일제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정말 눈이 많이 날리고 있었다. 펑펑 회색 마음에 흰 눈이 내려와 사르르 녹을 것만 같았다. 흰 눈을 보며 잠시 환기시킨 내 마음은 다시 회색이 되었다.

사무실 벽도 회색. 창밖에 눈은 그친 지 오래다. 하늘도 회색.

KakaoTalk_20210118_154419475.jpg 회색한숨 사람

오늘은 눈이 와도 회색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가지 샌드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