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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미 Jun 30. 2021

필사하는 마음

- 문학작품 필사 챌린지

손으로 쓰는 것보다 타자로 베껴썼다. 

나중에 글을 쓸 때 적당하고 적절한 인용문구를 쓰기 위함이 컸다.

그런데 손으로 글씨를 쓰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게 되었다.

모닝 루틴으로 문학 작품 필사하기를 시작한 것이다. 




필사를 하다가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이 있으면 찾아 읽었고, 그 중 깊이 알고 싶은 작품을 하나 골라 전문을 타이핑해 보기도 했다.

마음이 복잡할 때,

나도 나를 모를 때,

펜을 쥐고 글을 쓰니 안정감이 느껴졌다.


또 하나,

예전에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게 됐고, 불과 몇 해 전에 읽은 글을 다시 읽으니 내 경험치가 달라져서 그런지 감상하는 마음이 또 달라졌다. 그 글이, 더 좋아진 것이다. 


필사하는 마음으로 글에 조심스럽게, 나에게 더 다정하게 다가가야지...




전성태 「지워진 풍경」

『두 번의 자화상』 창비, 2015

(258)

아들이 차에서 내리는 동안 노인은 묵묵히 기다렸다. 오후 내 운전대를 잡느라 낮잠을 거른 노인은 어디든 드러눕고 싶게 곤하였다. 아들은 낡은 개인택시의 뒷문을 잡고 마임배우 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차에서 더 내릴 사람이 없는데도 손잡아주는 시늉을 하는가 하면 상대를 끌어 세우는 몸짓을 할 때는 얼굴에 핏기까지 몰렸다.

아파트 주차장으로는 오후 네시의 햇살이 비끼고 있었다.

가까운 공원 숲에서 날아든 버드나무 꽃가루가 봄볕 속을 부유했다. 볕이 미만한 대기는 아주 적나라하면서도 왠지 뿌연 느낌을 자아냈다. 노인은 자신이 마치 이런 모순된 느낌 속에서 살아온 듯 싶었다. 그는 아들을 바라보았고, 어쩔 수 없이 맥맥했다. 아들은 (259) 유령이나 투명인간과 팔짱을 낀 것 같은 우스꽝스런 자세로 서서 핏기없는 얼굴로 아파트 단지를 낯설게 둘러보고 있었다. 볕 아래로 드러난 벗어진 이마는 더 주름지고 메말라 보였다. 가늘고 성긴 머리가 희끗했는데 사십대 중반에 벌써 머리가 세는 건 내림이었다. 

청년의 자취가 사라지고 없는 아들을 노인은 낯설게 바라보았다. 아들에게서는 육친적인 실감은커녕 사람으로서도 남남이라는 의식보다 더 아득하고 낯선 느낌이 들었다. 생을 거듭하며 옭은 연(緣)의 무게가 온몸에 안긴다는 설법을 라디오에서 들은 게 어제였던가, 그제였던가? 라디오가 아니라 증심사에 사는 스님을 태웠다가 들었던가. 여하간 이 짧으나 신비로운 느낌은 사무치게 쓸쓸한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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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참여한 필사 프로그램 관련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마음만만연구소] 온라인강좌_문학필사30일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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