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영미 Nov 28. 2021

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

서평입니다.

 최근 서평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실감하며 나 또한 누군가의 책을 읽고 ‘성실히’ 무엇보다도 작가가 읽고 기뻐할 서평을 쓰고 싶어졌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할 만한 책을 선택해야 했다.


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기를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부정확하게 표기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검색 사이트에서였다. 친절한 포털 사이트는 나의 오류를 정확히 짚어주었으나 나는 번번이 실수하곤 했다.

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기를

나는 왜 이 책의 제목을 이렇게 기억했을까. 그것은 바로 나의 심적 상태가 그러했을 것이다.

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 나는 그저 마음 속으로 바라기만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은 그와 달랐다.


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

이 제목은 내 마음 속에서 멋대로 만들어낸 제목과 한끗차이로 다른 듯하지만 내포된 의미는 확연히 달랐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연결어미 ‘-도록’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으니

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 (우리는) 행동한다.

이 말을 뜻을 되뇌었다.

바라기만 해서는 안 되었다. 그렇게 되지 않게끔 해야 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도록’의 의미가 이토록 강한 행동성을 내포하는지 제대로 학생들에게 설명하지 못했을 거란 자책도 들었다.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님은 이 책의 저자이다. 그는 정릉역 근처에서 밥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이기도 하다. 조영미 베로니카 성도는 이 사실을 성당이 아닌 유퀴즈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다. 스무 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일을 하며 나 또한 청년들의 문제에 깊이 관심을 갖고 있는 터라 신부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게 되었다.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에 나와 힘겹게 삶을 일구는 청년들에 대한 신부님의 애정을 볼 수 있었다.


토크쇼에서 미처 다 다루지 못했던 식당 <청년문간> 이야기, 그리고 청년들의 이야기를 책에서 볼 수 있었다. 특히 청년들과 함께 한 스페인 순례길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청년들을 위한 일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는 의도와는 다른 일이 생겼다. 사람의 마음 때문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신부님께서 인간의 성격 유형을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패러디해 ‘돕는 놈, 걱정하는 놈, 비웃는 놈’으로 구분한 부분이었다. 청년문간을 준비하면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요리교실에 등록해 수업을 들은 에피소드에서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나왔고, 도움을 주지도 않을 거면서 괜히 청년문간에 드나들며 자기가 얼마나 잘난 인간인지를 얘기하며 괜히 상대를 걱정해주는 듯, 하면서 비웃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내 경험이 떠올라 욱, 하는 감정이 들끓었다.


 내가 대만에 간다고 했을 , 대만에 있는 아는 친구를 소개해  고마운 분이 있었다. “선생님, 중국어 못하는데 어떻게 해요?”라고 걱정하며  중국어 일일교사를 자청한 학생도 있었다(물론 나는  학생의 배려를 정중히 거절했다). 대만에 도착해서는  생활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대만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은 태풍이 오는  내가 굶어죽을  알고 걱정해주면서 집에 먹을  있느냐고 연락을 주기도 했다. 반면에, “선생님은 중국어도 잘못하는데 여기 계속 살아서    있겠어요?”라며 비웃는 동료도 있었다. 내가 성과라도 내면, 조언을 해준답시고 “ 나라에서는  하려는 사람을 싫어한다고요라고도 했다. 소위 ‘맨땅에 헤딩하듯고군분투하는 이들 앞에는 이렇게 조롱하는 치들이 있다. 신부님께서 이렇게 말씀해 주시니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나만 속이 좁아터져 상대의 비웃음을 마음에 담아둔  아니었구나, 애쓰는 이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이들에게  시원히  마디 해줄 필요는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로써 나를 도와준 이들의 존재가 한없이  고맙게 다가왔다.




신부님은 글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듯이 썼다. 시종일관 ‘그랬습니다’라는 구어체 형식으로 서술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신부님에게 존중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그 기분은 뭐랄까, 성직자로부터 은혜를 받은 느낌도 있었는데 그보다 대화를 나누는 상대에게 대접을 받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책을 읽으며 “신부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는데 그것은 그분이 청년을 위한 밥집을 차려줘서도 있었지만 나를 독자로서, 청년문간에 관심을 갖는 이로서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마음이 더 컸다고 하면 전달이 될까.



웨일북 서평단 모집에 신청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나도 언젠가 출판사에서 서평단을 모집해 주는 작가가 되어야지, 라는 생각을

나도 소중한 한 끼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보탬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보다 먼저 했다.

나는 크려면 아직 멀었다.


식당 청년문간 가는 길(본인 촬영)


<덧붙이는 말>

유퀴즈 방송 이후 우리 가족은 <청년문간>에서 식사를 했다. 무한리필 김치찌개는 정말 푸짐하고 맛깔스러운 음식이었다. 아이는 내게 우리가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되느냐고 재차 물었다. 나는 당당히 말했다.

“신부님이 괜찮다고 하셨어.”

3인 식사비 9,000원에 추가로 기부금을 냈다. 기부금은 모바일로 간단히 낼 수 있었다.

얼마 후 아이가 시급이 아닌 월급을 받는 일을 잠시나마 하게 됐다.

첫 월급으로 엄마에게 금일봉을 주었다. 나는 그것을 아이 이름으로 청년문간에 기부했다.

내가 이 사실을 알리는 이유는,

태생적으로 겸손이 부족해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기 어려웠고,

이 글을 보는 분들도 <청년문간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가브리엘 신부님, 저 잘했죠?”라고 씨익, 웃으며 묻고 싶어진다.

역시 겸손은 힘들다.


청년문간의 메뉴(본인 촬영)


이 글은 알라딘 서평에도 올렸습니다.

[알라딘서재]<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 서평 (aladin.co.kr)


매거진의 이전글 필사하는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