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를 건너 앞차에 간신히 올라탄 버스는 서로가 엉켜 있어 이내 얼굴이 일그러지고 어깨에 있는 ‘백팩’이 주는 압박감에 ‘굿모닝’은 ‘ㅉ**’이라는 비속어로 축약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그리고는 지하철을 타면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고 해서 들어오는 진기한 풍경이 있다.
아침에 재미있는 건 바로 지하철에서의 움직이는 ‘화장대’이다.
아침 출근시간대이기 때문에 여유롭기보다는 비좁은 공간인데도 여자들의 양손은 바삐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 손은 지하철 손잡이를 쥐어 잡고서 매달린 채 용기를 내어 화장품 가방을 손에 든다. 얼굴을 비추는 손거울을 꺼내 일일 프로젝트 준비를 한다. 아마도 그녀의 생각은 여러 가지가 들 테지만,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지’, ‘볼 터치를 무슨 색으로 할까?’, ‘어디까지 화장을 했었지’라는 다양한 후회 섞인 가지치기가 머릿속에 가득할 것이다.
한 손을 손잡이에 걸어둔 채로 서서 하는 여장부다운 포스로 자기의 눈썹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치 창을 들고선 ‘관우’처럼 , 한 손에 거머쥔 블랙 펜슬을 연신 눈썹 위에 발라댄다. 그러자 그 엷고 흐리던 눈썹은 어느새 수풀이 풍성하게 그려진 눈썹이 되어 눈 주변을 더욱 뚜렷하게 해주는 것이 아닌가! 표정에는 아침에 밥을 챙겨주느라 싸웠는지 짜증이 가득한 채로 화장품 가방에 펜슬을 넣어두고 다른 무언가를 연신 찾는다. 약간의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맞은편 흰 치마 아가씨는 아침에 부지런히 ‘별다방’에서 받아 든 아이스커피를 다리 사리에 두고서 화장가방을 꺼내 들었다. 너무 과하게 다리를 모은 나머지 한쪽 다리의 근육 각선미가 살짝 보일 정도로 미술시간에도 커피를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눈가에 선을 그리기 위해서는 엄청남 집중이 필요한 게다.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을 이토록 안전한 지하철에서는 시도해 보는 것이리라
바로 앞에 앉은 이는 미소를 연신 머금고 거울로 비친 자기 얼굴에 연신 감탄하는 듯하다 무슨 좋은 일이 지난밤에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남편이나 애인과의 어제의 사랑이 너무 열정적이었거나 사랑스러웠거나 아니면, 오늘 그녀는 직장에서 바라고 바라던 승진이나 직무를 얻게 된다거나 아니면, 그토록 질투하던 그 누군가가 그만 두나? 어쨌든 그녀도 화장을 파운데이션으로 볼터치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름 복숭아 빛깔을 가져 보려는 양으로 양쪽에 파운데이션을 연신 번갈아가면서 색감 조절을 하면서도 입가의 미소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렇게도 좋은 일이 더욱 궁금해 즈음, 화장의 클라이맥스인 립스틱을 꺼내더니 붉디 붉은 입술로 그녀의 미소를 완성한다. 그리 예쁜 눈, 코와 입은 아니지만 화장술로 마무리하니 강남에 어울릴만한 얼굴에 되어 갔다.
옆에 검은 옷에 운동화를 신고 미세먼지를 막아서는 검은 마스크를 한 세트로 무장한 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이는 그야말로 한국 아줌마의 장비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일까? 삶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그 장비들에서 묻어나기도 한다. 한편 긴 의자 끝자락에서는 화장이라곤 기본만 한 듯한 맨 얼굴의 미소녀는 안경을 쓰고서 핸드폰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젊은 자신의 피부의 자신감을 내 보이는 것인지? 화장이라는 마술보다는 지금 이 순간, 게임이 주는 짜릿한 행복감이 더욱 중요한 듯하다.
여자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게으른 아침을 맞이하는 남자들도 이제는 피해 갈 수 없는 화장이라고도 한다. 사회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살아가면서 자기를 나타내고 다른 이들에게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는 화장이나 외모를 치장하는 것만큼 필수적 도구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 메이킹을 스스로 챙기면서 변신을 하는 지하철 화장대는 현대인이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자기 관리에 철저한 것을 나타내는 멋진 공간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