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박힌 순간은 오래 남아
주말 약속 가는 길
찾아오는 여름과 함께 핀 꽃이 보인다.
내게 꽃말을 알려주던 생일 저녁이 떠오른다.
'능소화가 무슨 뜻인지 아니?'
대게 이야기는 기억해도 이야기의 출처는 까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만큼은 참 생생하다.
'하늘을 능멸하며 피는 꽃'
'여름엔 비가 장대같이 오는데,
그 비가 지나고 나면 보란 듯이 피어나는 꽃이라 하늘을 능멸한다는 거야'
'너는 능소화야'
'그러니까 이 힘든 시간이 지나가고 활짝 피렴 친구야'
술에 취해 집에 가던 날, 빗속을 걸으면 들은 이 말이 오래오래 남았다.
여름이 올 때면 능소화의 삶을 곱씹게 된다.
마음이 진탕이던 때, 능소화가 내게 어찌나 힘이 되었는지 기억한다.
24.06.10.
오늘은 제게 소중한 기록 중 하나를 데려왔어요.
어떤 계절이나 순간의 생생한 감각을 다들 기억하시나요?
제겐 무더운 여름이면 주렁주렁 피어나는 능소화가 그날을 불러일으킵니다.
알딸딸한 기분, 부슬한 비가 내리던 여름 저녁 함께 언덕을 내려가며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예요.
녹아내려 금방 힘을 잃는 여름 속에서도 희망을 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우리 무더운 계절엔 능소화의 삶을 곱씹어봐요.