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아 Aug 07. 2020

좀처럼 고요하지 못한 밤

어두컴컴한 방에 누워
흐르는 적막 사이로
 똑딱똑딱 시계 소리를 듣는 것이
무서울 때도 있고 참 좋을 때도 있다.

 똑 딱
거리는 그 소리가
"그래 너는 죽지 않고 살아있어"
"깜깜한 이 곳도 시간이 흘러가는 안전한 곳이야"로 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사실 그 시계 소리보다 내게 안정을 주는 건
자분자분 쉬고 있는 엄마의 숨소리
혹은 돌돌돌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
아직 잠들지 못한 옆집의 말소리
사부작 거리며 내 다리를 스치는 이불의 소리


 엄마는 어제 머리가 아프다며 조용히 있고 싶다고 했다.
TV를 끄고 가만히 누운 그 세상은 전혀 조용하지 않았다.

아직 주고받지 못한 카톡 대화의 소리들
아까 끄느라고 보지 못한 드라마의 궁금한 소리들
오늘 귀로 들어와 마음에 머물고 있는 말들
마음에서 나가지 못한 응어리진 말들
누군가의 울음소리 웃음소리
규정되지 않은 어떤 마음에 대하여

나의 세상은 좀처럼 조용해지지 않았다.

이전 12화 애매함의 손짓을 주의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